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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억’ 그리고 삶의 흔적 자서전
‘한국의 기억’ 그리고 삶의 흔적 자서전
  • 경남매일
  • 승인 2019.01.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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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호 하동문화원장

 지구촌 전체가 문화의 세기를 맞아 새로운 가치 창출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국가와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온국민이 문화융성의 새로운 가치를 제대로 인식해 향토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록유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보존관리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국가나 자치단체 그리고 문중이나 개인도 삶의 흔적인 과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잊혀지거나 구전으로 전해져오는 과거 자체를 역사라 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과 시대상황을 진솔하게 의미를 부여해 기록으로 남겨질 때 그 사실들을 우리는 역사라고 한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도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기록물들을 보존하고 후세에 귀감으로 삼고자 ‘세계의 기억’이라고 칭하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켜 철저하게 관리해오고 있다.

 우리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목록을 살펴보면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조선왕조의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동의보감’, ‘조산통신사에 관한기록’, ‘조선왕실어보와어책, 한국의유교책판’,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새마을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일성록’, ‘인권기록유산 5ㆍ18광주민주화운동기록물’, ‘승정원일기’, ‘불도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해려본’ 등이 등재돼 관리 보존되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의 역사 속에 남겨진 소중한 기록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거나 암울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록물이 없어지거나 외침에 의해 도난당하는 아픈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임진난의 맹호 정기룡 장군의 일대기와 전술전략, 고려대장경판의 주역이신 정안 선생의 기록물 등이 미미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고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고자 국사편찬 위원회, 국내외 대학의 전문가, 사학자 등이 참여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아직은 성과가 미흡해 아쉬움도 있지만 역사의 기록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런 향토사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우리 문화원을 비롯한 전국의 지방문화원이 부설 ‘향토사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지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발굴하고 연구해 계승발전 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어 그들 향토사학자들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이런 바탕 위에 최근 하동문화원 향토연구소에서는 충의공 정기룡 장군, 정안 선생에 이어 서부경남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됐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조성가(趙性家)의 갑오일기(甲午日記)가 발견됨에 따라 국사편찬위원회와 원광대학교의 협조로 그 번역본을 편찬해 우리 지역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을 알리게 돼 다행스럽다.

 그 번역본은 1894년 1년 동안 동학농민혁명이 어떻게 전개됐으며 일제의 침략에 맞서 어떻게 싸웠는가를 알려주는 구체적인 자료로서 동학농민혁명 관련자들에 대한 사실적 정보뿐만 아니라 한국민주화운동의 발전과정은 물론 후세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실패로 엄청난 희생이 따랐고 그로 인한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향토역사의 정체성을 찾고 지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조성가의 갑오일기가 발견됨으로써 150년 전 시작된 우리 지역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을 제대로 알릴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호국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런 향토의 역사와 인물에 대한 기록물도 중요하지만 문중이나 개인의 보석같은 삶의 흔적도 자서전 형식이던 일기 형식이던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최근에는 자서전 형식의 출판기념회 소식은 물론 어르신들의 칠순 팔순의 기념으로 집안의 소중한 역사를 자서전으로 만들어 자손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남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분들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울러 역사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것인 만큼 긍정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정은 교훈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 역사의 기록인 ‘한국의 기억’이 후세에 어떻게 비춰질까를 생각하면서 100년 미래의 하루하루를 설계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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