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2:09 (금)
<영화 산상수훈>스님의 시각으로 성경 고찰 `본질`을 꿰뚫다
<영화 산상수훈>스님의 시각으로 성경 고찰 `본질`을 꿰뚫다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9.01.15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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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3일부터 3월 4일까지 세르비아에서 열린 제46회 베오그라드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대해 스님.
지난해 2월 23일부터 3월 4일까지 세르비아에서 열린 제46회 베오그라드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대해 스님.

영화 `산상수훈` 감독 `대해 스님`은

`진리는 하나` 뿌리 접근 탐구

"종이로 돌아가는게 천국" 화두

국제영화제 초청 잇달아

세계 4대 종교 영화제 초청

종교 초월한 호평 넘쳐나

 기독교와 불교는 물과 기름같이 서로 겉도는 종교일까? 스님이 기독교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떨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기독교 영화 `산상수훈`은 비구니 영화감독인 대해 스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영화 내용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

 대해 스님은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베오그라드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받아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9관왕을 수상했고 카잔 무슬림 국제영화제, 가톨릭영화제, 황금기사 국제 영화제(국제 기독교 영화제), 소태산 영화제(원불교 영화제), 릴리전 투데이 국제 종교영화제 등 세계 4대 종교 영화제에 초청받아 `예수님 복음 상`, `새로운 시선 상` 등을 수상하며 종교를 초월해 호평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10월 평화회담이 개최됐던 크림반도의 얄타에서 `황금평화상`을 수상했고 11월에는 로마 살레시안 교황청 대학교에서 영화의 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가 세계적 이슈가 되자 미국 CNN 방송도 이 영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영국의 BBC 방송도 대해스님과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제11회 체복사리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제11회 체복사리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세계 명문대학들의 초청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와 에모리 대학교,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강연을 했으며 오는 3월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와 유니언 신학대학교, 예일대학교에 강연이 예정돼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와 프랑스 파리 대학교, 독일 함부르크 대학교 등과는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여파는 국내에서도 대단하다. 국회 조찬기도회(기독교),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가톨릭), 국회 정각회(불교)의 주관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많은 국회의원들의 참석 하에 개최된 국회시사회와 기독교, 가톨릭, 불교, 원불교 지도자들이 함께한 4대 종교 시사회에서도 영화가 걸렸다. 국내외의 뜨거움을 반증하듯 영화는 지난 2017년 12월 7일 개봉 이후 1년 넘게 장기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산상수훈`은 대해 스님의 4대 성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은 성인 소크라테스의 뜻을 전하는 `소크라테스의 유언`이며 `산상수훈`은 지난 2017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예수님의 가르침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담고 있는 산상수훈(마태복음 5장 ~ 7장)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영화는 비유가 넘치는 난해한 성경 내용을 논리적으로 풀이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경산 남천면 성굴사에 있는 동굴이다. 신학생 8명이 동굴에 모여 산상수훈 성경을 들고 서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도출해나간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었는데 왜 내게 원죄가 있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데 왜 나의 죄가 사해지지?` 등과 같은 날 선 질문에 통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동안 우리가 궁금해하면서도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들이다.

 대해 스님이 `진리`를 비추는 창으로 성경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은 경전이다. 불경도 경전이다. `경전`이란 게 뭔가. 진리를 써놓은 책이다. 성경도, 불경도 모두 진리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비유로 써놓다 보니 사람들이 알기 힘들다. 종교는 한 그루 나무다. 우리는 나무의 근원인 뿌리를 찾아야 하는데 흙에 덮여서 안 보인다. 그 때문에 경전은 종종 왜곡된다. 기독교도 그렇고, 불교도 그렇다. 영화 `산상수훈`을 통해 뿌리를 찾아가는 `징검다리`를 하나 놓고 싶었다."

 대해 스님이 걷는 이 일련의 자취들은 하나의 의미를 보여준다.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진리는 하나"라는 것이다. 그릇이 무엇이든 내용물은 하나다. 본질(本質)이 중요한 것이다.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대해 스님과 배우 백서빈이 인사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대해 스님과 배우 백서빈이 인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본질을 알아야 한다. 이제 현상과 본질이 하나가 돼야 하는 시대가 됐다. 옛날에는 하얀 종이로 배를 만들었다면 배가 현상이고 배의 본질이 종이다. 현상에서 종이, 그러니까 본질에서 현상을 조금씩 빼먹으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해서 되는게 아니다. 이제 본질을 알아야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본질이란 무엇일까.

 "본질은 현상, 즉 이 세상에서 보여지고 있는 모든 것들의 이면(裏面)에 있는 것이 본질이다. 그걸 가지고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하는데 이는 현상이 색(色)이고 본질이 공(空)이다. 기독교에서는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얘기한다. 종이가 배로 됐다면, 배로 굳혀 버리는 것이 선악과라는 것이다. 굳히지 말아라. 종이로 돌아가야 되니까. 종이로 돌아가는 것이 천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본질로 회향을 하라. 다 이렇게 말을 한다."

 대해 스님은 자신의 정체성, 본질에 해매는 이들에게 `산상수훈`을 통해 깨달음을 주는 것이 목표다.

 영화를 보고싶어 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운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진리`를 쉽게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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