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추상화에 은닉된 폭력
핑크빛 추상화에 은닉된 폭력
  • 연합뉴스
  • 승인 2018.12.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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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
서울대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

 

서울대미술관 ‘여성의 일’

가정폭력 피해자 멍 모티브




 연말 서울대미술관 3층 전시장이 온통 ‘사랑스러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 분홍과 주황, 노랑 계열의 추상화 여러 점이 연이어 걸렸다. 그림마다 아래 귀퉁이에 ‘1366 project’라는 글자가 써 있다.

 1366. 여성긴급전화 번호다. 노승복 작가 그림이 마냥 핑크빛일 수 없는 이유다. “2002년부터 1년 정도 한국여성의전화 직원들에게 사진을 가르쳐주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정폭력 피해 사진들을 보게 됐어요. 끔찍했죠. 그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끔찍함 이상의 것을 작업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울긋불긋한 추상화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사진 속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멍 이미지를 수천 배로 확대해 작업한 것이다. 그렇게 폭력을 직접 증거하는 실체는 사라졌다.

 27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원 이미지를 없앤 것은 그렇게 숨겨진 폭력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은닉돼 있기에 더 처벌하기 어려운 폭력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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