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5:39 (토)
리더 다운 리더 만드는 헬퍼십
리더 다운 리더 만드는 헬퍼십
  • 하성재
  • 승인 2019.01.3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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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요즘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연배우보다도 조연배우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카피로 광고했던 기업도 있었지만 이제는 위대한 이인자들을 찾고 있다. 그동안 맹목적으로 일인자만을 추구해온 문화를 뒤엎고 협력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력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데이빗 히넌과 워렌 베니스의 `위대한 이인자들(Co-Leaders)`, 구영삼과 조태현이 쓴 `헬퍼십(helpership)` 등에서 이미 말하고 있다.

 그럼 `헬퍼십`이란 무엇인가? 헬퍼십은 리더십도 아니고 팔로워십(followership)도 아닌 `리더가 리더 되게 하는 리더십`이다. 헬퍼가 없으면 리더도 존재하지 않는다. `장량 없는 유방`이나 `정도전 없는 이성계`, `루이가 없는 루스벨트`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루이는 다소 생소할 것 같은데,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하며, 대통령을 4선이나 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내각을 강력하게 이끌었던 `킹메이커`였다. 특히 루스벨트가 소아마비에 걸렸을 때는 포기하지 않고 7년 동안이나 병상을 지키며 그의 복귀를 도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헬퍼의 리더십은 흔히 제2의 리더십이라고 말하는 참모 리더십이 아니며 후계자의 리더십도 아니다. 제3의 리더십이다. 이것은 최고 리더를 보좌하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에게 바른길을 제시하고 공동체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서번트(섬기는) 리더십이다. 이 섬김의 리더십은 명령이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영향력이다. 헬퍼십은 리더를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리더십이 아니라 헬퍼십 그 자체이며 온전한 리더십을 완성시키는 리더십의 한 부분이다.

 이처럼 리더십과 헬퍼십의 본질적 차이는 서열이 아니라 `역할의 차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인자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데이비드 히런과 워런 베니스는 헬퍼들에게 아래와 같은 점검 리스트를 줬다.

 `너 자신을 알라.` 즉 헬퍼가 되는 것은 리더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담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를 알라.` 리더가 당신을 선택할 때만큼 당신도 리더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 `큰 충돌을 피하라.` 조직의 불문율을 인식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저항이 생길 수 있다. `리더에게 사실과 진실을 말하라.` 비록 리더가 감정이 상할지라도 사실 그대로 정직하게 얘기하라. 현명한 리더는 일급정보의 가치를 안다. `공동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훌륭하게 수행하라.` `영혼을 팔거나 개인 생활을 망치지 말라.` 야심 많은 부관들은 배우자와 멀어지고 아이들과 낯선 사람이 된다. 그것은 위험신호이다. `따르기도 하고 이끌기도 하라.` 훌륭한 헬퍼는 좋은 조언자이며 능숙한 전달자이다. `제자리에 머물 때와 물러날 때를 알라.` `성공의 개념을 정립해서, 리더를 자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삼지 말라.`

 연주자들은 제1 바이올린보다 제2 바이올린을 뽑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가장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제2 바이올린의 능력이 제1 바이올린을 받쳐 줄 만큼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실력이 비슷한 제2 바이올린 연주자가 제1 바이올린을 받쳐줄 수 있는 겸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점점 헬퍼들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조직에서 헬퍼가 되는 것은 어렵다. 모두 일인자의 권력과 그늘에 있기를 원하고 혹 이인자로서 자격과 역할이 생기면 항상 일인자에게 경계와 견제를 받아서 결국 숙청(?)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간디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즉 일을 하는 사람과 공이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일을 하는 사람이 헬퍼십이다. 헬퍼는 `권력의 계승`이 아닌 `역할분담`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튼튼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으로 가득 찼지만, 그 안에 결코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다를 뿐이다. 최고를 향해서 죽을 힘을 다해 달리는 사람들, 정상고지 앞에서 힘겨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다.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최고가 아니면 어떠한가! 다른 이를 최고로 만드는 일이 더 멋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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