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0:57 (금)
배움이란 무엇인가?
배움이란 무엇인가?
  • 신화남
  • 승인 2018.11.27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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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어느 리서치 기관에서 수명이 긴 직업을 조사해 봤더니 1위가 학자, 2위가 종교인, 3위가 정치인, 4위가 예술인, 5위가 법조인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운동선수나 의사는 5위 안에 들지도 못했다. 그토록 건강을 챙기는 운동선수나 타인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가 생각보다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의 평균 수명이 길지 않은 이유는 항상 환자들의 고통을 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운동선수는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육식을 많이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이러한 설문조사는 조사하는 기관이나 때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1위부터 5위까지의 직업군(群)에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장수 직업군은 한결같이 머리를 쓰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항상 무언가를 연구하기 위해 머리를 쓴다. 나이 65세면 웬만한 직업은 정년을 맞지만 배움에는 정년이 없는 것이다. 학자를 한자로 풀이하면 배울 학(學), 사람 자(者), 즉 배우는 사람을 말한다. 학자는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기 전에 배우는 사람이다. 이러한 학자가 장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인간의 뇌는 칼과 같아서 쓸수록 빛나는 법이다. 이러한 뇌가 창조적 사고를 멈췄을 때 노화는 급격히 찾아온다. 하릴없이 멍 때리는 순간이 지속되면 인간은 늙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지만 오랜 세월을 두고 학문을 갈고닦은 노(老)학자들을 보면 참 곱게 늙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구나 늙고 죽게 마련이지만 아름다운 황혼을 맞이할 수 있다면 당사자는 물론,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하겠는가!

 둘째, 배우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이다. 우리는 왜 책을 읽으며, 왜 타인에게 자문을 구하는가? 책 속에서 길을 찾는 사람, 타인에게 질문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겸손한 사람이다. 자신이 최고인 줄 아는 사람, 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거만하고 교만한 사람이며, 나아가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이 드러날까 두려워 남에게 질문하지 않으며 책을 읽지도 않는다. 항상 자신보다 나은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배우는 사람의 자세이다. 그러니 사악한 욕심이 있을 수 없고 타인을 존경하고 존중할 줄 알며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나 사물에게 감사함을 잃지 않는다.

 셋째, 배우는 사람은 날마다 새로워지는 사람이다.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은 짜릿한 전율과 기쁨을 가져다준다. 새로운 것은 늘 신선한 설렘을 선사한다. 그러니 배운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며, 가벼운 흥분을 느끼게 한다. 스스로 겸손하며 배움 자체를 즐기는 사람, 그래서 학자는 장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위대한 학문적 위업을 달성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국가가 지향하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인류 최대의 숙원이다. 물론 재산도, 건강도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재앙일 수 있지만 무병장수는 오랜 옛날부터 인류의 숙원이었고 장수복(長壽福)은 오복(五福)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오죽하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도 바라나시 지방의 숙소 주인들은 여행자들에게 곧잘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오늘은 뭘 배웠습니까?" `어디서 어떤 것을 구경했느냐?`고 묻지 않고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 그들의 질문에는 심오한 인생의 진리가 내포돼 있다.

 인간의 삶의 가치는 배우는 데 있다. 배움은 기쁨이요, 보람이며 설렘이고 희열이다. `3살 손자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공자는 `사람 셋이 있으면 거기에는 꼭 선생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드니 눈이 나빠져서 글을 읽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배움이 꼭 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곳이 배움터이고 우리의 선생이다. 뒷산을 오르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광대한 자연에 비해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이 작은 존재인 나에게 무상으로 베푸는 자연의 혜택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는 것도 큰 배움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밝은 인사를 주고받을 때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기쁨으로 가득 차는지를 느끼는 것도 배움이다. 배움의 자세를 늘 견지하는 사람은 항상 타인에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그러니 배우는 사람은 늘 건강하고, 늘 겸손하고, 늘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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