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1:11 (목)
현상에 매몰되는 천박한 세상
현상에 매몰되는 천박한 세상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1.2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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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성별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제 3의 성을
인정하는 문제는 본질로 따져야 하는데 본질이 막혀버렸다.

 요즘 꽤 뜨는 영화가 있다. 개봉관 상영 이후 대관상영으로 관객을 모으는 ‘산상수훈’은 관심을 끌 만한 여러 요소를 품고 있다. 먼저 감독인 대해 스님이 성경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게 흥미롭다. 불경이 아닌 성경을 펼쳐 본질을 파헤친 솜씨가 보통이 아닐뿐더러, 결국 본질은 하나라는 평이한 결론에 이르면 되레 허탈하기까지 하다. 본질을 빼놓고 현상에만 매달리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 산상수훈을 보면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것도 어렵지 않고 쉽게. 대해 스님이 내세운 본질은 쉬운거니까.

 세상살이가 본질에 바탕을 두면 잡음이 일어날 게 별로 없다. 본질은 놔두고 가장자리만 두드리니 소리가 크다. 현재 경남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이다. 나쁜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경남도민연합이 지난 23일 경남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생 58명의 손편지를 어렵게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과 도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의장님, 학생 인권조례를 통과시키면 머리 색은 알록달록, 수업에 집중하기보다 화장, 휴대전화, 잠에 더 집중할 겁니다. 교권도 무너져 학생을 지도할 수 없게 될 겁니다.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해 주십시오”라고 썼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이런 일이 일어나면 큰일이다. 학생이 이런 걱정을 하는데 도의회에서 조례를 통과시키면 안 된다.

 학생을 망치는 학생인권조례는 있을 수 없다. 교육의 공급자인 교사와 수급자인 학생 간에 신뢰를 만드는 학생인권조례는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는 말 그대로 학생의 인권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담고 있다. 누구든지 성별뿐 아니라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다르다고 차별받으면 안 된다. 성인권 교육은 높은 성 가치관 형성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제는 별로 없어 보이는데 속에 숨은 본질이 다른 데서 사단이 일어나고 있다. 성별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제 3의 성을 인정하는 문제는 본질로 따져야 하는데 본질이 막혀버렸다. 현상을 같이 보면서 서로 본질이 다른 곳에 서 있으면 한 마음이 될 수 없다.

 중앙 정치에서 떠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요소가 많다.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은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330명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했다. 선거구 개혁안의 본질은 공평한 선거구를 만들어 모든 당이 공평한 룰을 따르는데 있다. 군소정당은 어떻게 하든지 의원 수를 더 내기 위해서는 이 표 저 표를 끌어모아 사표를 없애야 한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야 3당 등 군소 정당이 내미는 카드가 흥미로울 게 없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따르면 국회의원 몇 석을 잃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의 본질은 국민의 뜻을 잘 담을 수 있는 데로 흘러야 한다. 한데 본질보다는 현상에 치우쳐 군소 정당은 국회에 자리를 몇 석 더 가지는 데만 몰입한 모양새다. 손을 들고 있는 떡을 나눠주려하지 않는 거대 정당은 참 얄밉다. 본질은 없고 국회 자리만 왔다갔다하는 현상만 보일 뿐이다.

 손혜원 국회의원의 본질 이탈은 많은 사람을 허탈하게 한다. 목포 투기 의혹에 여러 말들이 많지만 공직자로서 엄격한 자기관리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백번 양보해도 투기가 아니라고 말하기 곤란하다. 공직자에게 주어진 이해충돌에 잇속 챙기기 쪽으로 마음을 튼 것으로 보인다. 본질은 없고 결국 현상에서 개인 이익을 찾았다.

 산상수훈 이야기로 돌아가 동굴 속에 들어가 보자. 영화를 보면 동굴 속에서 청년 8명이 본질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신과 대화하면서 (실제는 인간과 대화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 본질을 마음에 받아들이고 동굴 밖을 나설 때 찬란한 햇살이 얼굴에 떨어진다. 우리 사회에서 본질에 뿌리를 두지 않고 현상만 좇아 온갖 문제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동굴로 들어가 자신을 깊이 봐야 한다. 현상에 매몰되는 천박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많아야 쓸데없이 울리는 거친 소리가 동굴 밖에서 잦아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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