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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돝섬의 황금돼지상
창원 돝섬의 황금돼지상
  • 강보금 사회부기자
  • 승인 2019.01.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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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금 사회부기자
강보금 사회부기자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 예부터 돼지는 돼지 `돈`(豚) 자가 `돈`(화폐)과 음이 같아서 재물을 뜻하기도 하고, 돼지꿈은 길몽이라 해서 행운을 부르는 동물로 크게 반겼다. 다산의 상징도 바로 돼지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재물운이 좋다는 말도 있다. 새해에 이런 황금돼지의 기운을 잔뜩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1월에 가볼 만 한 여행지로 선정한 곳, 창원의 상징 돝섬이다. `돝`은 돼지의 옛말로, 말 그대로 돼지 섬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섬이다. 돝섬은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한다. 면적은 11만 2천㎡다. 둘레길은 1.5㎞로 출렁다리 현수교, 보트 선착장, 바다 전망대와 바다 체험장으로 이어지는 파도소리길은 약 40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섬 입구에는 정확하게 언제 건립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황금돼지상이 서 있다.

 지난 2010년 옛 마산ㆍ창원ㆍ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하기 이전부터 세워진 이 황금돼지상은 돝섬의 보물이 됐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돝섬이 큰 피해를 봤지만, 이 황금돼지상은 무사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이 돼지를 보면 부자가 되고 코를 만지면 복이 두 배가 된다는 소문도 나면서 관광객들이 코를 만지며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돝섬이 황금돼지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창원시 허선도 관광문화국장은 황금돼지로 불린 이유를 재미있게 풀었다. "돝섬에는 신라시대 대문장가 최치원과 금빛 도야지의 설화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김해 가락국 왕이 총애하는 후궁이 고향을 그리워하다 홀연히 사라진다. 왕은 후궁을 찾고 있었는데 한 어부가 골포(마산합포구) 앞바다 조그만 섬에서 절세 미녀를 봤다고 아뢴다. 왕은 신하를 보내 섬에서 배회하던 후궁의 환궁을 재촉하지만, 후궁은 금빛 도야지로 변해 두척산(무학산) 큰 바위 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금빛 도야지가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잦자 군사들이 두척산을 포위했고, 그 순간 황금돼지는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섬으로 사라졌다. 그때부터 섬은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 변해 돝섬으로 불리게 됐다. 신라 때는 돝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니 잦아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돼지는 수백 종이 있으나, 대부분 유라시아 멧돼지 후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애용되는 동물로, 한자로는 돈(豚)으로 표기된다. 처음 가축화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1만 1천년 전으로 추측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돼지의 위상은 대단하다. 조상의 음덕을 부르는 제사음식이 됐다. 제물에 흠결이나 상처가 있으면 안 된다. 돼지는 그 자체가 흠결 없는 동물로 여겨져 신성시했다.

 돼지는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 같은 말로서 본래는 새끼를 뜻하는 말이다. 고어(古語)에 `돝`이 어미돼지이고, `도야지`나 `돼지`는 새끼돼지인데 언젠가 `돝`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이후 `돼지`가 `돝` 대신 표준어가 됐고 `도야지`는 방언이 됐다. 그래서 가축 중에 `돼지`만 새끼의 명칭이 `돼지 새끼`로 쓰이게 됐다.

 돼지는 복과 재물을 상징한다. 신이 준 가축으로 여겼다. 짧은 임신 기간에 다산하는 특성 때문이다. 돼지의 회임 기간은 4개월이다. 한 번에 1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엄청난 번식력이 재물의 상징이 된 것이다.

 집돼지는 흔히 `미련함` 등으로 상징되지만 의외로 청결한 동물이다. 돼지는 목욕을 좋아하며 체온을 낮추기 위해 수시로 목욕을 한다. 지저분한 동물로 잘못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가장 깨끗한 동물이다. 잠자리에 배변하는 일이 없다. 갓 태어난 새끼도 다른 곳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온다. 돼지가 `뒷간`을 뒹구는 이유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물이 없기에 배설물에서라도 목욕을 하기 위함이다. 후각도 뛰어나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송로버섯을 찾는데 돼지가 동원되기도 한다. 지구상 가장 지능 높은 동물 중 하나다. 세 살배기 아이의 지능과 비슷하다고 한다. 개는 차치하고 영장류보다도 훨씬 영리하다. 돼지는 의학적으로도 각광받았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인간의 장기 위치와 가장 유사한 동물이 돼지다. 복부를 절개한 사람의 장기 모습과 돼지의 그것은 크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일치한다. 이 때문에 서기 2세기 그리스의 의학자, 철학자였던 갈레노스가 돼지를 이용해 해부학을 연구한 이래 돼지는 많은 의학자들의 `동반자`가 됐다. 오늘날에도 돼지는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연구에서 크게 활용되고 있다.

 돼지는 많은 문명권에서 `행운`, `부`의 심벌로 자리 잡고 있다. 본래 그리스에서는 서유럽식 점토인 피그로 만든 그릇에 돈을 모았는데 19세기 무렵 한 은행에서 판촉용 저금통을 만들면서 "피그점토로 제조해 달라"고 주문한 게 공장에서 `돼지 모양`으로 만들어 `돼지저금통`이 탄생했다고 한다. 고사상이나 안전기원제를 지낼 때 웃는 돼지의 입에 지폐를 물리는 풍습은 돈을 쫓아다니는 현대인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이는 횡재수로 연결이 된다. 특히 돼지꿈은 길몽으로 최고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고 싶어진다. 복권당첨자들은 하나같이 돼지꿈을 꾸고 복권을 샀다고 한다. 1월이 가기 전에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첫 여행을 복을 주는 창원의 돝섬에서 황금돼지상을 만나 코도 만져보고 소원도 빌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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