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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ㆍ주자 영정, ‘경상대 도서관’에 왔다
공자ㆍ주자 영정, ‘경상대 도서관’에 왔다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8.12.1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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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마지막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이 그린 공자 영정.
조선시대 마지막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이 그린 공자 영정.

조선 말기 채용신 그린 작품

진주 도통사서 영구 기탁

 경상대학교(GNU) 도서관(관장 장봉규 교수)은 18일 오전 11시 30분 중앙도서관 회의실에서 진주 도통사(회장 안성효) 소장 공자ㆍ주자 영정 영구 기탁식을 가졌다.

 이번에 기탁된 영정은 조선시대 마지막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이 그린 작품이다. 채용신은 고운 최치원ㆍ영조ㆍ고종ㆍ흥선대원군ㆍ면암 최익현ㆍ매천 황현 등의 영정을 그린 인물로, 조선말기 초상화의 대가이다.

 그는 서양식 명암법을 도입하는 등 전통과 근대를 이은 화가로 평가받는다.

 채용신 화법의 특징은 극세필을 사용해 인물의 수염 하나, 주름 하나까지도 실제적 입체감이 나타나도록 표현한다. 화문석 문양을 깔고 앉은 주인공의 모습, 인물의 비례, 손의 자세와 생김새, 주름, 옷의 문양까지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가 그린 영정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많다. 공자ㆍ주자 영정도 채용신 화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전하는 공자ㆍ주자 영정 중 가장 사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기탁한 영정이 본래 보관돼 있던 곳은 진주시 내동면 ‘도통사(道統祠)’라고 하는 사우(祠宇)이다.

 도통사는 공자ㆍ주자ㆍ안자(회헌 안향)의 영정을 모신 사우이며, 일제시기 유림 조직을 결성해 전국적인 유교 부흥운동을 펼치던 매우 역사 깊은 곳이다.

 안향은 고려말 불교의 폐단이 극심하자, 중국으로부터 성리학을 도입한 인물이다. 공자와 주자의 영정을 중국에서 그려와 벽에 걸어두고, 주자학을 연구하는 등 고려 말기 유학 진흥에 큰 공적을 남겼다. 조선말기 경남지역 유학자들도 조선후기 유교의 당파성과 병폐를 지적하는 동시에 외세가 밀려오는 혼란한 시기가 고려말기의 상황과 같다고 인식했다.

 이에 공자-주자-안자(안향)를 숭상해 도통을 확립하는 것이 외세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도통사에서 경남지역 인물을 주축으로 유림 조직을 결성했다. 우리나라 유교 부흥운동을 주도해 전국적인 호응을 얻어 나갔다.

 1910년에는 안향과 관련된 문헌을 출판하고, 2천2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유림 조직망을 완성했다. 1912년에는 경기도 파주 영모당에 있는 안향의 영정을 봉안해 오게 하고, 1913년에는 조선시대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을 경기도 화성의 궐리사에 보내 공자ㆍ주자의 영정을 그려오게 했다. 그리고 도통사를 건립해 세 영정을 봉안했다.

 도통사 안성효 회장은 “영정 원본의 영구 보존을 위해 경남지역 고문헌 전문 도서관인 경상대학교 고문헌도서관에 남은 영정을 영구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경상대 도서관이 잘 보존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장봉규 도서관장은 “도통사의 정수인 공자와 주자의 영정을 경상대학교 도서관이 소장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은 일이다. 앞으로 잘 보존ㆍ관리해 연구와 교육에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경상대학교 도서관은 채용신의 작품인 공자ㆍ주자ㆍ제갈공명ㆍ정제용 영정과, 이조년 영정 등 다섯 점의 영정을 소장하게 됐다. 이정희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기탁받은 영정과 소장하고 있는 영정을 내년 고문헌도서관 전시실에 전시해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이 널리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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