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8:27 (화)
이념 내려놓고 작품 속 아이 이야기 들어요
이념 내려놓고 작품 속 아이 이야기 들어요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1.15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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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 작품 ‘우리 함께’.
선무 작품 ‘우리 함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아이의 이야기 속 그 아이’

선무ㆍ노순택 등 작가 4명

분단 국가 희망 메시지 전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갤러리는 ‘아이의 이야기 속 그 아이’ 전시를 지난해 말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한다.

 ‘아이의 이야기 속 그 아이’에서 아이란 과거에 우리가 겪은 유년시절의 아이, 현재 같이 성장하고 있는 아이, 또한 미래의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이 전시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 희망을 표현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는 한애규, 최민식, 노순택 그리고 선무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선무는 탈북 작가로 북한에서도 미술을 전공했으며 한국으로 넘어와 홍대 석사 과정을 밟았고 꾸준히 미술 작업에 전념했다.

 선무라는 이름은 그의 예명으로 ‘국경이 없음’을 뜻하는 이름이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꼭 선글라스나 모자를 쓰고 나타난다. 북에 남아있는 그의 가족에게 피해가 될까 그는 아직도 그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중국에서 잠깐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중국 공한당에 체포가 될 뻔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던 쇼버그 감독은 그때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선무다’로 제작했고 이 영상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선무의 작품에는 아이들이 대체적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작품 속의 아이는 국경의 경계없이 꿈을 꾸는 아이, 북한에서 유년기 시절을 보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를 이야기했던 따뜻한 뉴스를 접한 선무는 가까운 시일 내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노순택 작품 ‘붉은 틀’.
노순택 작품 ‘붉은 틀’.

 또한 선무는 가까운 미래에 그의 예명이 아닌 실명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최민식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으로 거짓과 왜곡 없는 리얼리즘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부산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 속 아이들의 모습에서 절망과 좌절 그리고 아픔은 찾아볼 수 없다. 그때 당시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과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최민식은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한애규는 작품 ‘행렬’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으로 끊어진 북방으로의 길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장에는 동물상과 반인반수가 행렬하듯이 배치돼 있다. 행렬 속의 동물은 인류와 함께한 가축들이며 이 행렬에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있다. 작가는 이 행렬이 안전하고 바른길을 따라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몫을 기대하고 있다.

 노순택의 작품 ‘붉은 틀’은 흡사 기하학 패턴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 그림은 매스게임의 한 장면이다.

 우리는 북한의 공연을 떠올릴 때 굉장히 균일하고 실수 하나 없는 기계적인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 작품 속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조직성, 집단주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곡예에 가까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진을 클로즈업했을 때 아이들은 옆 친구를 곁눈질하기도 하고 실수에 얼굴이 일그러지기도 한다. 노순택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려져 버린 것을 담으려 했다.

 또한 노순택은 우리가 북에 대한 이미지를 오해하고 있고 개인이라는 것은 결국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바랐다.

 한편, 김해클레이아크미술관은 매년 어린이 미술대회를 주최하는데 지난해 5월의 어린이 미술대회 미술주제는 ‘북한에 간다면’으로 당일 현장에서 공지되었다.

 모두가 하나 돼 냉면을 먹는 모습, 철도를 타고 북한으로 향하는 모습 등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상상력이 담겨진 그림은 ‘아이의 이야기 속 그 아이’ 전 옆에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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