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진실 사이에서
신화와 진실 사이에서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1.3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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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여권에서 무조건 감싼다고
신화를 덮을 수 없다.
김 지사가 내뱉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이 신화를 만들려는
언사가 아닌 진실을
찾으려는 외침이
돼야 한다.


 31일 자 대부분 신문 1면에 김경수 경남지사의 사진이 크게 실렸다. 기사 제목도 거의 비슷하다. ‘김경수 경남지사 징역 2년 법정구속.’ 사안이 너무 커 모든 신문이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동일한 기사를 싣고 2, 3면까지 할애해 관련 기사를 붙여넣었다. 앞으로 이 사건이 가져올 파장은 누구나 예상하듯이 상당하다. 19대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가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야권에서 쏟아부을 파상공격은 대단할 게 뻔하다. 김 지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신화와 진실은 이 세상에서 서로 양면에 붙어 굴러다닌다. 신화가 그친 세상이라고 하지만 진실은 여전히 신화의 옷을 입고 버젓이 걸어 다닌다. 김 지사의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김 지사는 다소 여유롭게 법정에 들어갔다. 결과는 다소 낙관한 김 지사의 얼굴은 유죄 이유를 들은 후 굳어졌다. 김 지사는 “재판장이 양승태 법원장과 특수관계인 것이 이번 재판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에서 우려했다”고 입장문에서 밝혔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별칭이 붙어 다녔다.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서거하기 전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은 모든 국민이 안다. 김 지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선거대책위의 공보 특별보좌관 및 수행팀장을 맡았다. 2017년 두 번째 대선 도전 때에도 국회의원인데도 대변인 역할을 했다. 그 당시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꼽혔다. 김 지사는 여권 내에서도 실세 가운데 실세였다. 이런 김 지사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신화의 막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항소심에서 1심 선고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신문에 ‘승승장구 대권가도 달리다 드루킹에 무너지다’라고 새긴 기사 헤드라인이 마치 신화와 진실이 맞붙어 한쪽으로 기운 모양새를 보여줘 씁쓸한 뒷맛을 줬다.

 진실은 신화에 가려져도 진실이어야 하고 신화는 거짓에 흔들려도 신화여야 한다. 김경수 실형 선고를 놓고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인 건 자연스럽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두고 “향후 재판에서 무죄 인정을 받을 것”이라며 보복성에 초점을 맞췄다. 자유한국당은 “대선에 조직적 댓글 개입이 밝혀졌다”며 대선 불복까지 전선을 펼쳤다. 판결 불복과 대선 불복이 붙어 향후 정국에 거대한 태풍이 휘몰아칠 태세다. 진실과 신화가 뒤섞여 수많은 사람을 혼돈 속으로 빠트려 넣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으로 보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의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사법부가 김 지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김 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특수 관계를 들먹였다.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이런 태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일부 세력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사법부를 흔들고 판결 부정 발언을 한다고 불을 댕겼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이 무조건 김경수 지사를 감싸는 태도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확정 판결이 아니고 1심 유죄 판결이 내려진 만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당은 김 지사 판결을 호기로 삼아 “댓글 조작을 당신들도 했는데 무슨 큰 소리이냐”고 공세만 취할 게 아니라 사건의 추이를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거짓 신화는 진실 앞에서 실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정치판에 흐르는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여권에서 무조건 감싼다고 신화가 덮일 수 없다. 김 지사가 내뱉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이 신화를 만들려는 언사가 아닌 진실을 찾으려는 외침이 돼야 한다. 우리 정치는 지금까지 너무 신화에 몰입해 진실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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