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15 (토)
국화차를 마시며
국화차를 마시며
  • 강원석
  • 승인 2019.01.01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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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석
강원석

나무탁자 위

투명한 유리 찻잔에

말린 국화꽃 서너 잎 떨구고

뜨거운 물 찬찬히 부우면

작은 물결에도 꽃잎은

춤추듯 움직이고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속에

가을향이 피어난다

손으로 한 줌 움켜쥐면

그 향이 머물려나

물빛은 노랗게 우러나고

손끝에는 따스함이 스며들고

잔잔한 음악소리에

차의 맛이 깊어지면

잊고 있었던 가을이

언젠가 잠시 왔다가

바쁘게 떠났음을

기억나게 한다

꽃도 낙엽도 다 지고

살얼음 언 소식을

열흘도 더 전에 들었으니

분명 겨울은 창밖에 와있는데

떠나지 못한 나의 가을은

국화꽃 피어난

찻잔 속에 머물러

이제서야 느릿느릿 익어간다

시인 약력

ㆍ함안 출생

ㆍ‘서정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ㆍ‘문학바탕’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

ㆍ시집 ‘내 그리움이 그대 곁에 머물 때’(2018)

‘너에게 꽃이다’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그대가 곁에 없어 바람에 꽃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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