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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빈집과 인구절벽
늘어나는 빈집과 인구절벽
  • 이광수
  • 승인 2018.12.02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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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ㆍ주역명리작명가

 일본 부동산 웹사이트에 1엔(11원) 매도 별장들의 광고가 실렸다고 한다. 우리보다 일찍 초고령사회(현재 25% 수준)가 된 일본은 농촌과 대도시(동경)를 막론하고 빈집 수가 2013년 기준 일본 전체주택의 13.5%인 820만 채에 이르며, 2033년이 되면 2천170만 채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별로 `빈집은행`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집들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한 가격의 매도물건이다. 빈집증가에 따른 도시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 범죄자들의 은신처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지자체에서 허물어져 가는 빈집을 철거하려면 소유자의 동의와 함께 철거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소유자의 거소불명과 철거동의 거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농촌 빈집 임대를 지자체에서 알선하고 있으나 막상 현지에 가보면 소유자들이 터무니없는 임대료나 매도가격을 부른다. 형식만 갖춘 일본제도의 모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빈집사태는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초고령사회에 처한 유럽 여러 나라가 늘어나는 빈집으로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리버풀시는 2013년부터 1파운드(1천460원) 주택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인구감소로 빈집이 늘어나 도시가 황폐해지자 시에서 빈집을 매입해 1년 안에 자비를 들여 고쳐 최소 5년간 거주하는 조건으로 매도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영국과 비슷하게 1유로(1천300원)짜리 집을 팔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대도시인 런던이나 파리 중심지는 한국의 서울 강남과 마찬가지로 집값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주택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생활이 편리하고 일자리가 많은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지방 엑서더스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2018년 고령사회(인구 14% 노인)가 됐다. 2026년이 되면 초고령사회(20% 노인)가 될 것이며 2028년부터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인구절벽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빈집사태가 우리나라에도 국가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전국의 기존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었다.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집값 상승과는 달리 지방 중소도시권의 아파트값은 거의 폭락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방의 집값에도 거품이 끼어 있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도 앞서 언급한 일본과 유럽처럼 수도권을 포함한 도시와 지방도시, 농촌의 낡은 주택과 아파트(빌라 포함) 중 126만 채가 빈집(전체주택의 7%)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빈집비율이 13%가 되면서 집값이 폭락하는 이른바 `빈집 쇼크`가 왔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초고령사회와 인구절벽 시대의 도래는 작금의 출산율 급감추세를 감안하면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올해 말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의 1.05에서 1.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통계청의 최근 우려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지난 2분기(0.97)와 3분기(0.95)에 이어 4분기에도 3분기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다. 합계출산율 저하는 혼인 건수의 감소에 기인하는바, 올 3분기의 결혼 건수가 지난해 3분기(3만 7천건)보다 3천200건(5.6% 감소)이나 줄어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더욱이 3%대에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는 국민총생산증가율도 일본과 서구처럼 1%대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 것은 명약관화하다. 생산인구의 감소와 함께 고령사회로의 급진전은 사회 활력과 역동성을 저하시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소득 양극화와 세대 간의 격차를 더욱 고착화할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보편적 복지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 예산액(470조)의 35%에 달하는 162조를 복지예산으로 편성해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그러나 서울의 집값 폭등과 빈집증가라는 이율배반적 현상은 난해한 복잡계 이론으로도 풀기 힘든 난제 중의 난제다. 정부에서는 공공재의 집중 투입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아담 스미스를 비판한 케인즈의 부활로 볼 수 있지만, 규모의 경제이론에 접근해 분석해 보면 통제의 한계라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거대자본시장의 유동성은 글로벌화한 세계 경제의 변수에 따라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로 가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결과 지상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의 축적행태는 국민 정서의 이반과 계층 간의 첨예한 갈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최근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204명의 비정상적인 부의 세습과 재산축적 문제는 가뜩이나 힘든 삶에 찌든 서민들의 가슴에 분노의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의식주 걱정 없이 살 권리가 있다. 빈집이 늘어나는 데도 내 집 장만할 형편이 안 돼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세대와 100만 원 남짓한 수입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와 막노동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다. 그런 반면 400채의 오피스텔과 900억의 아파트를 소유하고도 탈세를 일삼는 파렴치한 사람이 떵떵거리며 사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이는 어쩌면 물질 만능의 치열한 경쟁 사회가 빚어낸 시장경제의 모순이기도 하다. 빈집사태와 인구절벽 해소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코 실현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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