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3:44 (수)
무술년도 기울고 있는데…
무술년도 기울고 있는데…
  • 김선필
  • 승인 2018.12.11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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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겨울 찬바람은 대기를 가르고 파란과 격동의 무술년(戊戌年) 한 해도 기울어 가는데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아 어둡다. 대한민국이 온통 이념전쟁의 카테고리에 묶여 몸살을 앓고 있다. 그야말로 끝없는 갈등의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 실상(實狀)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7일 투신자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또다시 연출됐다. 적패(籍牌)라는 미명 아래 그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시절 정권의 요직을 맡은 인사들에 대한 적패수사가 2년째 이어져 압수수색은 수백차례, 구속되거나 현재 재판을 받는 인사가 100여 명에 달하고 선고된 징역형 형량도 100년이 훌쩍 넘었으며, 현재도 재판 진행중인 장ㆍ차관들과 각 부처 요인 수십 명이 조사받는 광경이 연출되는 오늘, 아노미적 상황의 현실을 어찌할까 보냐.

 벌써 15여 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필자는 당시 모 월간지에 `흙`의 의미란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물론 오늘 본 지면을 통해 그때의 상황을 리멤버(remember)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자. 날이 갈수록 경제적 약자와 강자의 격차는 더욱 더 선(線)이 명확해지는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의 양극화, 상위 1% 한 사람이 저소득층 39명과 맞먹는 부(富)의 극심한 편중현상으로 그 심각성마저 의식할 수 없는 공황상태로 거리마다 넘쳐나는 청년 실업자와 백수들의 천국이 되고 사회적 경제이탈계층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경험과 지식을 한창 발휘할 경륜 있는 부류들의 건달화와 노년층의 심각한 증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년 수백만이 거리를 방황하며 포퓰리즘적 복지요구, 그를 부추기는 무책임한 정치지도층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도를 더하고, 이합집산 편 가르기와 지도층의 심각한 모럴해저드(moral hazard)로 사회병리가 횡행하는 단말마적 현상에 현대판 `돈키호테`가 난무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골수에 까지 스며든 이 병을 과연 어떻게 치유하고 다스릴지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중심이 보이지 않고 경제는 이미 나락으로 떨어져 방향 설정도 상실한 상태에서 좌우 이념대립의 극대화는 갈수록 도를 더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조차 서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의 화두는 오로지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에만 매달려 문재인 대통령은 뉴질랜드행 전용기 내에서 기자회견을 실시하며 "국정과 경제문제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기자들의 말문을 막고 오직 김정은 답방에만 초점을 맞춰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나라 경제는 어찌되든지 김정은 서울 방문에 정권의 명운을 건 듯 한 모양새다. 김의 답방이 대한민국에 과연 어떤 대단한 것을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문재인 정부가 나라의 경제 난국을 외면하고 북(北)에만 매달리는 형국이 과연 정상적(正常的)인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던 정부가 "모든 가난하고 아픈 부분을 끌어 안겠다"며 포용정부로 간판을 바꿨지만 포용 받지 못하는 서민들 애환의 소리는 거리에 넘쳐난다. 어떤 불이익도 당하지 않으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실상에서 `상생`으로 표방한 정부 주도의 분배는 시장과 자율의 기둥을 위협하고 말로는 `혁신성장`을 부르짖지만 현 산업현장은 규제와 간섭을 피해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세계 최고 보유기업이 사업지를 미국 실리콘벨리로 옮기면서 "짐 싸들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사업할만한 조건이 안 된다"고 하며 떠났으며 SK텔레콤 역시 모바일 헬스 케어 사업을 중국에서 활발히 전개하고, 스마트폰 당뇨 측정, 심전도측정, 바이오핀테크, 블루체인 등 첨단기술을 개발하고도 규제와 허가에 묶인 우리 기업들이 외국 업체들에 선수를 뺏기며 막대한 경제적 부(富)를 잃는 사례가 연이어 줄을 잇고 있지만, 현실은 그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경제상황은 갈수록 힘든 상황, 대일 관계 악화를 비롯한 외부 여건 역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데 현 경제 수뇌부와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역대 대통령과의 차별을 강조했는데 현 상황이 과연 그런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후한(後漢)시대 `양진`이라는 스승이 제자였던 왕밀을 현령으로 천거해 등용시켰는데, 왕밀은 그 위치를 십분활용(?) 재물보화를 축적해 스승인 양진의 은혜를 갚고 더 좋은 자리를 보전받기 위해 뇌물을 상납하며 "스승님께 드리는 이 뇌물은 아무도 모르오니 받아주십시요"하니 `양진` 왈(曰) "네 이놈! 하늘이 알고 땅도 알고 내가 알고 네 놈이 아는데 천지지지아지자지(天知地知我知子知) 어찌 비밀이 있느냐"라고 호통치니 왕밀이 혼비백산(魂飛魄散)해 쫓겨났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 단서를 제공한 자의 양심과 영혼은 결코 진실(眞實)을 은폐할 수 없는 법이다. 상식(相識)이 통하는 사회, 진실(眞實)과 정의(正義)가 살아숨쉬는 대한민국을 위해 지난 과거는 관용과 포용으로 덮고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모두 하나돼 다가오는 기해년(己亥年)을 새롭게 맞이해야 한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동장군 녀석의 심술로 서민들 어깨가 한층 무거워지는 듯해 마음마저 무거운걸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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