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0:50 (금)
블라인드 사이드의 리 앤을 배우다
블라인드 사이드의 리 앤을 배우다
  • 김성곤
  • 승인 2019.01.2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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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교육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독서치료 자료에는 다양한 책과 더불어 영화도 사용된다. 존 리 행콕 감독의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2009)라는 영화도 독서치료 자료로 선정해 사용하고 있는데 진행자인 나 스스로가 감동을 받은 영화이다. 독서치료를 실시할 때도 진행자가 선택한 작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감동을 충분히 받고 진행할 때 참여자들에게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는 미국 풋볼선수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어머니 역할을 맡은 산드라 블록(리 앤 투오이)의 연기가 돋보이는데 이 영화로 그녀는 8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가 실화가 아니라면 주인공을 너무 신데렐라처럼 출세시켰다고 나는 생각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영화의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실화였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식당을 85개나 운영하는 부자가 마약중독자의 아들인 흑인 아이를 데려다 공부시키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지내기가 쉬웠을까? 나는 그럴 수 있을까? 투오이 가족은 추수감사절 전날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반팔 차림의 흑인 아이 마이클을 차 창밖으로 보게 된다. 무심코 지나치던 차를 멈추고 리 앤은 마이클에게로 다가와 “어디로 가니? 잘 곳은 있니”라고 질문을 했고 잘 데가 없는 것을 알아차린 리 앤은 마이클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재운다. 아침 일찍 마이클이 잤던 곳으로 내려갔던 그녀는 이불을 잘 정리하고 리 앤의 집을 나선 마이클을 발견한다. 리 앤은 집을 나서는 마이클을 쫓아가 다시 집으로 데려오고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내게 되는데 말없이 혼자 음식을 먹고 있는 마이클을 발견한 리 앤은 가족들을 식탁으로 모이게 하고 식사를 함께 나누며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투오이 가족은 마이클에게 음식만 주지 않고 함께 먹고 즐겼다. 물질만 주지 않고 마음도 함께 나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리 앤이 마이클을 위해 방을 준비하고 마이클이 자신의 침대를 처음 가져본다고 말하자, 리 앤은 목이 메어 방을 나선다.

 리 앤과 더불어 투오이 가족은 모두 마이클에게 애정 어린 태도를 보이며 그를 지원하는데 아내와 엄마가 결정한 일에 대해 모두 동참하고 함께 나누는 모습에서 가족의 성숙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부자 친구들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을 믿고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했던 리 앤은 따뜻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리 앤은 마이클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진 친구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 앞으로 너희들 만나지 않을 거야!”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었으며 힘들게 살아온 마이클을 리 앤의 친구들이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오히려 마이클로 인해 변화한 건 리 앤 자신이라고 말한다.

 리 앤은 자녀들 교육할 때도 사랑하되 거부할 것은 분명하게 거부했다. 게임 시간을 정해주고 식탁에 팔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며 누나를 따라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가려는 아들에게 그곳에는 갈 수 없다고 주의를 줬다. 마이클에게도 대학에 들어간 후 노는 건 좋은데 대책 없이 임신시킬 경우 가만두지 않는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따뜻하면서도 엄한 엄마였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함께 갖춘 리 앤의 모습에서 성숙한 여인의 위엄을 느꼈고, 마이클을 입양할 때도 생모를 찾아가“마이클은 영원히 당신의 아들”이라고 말하며 생모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고 위로하는 모습 속에서 한없는 인간애를 느꼈다.

 리 앤과 마이클 또한 대학 입학으로 인한 갈등을 겪게 되는데 마이클을 돌봐주는 목적이 리 앤의 모교인 미시시피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조사관의 말에 충격을 받아 마이클은 가출을 하게 되고, 리 앤은 마이클이 풋볼선수로 대학에 입학하고 싶은지? 어느 대학에 입학하고 싶은지 등 그의 의견을 묻지 아니 했다는 자책감에 빠지게 되고 스스로에게 “난 정말 좋은 사람일까?”라고 질문한다. 그녀의 이런 물음에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남편의 태도와 갈등의 순간 남편이 아내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모습에서 성숙한 부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마이클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대학을 진학하게 된다.

 마이클이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아버지는 가출했고 엄마는 마약중독자이고 체육관에서 떨어진 팝콘을 주워 먹던 아이, 서류가 없어서 정확한 나이도 몰랐고 IQ가 80, 성적이 하위 6%였던 마이클은 리 앤이라는 여성의 진정성 있는 보살핌으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했으며 풋볼 전미 국가대표 선수가 됐고 대학에서 우등생이 됐고 졸업 후 프로 선수가 됐다. 우리 모두 사랑을 이야기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한다고 그러나 사랑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할 때이다. 고귀하고 가슴 뛰는 진심 어린 사랑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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