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안에 푹 삭혀 먹던 푸른 감 맛과 그 씨를 씹어보며 알게 되는 아침과 저녁, 차고 투명한 강물 속에 엎드린 아득히 잊었던 얼굴. 온순하게 웃는 아이들이바람으로 우우 흔들리다 눈자위가 자주 붉어졌다. 삶은 늘 비탈이 져서 돌아서고 싶었다
얽히고 뒤집히고 외롬끼리 빰 부벼 살아도 살아 있는 것들에선 끊임없이 수분이 증발했다. 숨겨도 가난의 열꽃은 더 타올랐다. 케이씨! 휜 쇠빗장을 조금씩 조금씩 흔들며 죽음을 생각한다. 늦은 밤 후미진 골목을 휘적휘적 나선다. 비껴가리라 맞서지 않으리라며 속으로 휘감았다가 삐걱이는 몸 귀퉁이, 등줄기 파고든 바람 걸음조차 무겁다. 벌써 몇 달째인가 쌓인 월세가 절해고도 같아서
캄캄한 집, 케이 씨. 저 혼자 아름다운 풀꽃과 마주 앉았다. 추적추적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두 손을 버리고 몸을 버리고 이름을 버리고 불타는 것은 모두 버리고 집 없이도 즐겁게 즐겁게 날아가 버렸다
시인약력
ㆍ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신인상
ㆍ시집 ‘무심코 나팔꽃’
ㆍ김해문인협회 회원ㆍ밀양문학회 회원
ㆍ경남작가회의
저작권자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