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6:21 (목)
대한과 입춘 사이
대한과 입춘 사이
  • 김숙현
  • 승인 2019.01.23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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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ㆍ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ㆍ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우리 조상님들은 계절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 절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조상님들이 사용했던 절기를 당연히 달의 위치에 따라 나누고 음력이 기준이 됐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것이다. 절기는 해마다 날짜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태양의 움직임이 기준이기 때문에 양력 날짜와 맞다. 절기를 통해 계절의 변화에 대비하며 농사일을 했고 날씨의 변화에 대한 생활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우리 조상님들께 절기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됐을 것이다.

 절기(節氣)에 따라서 낮과 밤의 길이도 알 수 있다.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 보다 긴 하지, 밤의 길이가 낮의 길이보다 긴 동지,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은 춘분과 추분으로 나뉜다. 절기는 사계절로 나눌 수 있고 계절마다 6절기가 있어 봄에는 입춘(봄의 시작), 우수, 경칩(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옴), 춘분, 청명, 곡우가 있다. 여름에는 입하(여름의 시작), 소만, 망종, 하지(낮이 가장 긴 날), 소서, 대서가 있다. 가을에는 입추(가을의 시작), 처서, 백로, 추분(밤이 길어지는 시기), 한로, 상강이 있고, 겨울에는 입동(겨울의 시작), 소설, 대설, 동지(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긴 날), 소한, 대한이 있다.

 절기에는 때에 맞는 풍습이 있었고 놀이와 먹거리도 즐겼다. 지금까지도 가장 잘 계승돼 온 풍습은 아마도 동짓날 팥죽 먹는 일일 것이다.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마술을 걸어 뒀기 때문이 아닐까. 동지를 기준으로 밤의 길이가 줄어드니 태양이 다시 살아났다고 믿었던 우리 조상님들은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여기고 팥죽을 먹었는데 붉은 팥이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중국 설화에서 영향을 받아 세월이 지나면서 지혜롭게 말을 바꿔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옛날 중국에 공공씨라는 사람에게 망나니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의 속을 무척 썩이더니, 죽어서까지 사람들에게 천연두를 옮기는 귀신이 됐다고 한다. 공공씨는 평소에 아들이 팥을 아주 싫어하고 두려워해서 팥죽을 쒀 물리쳤다고 전해진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역신을 쫓기 위해 동짓날에 팥죽을 쒀 먹기 시작했고 나쁜 귀신을 쫓기 위해 팥죽을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기도 했으며, 우리 조상들은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지만큼 계승하기를 권하고 싶은 절기가 있다. 입춘(立春)이다. 겨울 추위의 절정기인 대한(大寒)을 잘 이겨내고 보름쯤 지나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다. 우리 조상들님은 입춘이면 입춘방(立春榜)을 붙이는 의식을 경건하게 치렀다. 입춘방으로는 대개 입춘대길(入春大吉)ㆍ건양다경(建陽多慶)ㆍ국태민안ㆍ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ㆍ춘만건곤만복가(春滿乾坤萬福家) 등을 정성스럽게 써서 대문이나 대들보ㆍ천장 등에 붙였으며 봄과 함께 좋은 기운이 들어오길 기원했다.

 며칠 전에 대한을 보냈지만 그다지 추운 줄 모르고 넘겼다. 당초 강추위를 예보했기에 바짝 긴장했던 것과 달리 기상 이변은 없었고, 특별한 추위도 없이 겨울을 넘기는 듯하다. 물론 아직 꽃샘추위가 몇 번 더 찾아오겠지만 피부로 와 닿는 차가운 공기에서 어느새 봄기운을 느낄 수 있어 설렘으로 봄을 기대한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는 사람들에게 추위보다는 따뜻한 봄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봄기운에 새 마음으로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겨우내 나뭇가지에 웅크리고 있다가 움이 돋아 싹이 나듯 우리네 가슴에도 이제 희망의 움을 틔우고 싹을 내어 꽃도 피우고 열매를 꿈꾸는 기해년(己亥年)이 됐으면 한다.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 겨울은 말끔히 잊고, 좋은 글귀를 준비하며 새 마음을 다지고 대들보나 천정이 아닌 대문 앞에 그 글을 붙이면서 온갖 복이 대문으로 들어오길 기원해 가족의 화합을 다져보는 것이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 될듯하다. 집집마다 입춘대길(立春大吉)ㆍ건양다경(建陽多慶) 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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