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20 (금)
낯부끄러운 여야 실세들 예산 챙기기 ‘관행’
낯부끄러운 여야 실세들 예산 챙기기 ‘관행’
  • 이대형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 승인 2018.12.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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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이대형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469조 5천752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야 실세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구태가 되풀이됐다. 법정 시한(12월 2일)을 엿새나 넘기고 야 3당을 제외하면서까지 졸속으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도 실세의 ‘쪽지예산’은 잊지 않았다.

 올해도 예산 심사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 예결위 소소위로 넘어가다 보니 통과된 뒤에야 검증 가능한 게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홍영표 원내대표, 조정식 예결위 간사 등 여당 지도부가 앞장섰다. 이들은 도로 확장, 시설 개선 등 지역구 민원성 사업을 위해 정부안에 없던 항목을 새로 편성하는가 하면 기존에 편성된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대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에 정부안 303억 원에다 무려 253억 원을 추가 편성했고, 정부안에는 없던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10억 원도 넣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 망월사역 시설개선비와 의정부 행복두리센터 건립비도 각각 15억 원, 10억 원 씩 증액됐다. 안상수 예결위원장은 강화 한겨레 얼 체험공원 예산 7억 8천700만 원 등 25억 6천300만 원 확보를 성공시켰다.

 윤호중 사무총장과 막판까지 예산을 심사했던 예결위 간사 조정식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 도로 건설ㆍ개선 항목을 추가했다.

 서울 강서을이 지역구인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하철 9호선 증차비를 서울시 예산에 500억 원을 끼워 넣었고, 항공박물관 건립비 48억 원과 운영비 12억 원까지 챙겼고 예결위 간사 장제원 의원도 정부안에는 없던 항목을 척척 만들어 신규 편성했다.

 결국엔 야 3당을 제외한 채 긴급히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도 실세 의원들이 ‘쪽지 예산’은 잊지 않고 챙긴 셈이다. 졸속ㆍ부실 심의로 일관했다는 비판에다가 실세들만 잇속을 챙겼다는 험악한 비난까지 덧붙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국회의원들은 그 와중에도 국회의원 세비를 전년보다 1.8% 인상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원 세비는 지난해(2.6%)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는 공무원 공통보수 증가율 1.8%를 적용해 올해보다 182만 원 증가한 1억 472만 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회사무처가 인상률이 예년보다 낮다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아울러 매년 예산안 날림 심사가 불가피하다 보니 여야 간 나눠먹기식 ‘짬짜미’도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다. 언론에 공개되는 상임위와 예결위 소위 단계에서는 비쟁점 예산만 논의한 뒤 핵심 예산은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만 참석하는 일명 ‘소소위’나 지도부 간 담판에 의존하고 있다. 논의 내용이 속기록에 남지 않는 ‘깜깜이 심사’여서 협상과정을 알 길이 없다.

 올해 예산을 당장 바꾸기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할 일이 있다.

 예산안 심사 기간을 대폭 늘리고, 예산 관련 회의는 원칙적으로 모두 공개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예산안 심의를 마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선진국은 3개월 이상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예산안을 살피는 게 일반적이다.

 예산안 편성-심사-의결 등 일련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산법률주의는 예산을 법률 형식으로 의결하고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와 일본, 스위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 채택하고 있다.

 예산의 목적과 내용, 제약 등은 물론 지출 한도와 기한까지 법률 형식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통한 예산법률주의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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