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30 (토)
아침 상 물린 뒤
아침 상 물린 뒤
  • 하미애
  • 승인 2018.12.1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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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애
하미애

참 잘했어요 손가락을 움직였으니까 발가락도 한번 움직여 보세요

밥상 밑에서 다시 시작하는 얼굴, 그녀는

뽀송뽀송한 새 기저귀를 꺼내며

푸른 멍이 팔딱거리는 팔뚝을 건진다

아침 상 물린 뒤

돈 벌어 올게 문 단속 잘 하고 있어

농담처럼 말 하던 당신을 배웅 한 뒤

혼자 살을 발라먹는 동안

프레스는 네 번째 손가락을 잘라먹었다

손바닥에 찬 땀을 들이키며 철야 작업을 했다

잠깐 조는 동안 발등 위로 비릿한 바닷물이 뚝뚝 떨어졌다

차가운 이쑤시개 기계마다

설레던 꿈이 열렸다 닫혔다 했다

정규직이 되고 싶었던 꿈은

바다에서 놓쳐버린 고등어였다

삼성병원 505호 병실을 들락날락 거리던 고등어 한 마리

심전도 가는 물줄기 위로

힘차게 날아올라

바다로 돌아가는 중이다

시인약력

ㆍ2010년 ‘현대시문학’ 등단

ㆍ김해문인협회 회원

ㆍ구지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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