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탁자 위
투명한 유리 찻잔에
말린 국화꽃 서너 잎 떨구고
뜨거운 물 찬찬히 부우면
작은 물결에도 꽃잎은
춤추듯 움직이고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속에
가을향이 피어난다
손으로 한 줌 움켜쥐면
그 향이 머물려나
물빛은 노랗게 우러나고
손끝에는 따스함이 스며들고
잔잔한 음악소리에
차의 맛이 깊어지면
잊고 있었던 가을이
언젠가 잠시 왔다가
바쁘게 떠났음을
기억나게 한다
꽃도 낙엽도 다 지고
살얼음 언 소식을
열흘도 더 전에 들었으니
분명 겨울은 창밖에 와있는데
떠나지 못한 나의 가을은
국화꽃 피어난
찻잔 속에 머물러
이제서야 느릿느릿 익어간다
시인 약력
ㆍ함안 출생
ㆍ‘서정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ㆍ‘문학바탕’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
ㆍ시집 ‘내 그리움이 그대 곁에 머물 때’(2018)
‘너에게 꽃이다’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그대가 곁에 없어 바람에 꽃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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