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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예산 처리 과정을 바라본 단상
2019년 예산 처리 과정을 바라본 단상
  • 이창호
  • 승인 2018.12.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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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경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본지 편집위원
이창호 경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본지 편집위원

 지난 8일 새벽 4시 30분경 47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매년 이맘때 보는 뉴스와 같이 바뀌는 게 없이 벼락치기하면서도 법정시간을 넘긴 건 물론이고,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예산안이 제일 늦게 처리돼 세월이 갈수록 더 나빠지는 것 같아 갈수록 역주행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더불어한국당`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면서 정부 원안에서 5조 2천억 원을 깎고, 4조 3천억 원을 늘려 전체적으로 9천300억 원 정도 줄였다고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근거도 녹취록도 없는 정체불명의 소소위에서 소위 `실세`들의 지역 사업들을 짬짜미로 올려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증액시키면서 일자리와 복지예산은 줄인 것으로 각종 언론에서 보도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이 같은 짬짜미 예산의 처리는 국회와 국회의원을 불신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며, 원성이 자자한데도 불구하고 소소위에서 쪽지나 카톡 등 예산을 많이 배정받은 소위 실세 국회의원은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고, 알려질수록 지역에서는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지역에서 환영받다 보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뉴스에서도 소소위에서 받은 예산 항목과 실명을 보도하지 못하는 촌극까지 발생한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즉, 예산을 자기의 지역구에 많이 가져올수록 재선 등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기에 그저 답답할 뿐이다.

 이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을 지역민들의 투표로서 의원을 선출하다 보니 지극히 당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의도에서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그때부터 재선 등 연임하기 위해서 계파의 보스 등 유력자에게 줄 서기를 하면서 윗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엄격하게 하는 꼰대와 갑질이 늘어가고, 언론에 서로 많이 노출하거나 주목받기 위해 발언을 강하게 하고, 심지어 막말까지 서슴지 않고 행하면서 자신의 지명도를 올려서 소위 실세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놓고, 선심용 `예산 폭탄`으로 연임을 보장받고자 하면서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인 국민을 찾는 현상이 반복돼 왔으며, 국민들은 본인의 세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른 체 `절 모르고 시주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현상들이 모여서 국가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동네로, 님비주의 문화가 강화되면서 다시 동네에서 우리 가족으로, 우리 가족에서 각자도생으로 세분화되면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복불복 문화와 내로남불의 이기적인 사회로 진전돼 왔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만들었다는 내로남불의 신조어는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증폭되면서 이제는 가족까지 해체하는 각자도생으로 되몰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로 인한 실직과 긴 수명에 대한 노후준비로, 이들 베이비부머의 자식인 에코세대는 고용 없이 성장을 하는 기업에게 부모와 같이 기회를 달라는 청년실업자로서 1가정에서 2중고를 맞이했기에 각자 도생할 수밖에 없는 빡빡한 사회가 되다 보니 내로남불의 위력이 더 강화가 되는 것이다.

 지난 10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가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이 `국가 비상사태 수준`이며, 그동안 투자와 신산업 개발이 부족해 주력산업들이 붕괴되면서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제조업 위주로 근간을 이루고 있는 영남 지방의 붕괴라고 봐야 한다. 근본적 영남 지방의 `경제비상사태`라는 인식과 함께 신산업 개발과 투자가 없다면, 내로남불은 더욱더 활기를 칠 것이며, 각자도생으로 가족까지 해체되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현상까지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지역의 경제가 가장 먼저 비상상태 수준이라 인식해 대책을 수립해 실천해야 하며, 경제가 어려울 때는 각자도생보다는 가족이 뭉쳐야 하고, 가족보다는 동네가, 동네보다는 지역이, 지역보다는 국가로 뭉쳐야 이를 극복할 수 있고, 우리나라 고질병으로 굳어져가는 내로남불과 복불복 문화가 사라지는 2019년 새해가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다고 한다.

 2019년 예산안 처리를 보면서 국회의원도 우리들이 투표로써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들만의 리그와 역주행은 계속될 것이고, 영원히 반복될 현상이라 여기며 진정한 선거혁명이야말로 국민을 두려워해 이 같은 짬짜미 예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연말을 맞이해 송구 영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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