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1:14 (수)
인재 등용과 백락일고
인재 등용과 백락일고
  • 이광수
  • 승인 2019.01.2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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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ㆍ주역명리작명가
이광수 소설가ㆍ주역명리작명가

새해를 맞아 관가의 신년 인사이동으로 술렁이는 가운데 희비가 엇갈렸다. 승진과 영전이 된 사람은 새해맞이 희망으로 가득했겠지만 아쉽게 탈락한 사람은 실망감에 사로잡혀 일할 맛을 잃고 있을 것이다. 화원을 경영하는 친구로부터 무성한 하마평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새해가 되면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보직 영전과 승진이다. 특히 공직사회에서는 평생 목을 매는 중대사다. 직급승진이나 보직 영전에 따라 직장 내와 사회적 대우는 현격히 달라진다. 가정에서도 자랑스러운 부모와 남편, 아내가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직무수행능력이 상사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신바람이 난다. 승진과 보직 이동의 원칙은 조직 인사규칙으로 규정돼 있으며, 정해진 룰 안에서 인사권자의 재량으로 인사가 단행된다. 그러나 원칙은 원칙일 뿐 잘 지켜지지 않아 인사 후유증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선거로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부터 자치단체장까지 물갈이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인사권자의 인사방침에 따라 인사 희비가 엇갈린다. 전임자로부터 신임을 받아 발탁된 인재도 그 위치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 공공기관의 인사는 연공서열과 근무평정 등으로 평가된 승진 후보자 명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산하 기관단체장 및 임원인사는 선거 공신의 보은 낙하산인사가 관례화(?)돼 있어 매번 인사 후유증이 발생한다. 선거로 권력을 잡은 자가 제사람 쓰겠다는데 막을 도리는 없겠지만 적재적소라는 인사 기본원칙만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인사에 청탁은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항상 따라다닌다. 예전엔 상급기관과 국회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으나,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도ㆍ시ㆍ군의원과 선거캠프의 인사 청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듯이 객관적으로 수긍이 가는 인사원칙이 적용돼 직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발탁되면 무슨 뒷말이 있겠는가. 그렇지 못한 인사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항상 인사 후 뒷말이 무성하다. 인재를 보는 인사권자의 시각은 리더의 개인적 성향과 자질에 따라 달라진다. 필자의 공직 경험에 의하면 뛰어난 직무수행능력을 가진 직원을 유능한 인재로 발탁하는 기관단체장은 드물고, 일 처리 능력은 떨어져도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예스맨을 선호하는 리더가 대부분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민선 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조직 구성원을 편 가르기로 관리하는 자치단체장도 봤다. 선거철만 되면 알게 모르게 특정 후보 줄서기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 리더가 제대로 된 공정인사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편파 인사를 일삼으면 그 조직은 콩가루 집단이 된다. 승진이나 보직 이동 시 능력대로 대우받지 못한 인재는 조직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고 일 처리도 소극적으로 하며 몸을 사리게 된다. 그리고 차기 선거를 기다리며 와신상담한다.

 백락일고(伯樂一顧)는 불공정한 인사로 인해 아까운 인재가 쓰임 받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고사성어다. 명마도 백락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신하가 있어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능한 군주와 권력자의 주변에는 간신모리배와 재방들만 우글거리게 된다. 책사 제갈량도 유비 같은 현군의 삼고초려 끝에 발탁됨으로써 현출한 그의 지혜가 발휘됐다. 흙 속에 묻혀있는 보석 같은 인재를 발탁용인 하는 능력은 지혜로운 리더의 최고 덕목이다. 이조시대 명군인 세종과 정조임금은 유능한 인재발굴을 위해 노심초사 고민했다. 세종실록을 보면 `전심연업(專心鍊業) 후일대용(後日大用)`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전심으로 본분을 갈고 닦으면, 후일 크게 쓰일 것이다`라는 뜻으로 세종대왕이 인재양성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잘 알 수 있다. 백락일고의 인재 등용을 했기 때문에 한글을 창제하고 재위 32년 동안 국운 융성과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다. 개혁정치로 문예 부흥을 이룩한 정도 임금 역시 마찬가지다. 문과 대과급제자(33인)인 예비관리를 대상으로 친히 묻고 답한 최종면접시험인 책문(策問)에서 `…중략. 어떻게 하면 알차지 않은 사람을 헛되이 추천하는 일 없이 인재를 놓치지 않고 등용할 수 있겠는가. 화려한 이력에만 구구하게 얽매이지 않고, 실제에 힘쓰는 인재를 구할 수 있겠는가. 규격에만 절절하게 굴 것이 아니라 두루 준수한 인재를 구해 훌륭하고 재능 있는 사람 가운데 빠뜨린 인재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두 분 성군의 백락일고 용인술을 보면 리더의 유능한 인재 등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갑질 논란과 내로남불로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 권위 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한 일부 선출직과 공신 보은 낙하산 인사들의 후안무치한 행태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그 자리를 바르게 지키느냐가 문제다. 능력 있는 인재가 쓰임을 받지 못하는 조직풍토에서 혁신과 발전은 난망 지사요 화중지병에 불과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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