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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시대, 예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고
포스트휴먼시대, 예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고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12.02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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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인간 이후의 인간’展

내년 3월까지, 14명 작가 200여점
 

▲ 이날 개막식에서 김광우 작가는 망치를 통해 자신의 흙 작업을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기술혁신시대에서 예술의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Post Human(포스트 휴먼) 인간 이후의 인간’展을 총 10팀, 14명의 작가가 2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한 가운데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3월 24일까지 미술관 내 야외마당을 비롯한 중앙홀ㆍ로비ㆍ갤러리 등에서 진행한다.

 도자ㆍ조각ㆍ설치미술 등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김지수+김선명, 김광우, 김홍진, 노진아, 신이철, 이정윤+오신욱+안재철, 심준섭, 강지호, 김준, 김과현(김원화+현창민) 등의 작가가 참여해 각 세대별, 다양한 시선에 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예술지속가능성에 대한 작업을 선보인다.

 지난달 29일 열린 개막식에는 김해시 부시장을 비롯해 참여 작가, 그리고 각계각층의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해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세 파트로 나눠 전시된 이번 전시에서 최정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은 “‘예술의 원형과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아무리 알고리즘이 최대치로 가더라도, 역시 인간에게는 인간의 근원과 원형이 중요하다는 시도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전시 기획의 주된 취지를 밝혔다.

▲ 이정윤 작가가 오신욱 건축가ㆍ안재철 설치미술가와 협업한 ‘숨 쉬는 통로’는 관객이 직접 공간 속으로 들어가 현대사회에서 ‘숨을 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최정은 관장은 대표적 인물로 “인간과 물질문명, 인간과 과학기술에 대해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작업해 오고 있는 김광우 작가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이번 전시에 선보이게 됐다”고 김광우 작가를 소개했다.

 이에 ‘흙’이라는 소재와 양은그릇을 손으로 직접 두들겨서 만든 작품과 함께 작가대표 축사에 임한 김광우 작가는 “흙이라는 존재를 통해 ‘자연과 문명의 물질 대화’를 나타내려 했다”면서 “‘6ㆍ25’라는 전쟁의 아픔을 시각적 안목으로도 가져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창작 취지를 밝혔다. 축사 후 김광우 작가는 망치를 통해 자신의 흙 작업을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었다. 김 작가는 인류와 문명 사이의 ‘관계’에 대해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업하고 있는 한국 미술계의 거목으로 얘기되고 있다.

 이어 대형 ‘로보트 태권브이’와 기계문명에 의해 대량으로 복제되는 듯한 공산품으로서의 태권브이를 다채롭게 선보인 신이철 작가는 “태권브이는 현재 대화 가능한 친구, 애완로봇 등을 넘어 우리 일상 속 현실을 얘기하는 존재”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모습을 개미에 비유하면서 개미가 지키고자 하는 씨앗ㆍ쌀 등 10개의 물질을 통한 인간사회의 공유ㆍ협력중요성을 소개한 김홍진 작가는 “도덕적 양심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모습을 형상화하고자 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한편, ‘기관의 순환’이라는 명제로 도시화로 인해 발생되는 ‘소음’에 대해 작업한다는 심준섭 작가는 “우리가 존재하는 도시에는 많은 종류의 소음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스트레스로 들릴 수도 있고 치유의 소리로도 들릴 수 있다”면서 “도시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파이프라는 물질로 인간의 형상ㆍ도시 구조물의 형태로 배열시키고 그 배열된 구조물 안에 야광색을 칠했다”고 작품이미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암막을 치면 보이는 야광색을 통해 안정된 공간이 만들어질 때 느껴지는 현실과 가상 사이의 문화 여건들을 얘기하려 했다”고 작품 개념을 소개했다. 덧붙여 “단순히 파이프에서 나는 기계음이 아닌 그 안에 잠재된 심장 뛰는 소리와 숨소리는 잃어버린 우리의 기억이며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진 원초적ㆍ근본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내비쳤다.

 이번 클레이아크 하반기 기획 전시에는 ‘협업과 3D기술을 통해 진화하는 예술’의 이미지들도 설치돼 참여자들의 관심을 촉발했다. 특히 노진아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기계와 인간의 공유지점에 대해 보여주면서 관람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했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이면서 신들의 어머니이고 창조의 여신이다. 가이아는 혈연관계 없이 생명을 잉태하고 자신의 아들과 관계해 신들의 계보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노진아의 ‘가이아’는 관객이 질문한 내용에 대해 자연스럽게 또는 생경하게 대화하는 존재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변수들에 노출돼 있는 관객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자신의 기계적 언어로 대답하는 가이아를 통해 관람객은 낯선 공포와 더불어 ‘AI와 인간의 공존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함께 구성된 ‘포스트휴먼시대 공간의 알고리즘’에서 특히 이정윤 작가가 오신욱 건축가ㆍ안재철 설치미술가와 협업한 ‘숨 쉬는 통로’는 관객의 소통을 도왔다. 이 협업 설치물에는 관객이 직접 공간 속으로 들어가 현대사회에서 ‘숨을 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또한 이러한 ‘인간의 숨 쉼’은 결코 기계화될 수 없는 인간 본질임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작가노트는 말하고 있다. 개막식을 맞아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숨 쉬는 통로를 직접 걸어 통과하는 퍼포먼스 주인공이 돼 색다른 전시체험을 했다. 관객 참여 설치작품이 주를 이루는 이번 전시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예술’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지속될 것인가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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