2024-03-29 07:03 (금)
[장유 카페리베]“테라스 풍경 걸린 커피숍엔 추억이 피어올라요”
[장유 카페리베]“테라스 풍경 걸린 커피숍엔 추억이 피어올라요”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1.3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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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씨와 최지원 씨가 운영하는 ‘카페리베’ 내부. 바리스타 최지원 씨가 신선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윤여정 씨와 최지원 씨가 운영하는 ‘카페리베’ 내부. 바리스타 최지원 씨가 신선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모자가 운영하는 커피숍 커피 내릴 땐 융드립 고집
깊고 부드러운 맛 소문나 마니아들 자주 찾는 명소
10시간 정성 담긴 대추차 마음속까지 힐링해 줘
안팎 조화로운 분위기 속 여우와 멋 부리기 좋아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운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커피를 마시며 한 폭의 풍경화를 담을 수 있는 커피숍이 장유 계곡에 숨어있다.

카페리베를 운영하는 최지원 씨(왼쪽)와 윤여정 씨(오른쪽).
카페리베를 운영하는 최지원 씨(왼쪽)와 윤여정 씨(오른쪽).

김해시 불모산 산자락 장유대청계곡 앞 폭포수가 눈에 들어오는 ‘카페리베’에서 어머니와 아들을 만났다. 카페리베는 아들 바리스타 최지원 씨와 전통차 및 디저트 등을 담당하는 어머니 윤여정 씨가 함께 운영하는 커피숍이다.

 카페리베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불모산 산길 초입에 위치해 있어 자동차를 타고 오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곳, 2층에 위치해 있다.

 2층에 위치한 커피숍으로 가려면 노란색 페인트칠이 된 작은 길을 따라가야 하는데 마치 레드카펫을 걷는 기분이 든다.

 지난 29일 오전 11시경 카페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모자는 홀 청소와 그날의 영업준비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자는 어쩌다 도심 속이 아닌 불모산 산자락 대청계곡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게 됐는지 물었다.

 최지원 씨 “사실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페였는데 큰아버지를 도와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이가 지긋한 큰아버지를 대신해 지금은 저와 어머니가 운영하게 됐어요.”

카페리베 로스팅 기계.
카페리베 로스팅 기계.

-커피 공부는 어떻게 하신 건가요?

 최지원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때문에 학원에 잠깐 다닌 적이 있는데 실전에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카페리베 운영을 하기 전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커피메모리’와 세종시 국제고 앞 ‘카페 메모리 팩토리’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했어요.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현장에 있으면서 실력 있는 사람들에게 실전에서 많이 배웠죠. 많은 도움이 됐어요.”

 -원래 커피를 좋아하셨나 봐요?

 최지원 “원래는 아메리카노를 입에도 못 댔어요. 바리스타로 일하기 전에는 커피가 쓰고 맛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7~8잔을 마시게 됐어요”라며 “예전엔 친구들과 카페를 가도 달달한 마키야토를 주문했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카페를 찾으면 항상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니까요. 하하”

 이어 윤여정 씨는 “저는 카페인에 취약해서인지 커피를 안 마셨는데 지금은 하루에 2잔 정도는 마시게 됐어요”라며 답했다.

 -시그니처 메뉴가 있나요?

 최지원 “커피죠.^^ 좋은 원두를 엄선해 로스팅을 직접 해요. 커피를 내릴 땐 융드립을 고집해요.”

 -융드립이요? 핸드드립은 익히 알고 있는데 융드립은 뭔가요?

 최지원 “핸드드립은 드리퍼와 종이 필터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하지만 융드립은 천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더 깊고 부드러운 맛을 내요. 그래서인지 커피 마니아들이 많이 찾아요.”

 윤여정 “그리고 지금처럼 추운 날엔 대추차와 생강차가 인기가 좋아요. 좋은 대추를 골라 7~8시간 푹 고아 낸 대추차는 아주 단맛을 내는데 어떤 분들은 설탕을 넣었냐고 물어보시기도 한답니다. 하하 생강은 즙을 짜는 과정을 거쳐서 5~6시간 졸이면 마침내 청이 되는데 어떤 분들은 생강에서 이런 고소한 맛이 나냐고 놀라기도 해요.”

카페리베로 오르는 2층 계단.
카페리베로 오르는 2층 계단.

윤여정 씨는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여주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뒤 전통 찻잔에 정성껏 담은 차를 들고 와 맛보길 권했다. 걸쭉하게 일렁이는 대추차 표면 위로 잣으로 만든 꽃 한 송이가 수놓아져 있었다.

 티스푼으로 한입 떠먹으니 진짜였다. 정성껏 고와 만든 대추차는 마치 고급 쌍화탕을 마신 후에 반응하는 몸처럼 피곤함을 달아나게 했다.

 -시그니처 메뉴가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나요?

 윤여정 “지금은 많은 분들이 커피만큼이나 제가 담근 청을 좋아해요. 한번은 자몽차를 시킨 손님에게 맛있게 드시라고 과육을 담뿍 담아 드렸는데 돌아가실 때 보니 과육을 다 남기셨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먹어봤어요. 근데 발효과정에서 자몽 청 특유의 비릿한 맛이 나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비밀 레시피가 탄생했어요.”

 -징크스도 있나요?

 최지원 “음…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라테가 잘 만들어져요. 몸에 힘이 쭉 빠져서 그런지 라테아트가 잘 되더라구요. 사실 전 미적 감각이 뛰어난 편은 아닌 거 같아요.”

 윤여정 “미술, 예술, 문화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레 예술적 소양이 풍부해질 것 같은데? 그럼 라테아트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지원 “그게 쉽지 않아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모자는 라테아트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않고 티격태격하며 여느 평범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카페리베 테라스.
카페리베 테라스.

-혹시 커피숍 운영하며 걱정되는 부분은 있나요?

 윤여정 “사실 카페리베가 눈에 띄지 않아서 걱정이에요”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불모산에 몇 년 동안 등산하시는 분들도 카페리베를 최근에야 찾았다는 분이 계셨어요.

 아무래도 산자락 초입에 차로 지나치는 곳에 있으니 조금 더 눈에 튈 수 있게 제가 실력발휘를 좀 해봤어요. 2층으로 오르기 전 노란색 길, 알록달록한 계단 등 제 아이디어가 이곳저곳 많이 반영됐어요. 그런데 일단 카페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져요. 카페리베는 대청 계곡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해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을 할 때면 최상의 뷰를 만끽할 수 있어요.”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왼쪽의 풍경은 대청 계곡의 웅장함이 오른쪽은 1층의 구멍가게로 시선이 분산돼 정작 카페가 있다는 것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일단 이곳에 들어오면 테라스에서 보이는 대청계곡과 푸른 빛깔의 하늘이 주는 경이로운 풍경에 마음의 평화를 경험할 수 있다.

 카페리베는 어떤 연령층의 고객들이 자주 찾는지 궁금했다.

 윤여정 “카페리베에는 단골들이 참 많아요. 40대부터 나이가 지긋이 든 분들까지 단골손님들은 올 때마다 항상 같은 음료를 고집해요.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 거 같아요. 한 손님은 매번 드시는 대추차의 묽은 정도까지 알아 맞추죠. 그래서 늘 그분들을 위해 정성을 담아서 차를 만들어요. 도심을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차가 없는 젊은 층은 보기 힘들어요. 그런데 한 번씩 들러주시는 젊은 층을 위해 달달한 음료도 개발하고 싶어요” 하며 최지원 씨를 쓰윽 쳐다봤다.

 오전 11시 30분경 한 창 인터뷰하는 동안 단골로 보이는 손님이 들어와 자연스레 옆 테이블에 앉았다.

 부산에 사시는 김성화 씨는 일 때문에 이곳을 자주 오는데 올 때면 항상 이곳을 들른다고 했다.

 “카페리베에는 제가 좋아하는 음료가 너무 많아요. 저는 이곳에서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맞춤형으로 마셔요. 컨디션이 좋은 날 갓 내린 신선한 커피 한 잔이면 대접받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으슬으슬 추운 날 대추차 한 잔이면 몸이 다 풀리는 기분이 들어요.”

카페리베 시그니처 메뉴 융드립으로 내린 아메리카노. 전통 수제 대추차. 라테. 디저트 와플.(왼쪽 위서 시계방향)
카페리베 시그니처 메뉴. 아메리카노. 전통 수제 대추차. 라테. 디저트 와플.(왼쪽 위서 시계방향)

윤여정 씨는 다가오는 설을 맞아 딸이 보낸 떡이 있다며 흑임자떡 한 접시 내오시곤 아침을 거른 기자에게 내놓았다.

 직사각형의 운두가 낮은 예쁜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온 떡하나를 들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서 퍼지는 흑임자의 고소함과 그 속에 알알이 박힌 땅콩의 씹는 맛에 기분이 좋아졌다.

 윤여정 “전통차랑 잘 어울리는 떡이에요. 산책 후 들리는 손님들을 위해 디저트로 내놓으면 어떨까요?”

 단골손님 김성화 씨는 “아메리카노와 전통차와 함께 먹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라며 맞장구쳤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신메뉴 개발과 끊임없는 디저트 연구로 대화가 한 창 무르익었을 때쯤 단골로 보이는 몇 명의 손님이 방문했다.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커피, 대추차, 떡에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돌아갔다.

 카페리베에는 더치커피, 융드립 커피, 전통 수제 차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커피콩 빵, 허니브레드, 와플과 같은 다양한 디저트가 준비돼있다.

 요즘 젊은 층들은 카페를 찾을 때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이 넘치는 곳을 선호한다.

 윤여정 씨의 손이 이곳저곳 닿아있는 카페리베에는 인스타 감성 포토존이 될 만한 공간이 많다.

 아울러 도심과 가까운 자연 공간, 갓 내린 신선한 커피와 꼬박 10시간의 정성이 담긴 대추차 한 잔으로 최상의 힐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방문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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