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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여! 학생인권조례, 무엇이 두려운가?
어른들이여! 학생인권조례, 무엇이 두려운가?
  • 박남희
  • 승인 2018.12.17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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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박남희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공방이 한창이다. 문득 박근혜 전 대통령 촛불 탄핵 이후 치뤄진 지난 대통령 선거 대선 토론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안보와 국익을 지킬 적임자는?`이라는 주제 토론에서 한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언급했고, 나머지 후보는 이를 두고 입장을 밝히는 모습이었다. 속으로 `또 시작했군. 어찌 안 나오나` 했다. 군대 내의 민주적 문화 조성, 군인들의 인권 존중을 얘기하면 어김없이 "군인들 간의 동성애를 조장하자는 말이냐?"며 핏대를 세운다. 그때의 모습이나 현재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벌어지는 모습이나 거의 흡사하다. 예견했다는 사람들도 만났다. `인권=동성애 조장`이라는 등식을 내세우면서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학생들 간의 동성애가 무한 허용돼 학교가 난장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헛웃음이 날 뿐이다. 누구 말대로 동성애가 조장한다고 되는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이번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선언적 의미의 인권보장을 넘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만들어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

 법이 있는데 왜 만드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법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래서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돼 왔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생들을 한 개인으로서 존중하기보다는 통제와 지시받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학생다움`이란 이유로 허용되는 과도한 통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는 폭력. 이 모든 게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그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바람들이 법과 제도를 통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유독 그 확산이 더딘 곳이 학교이다. 이는 앞서 얘기한 `생활지도`, `훈육`, `학생다움`, `교권` 등의 이유로 어른들 간의 묵시적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입시와 경쟁, 출세를 위한 무한 질주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묵살돼도 "다 너희들을 위한 일이야!"라는 동의. 그러나 이제는 양심선언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학교는 학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먼저 양심선언을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우리의 아이들이 좀 더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학교에만 전적으로 맡겨두지 않겠다. 아이들의 인권이 비단 학교에서만 존중받지 못했겠는가? 아니다. 가정에서의 책임도 크다. 가정폭력으로 상처받게 하고, 밤늦도록 학원으로 내몰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었다. 친구들과 즐겁게 놀 시간을 주지도 않았다. 건강한 먹거리 대신 편의점 음식을 먹게 했다. 나 편하자고 일찍부터 디지털 세계에 노출시켰다. 깊게 반성한다. 가정에서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인권 친화적 문화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

 경남학생인권조례, 무엇이 두려운가? 지금까지 우리는 학생들에게 한 번도 자신이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려야 할 천부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친 적이 없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지도 배우지도 못했으니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도 서툴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키울 것인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고 미룰 것인가? 우리 학생들을 믿고 맡겨보자.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타인의 권리가 존중될 때 나의 권리도 더욱 빛난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터득하게 될 것이다. 그 시작이 이번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됐으면 한다. 총칙에서 제51조, 부칙까지 소리 내어 낭독해 본다면 "아하! 이런 내용이었구나" 싶을 것이고, "별거 없네"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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