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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관의 작은 기도
어느 경찰관의 작은 기도
  • 경남매일
  • 승인 2018.12.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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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기 남해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경위
박봉기 남해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경위

 

 경찰은 조국의 광복과 함께 임시정부시절 경무국이란 이름으로 창설돼 국가의 발전에 있어 개발과 성장이라는 가치 앞에 경찰에 투신하는 순간부터 "젊은 경찰관들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는 가슴 벅찬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굳은 의지 하나로 밤잠을 설치며 지금까지 앞만 보며 오로지 국가발전을 위한 질서유지와 공익, 그리고 인권존중이라는 명제를 앞세워 일해 왔다. 경무국이 창설된 이후 100년이 된 지금 경찰은 스스로의 권리보다는 국익과 국민의 안위에 우선을 두고 일해 왔고 지금도 수행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신흥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의 경찰은 야간수당 등 일한 만큼 당당히 지급받으며 심지어 주지사나 시장보다 순찰을 담당한 지역경찰관의 보수가 더 높다고도 한다. 미국의 지난해 최고 연봉자 10명 중 6명이 경찰관 이라고 한다. 그래도 국민들은 타당하고, 정당하다며 그들의 일과 가치를 존중해 준다.

 경찰관이 한밤 중에 깨어 국가와 공공기관, 국민의 안위를 위해 뛰고 있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사건의 현장에 출동해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고 긴장 속에서 현장에 임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 있을 위기에 처한 순간에 112로 신고할 절박한 한사람의 국민을 위해 늘 현장을 모니터링 하며 대기 중이며, 1분 1초라도 빨리 달려가 그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경찰관은 사회의 병을 고치는 의사라고 했다. 경찰은 사회를 유지하고 균형을 지켜나간다는 사명감과 자존감으로 늘 깨어 있다. 하지만 경찰은 타발적 원인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은 일반 행정직이나 대기업보다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공안직에 종사하지만 공안직으로서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음을 원망하지 않는다. 직제에 있어 일반 행정직은 1~9급 9단계인 반면 경찰은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11단계의 직제를 가지고 있어 이런 불합리한 체계가 발목을 잡아 경찰관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20년 전 이미 주어진 `직장협의회` 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현장에서는 차라리 노동자와 같이 근로기준법에 의한 처우를 하거나 다른 일반직이나 기업의 회사원처럼 동등한 대우를 바라며, 밤ㆍ낮으로 일을 한 만큼의 노고만이라도 정당하게 인정해 주기를 희망한다.

 얼마 전 어떤 일로 가슴 아픔을 견딜 수 없었다. 근무 중 피의자로부터 피습을 당해 13년째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한 경찰관과 그의 아들, 딸들이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를 하며 등 뒤에 "아빠! 힘내세요"라는 문구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무너졌다. 그의 부인은 또 다른 경찰관이 남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했다. 정말로 신이 있으시다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 달라고 말이다.

 경찰은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의 현장을 늘 함께하는 업무로 인해 사고자들의 숱한 죽음이나 삶을 스스로 마감한 자살 현장을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깊은 상처나 멍울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경찰은 제복을 입은 시민이자 곧 시민이 제복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일선에서 뛰다가 부상의 후유증으로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면직 되거나 사직해 경찰을 떠나기도 한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경찰이나 소방관이 순직하면 국가적인 관심을 가지며 위로하고 추모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의해 경찰청에서 수사구조개혁을 위해 수사ㆍ기소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도 삼권분립이라는 기본적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며 수사ㆍ기소의 분리가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고 이중조사를 피하고 인권침해의 우려와 부당함,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또한 어느 한 곳 치우침 없는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것이다. 더불어 최근 경찰 조직이 국가경찰과 자치제 경찰로 이원화되는 큰 변화를 가져오기 직전의 시기이다. 자치제 경찰의 도입이 필연적이라면 세계 치안강국 1위인 대한민국의 치안체계를 수정함에 있어 도입의 방향이 정치를 향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향하고, 국민을 위한, 자치제 경찰의 도입만이 건강한 경찰 존립의 이유가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수요자인 국민의 의견과 국민의 소리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조국의 건국부터 함께해 온 대한민국 경찰관들의 작은 희망이자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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