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0:49 (토)
콜롬비아 원주민 삶에 담긴 ‘황금 문명’
콜롬비아 원주민 삶에 담긴 ‘황금 문명’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11.26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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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외문화재 특별전시 국립김해박물관

내년 3월 3일까지 엘도라도-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의 ‘세계적 문화재 322점’ 소개

황금으로 만든 동물 장식 등 원주민 의식세계 깃들어

신과의 만남을 꿈꾸며 석회가루 담았던 포포로 병 등

▲ 26일 열린 전시 오프닝 행사에는 허성곤 김해시장ㆍ김해문화의전당 윤정국 사장ㆍ송의정 부산박물관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가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국립김해박물관(관장 임학종)은 국립중앙박물관ㆍ콜롬비아 황금박물관과 함께 특별전 ‘황금문명 엘도라도-신비의 보물을 찾아서’를 27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개최한다.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황금문화재 등 322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7월에 개최했던 특별전으로, 김해박물관의 첫 국외문화재 특별전시다.

 허성곤 김해시장ㆍ김해문화의전당 윤정국 사장ㆍ송의정 부산박물관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가 모인 가운데 26일 전시 오프닝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김해박물관 임학종 관장은 “김해박물관 20주년을 맞아 열게 된 첫 국외 박물관 전시다”면서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콜롬비아의 엘도라도라는 황금문명을 소개하게 돼 감회가 깊다”고 전시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콜롬비아 황금문명의 폐해가 참 안타깝다”고 밝히면서 “다행히 해외로 반출되려던 유물들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 전시가 가능했다”고 감회를 전했다. 덧붙여 “관람객들은 이러한 엘도라도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전시를 관람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히 황금문명의 유물들을 형상화한 현대무용과 콜롬비아의 살사댄스가 축하공연으로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온몸에 황금을 바른 사람을 뜻하는 ‘엘도라도’는 콜롬비아 원주민 가운데 무이스카족의 족장이 과타비타 호수에서 온몸에 황금을 바르고 호수 가운데서 황금을 물에 던지는 의식에서 기원한다. 16세기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은 무이스카족이 의식을 치른 호수를 찾는다면 금은보화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엘도라도’는 현대에 와서 황금을 찾는데 혈안이 된 이들의 탐욕 대상으로 변질돼 인식되고 있다.

 이번 특별전시는 ‘엘도라도’와 콜롬비아 원주민들이 생각했던 황금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게 구성됐다.

 먼저 프롤로그 ‘부활한 엘도라도’에서는 신대륙 발견 이후 ‘엘도라도’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1898년 과타비타 호수의 파괴, 그리고 1969년 무이스카 뗏목이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을 각종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제1부 ‘자연과의 동화’

▲ 박쥐인간 장식.

 콜롬비아 원주민들의 의식 세계가 반영돼 있는 황금으로 만든 재규어, 도마뱀, 새 등의 동물 장식과 각종 생활용품을 전시한다.

 

▲ 박쥐 모양 장식.

대표 전시 작품으로 박쥐 모양 장식(Bat-shaped pendant)이 있다. 콜롬비아 원주민들에게 박쥐는 새와 네발 동물이 합쳐진 환상적인 동물이다. 또한 박쥐는 동굴이나 처마 밑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또한 밤에 활동하는 능력자이면서 경외의 대상이었다. 원주민들은 이러한 박쥐의 힘을 빌리고자 금으로 박쥐 장식을 만들어 착용했다. 이처럼 사람과 박쥐를 결합해 단순하게 의인화 시킨 장신구는 주로 콜롬비아 중부 무이스카 원주민들이 만들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입을 벌리고 눈을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뜨고 있는 모습인 박쥐 장식 이미지는 원주민들에게 매우 친근한 대상이다. 때문에 박쥐모양 장식은 원주민들에게 오랜 시간 애정의 대상으로서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과도 합쳐져 독특한 지역 양식으로 발전돼 왔다.

 이와 더불어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산과 강, 하늘을 신성하게 여겼고, 다양한 동물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이자 신성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믿었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자연과 함께 살고자 했다. 다양한 동물 장식과 생활용품에는 자연과 동화된 콜롬비아 원주민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제2부 ‘샤먼으로의 변신’

▲ 사람 모양 장식.

 샤먼으로 변신하기 위해 콜롬비아 원주민들이 착용했던 동물 모양 가면과 장신구를 전시한다.

 대표전시품으로 사람 모양 장식(Schematized anthropomorphic pendant)이 있다. 이 작품은 콜롬비아 중부 큄바야 지역에서 만든 사람 모양 장식이다. 머리에는 무엇을 상징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전자 모양의 장식이 두 개 있다.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손으로 곤봉처럼 생긴 막대기를 잡아 입가에 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이미지에서는 의식을 치루는 과정에서 동물로 변신하는 과정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등에 달린 소용돌이 형태의 날개로 영혼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샤먼임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이런 공예품의 의미는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한편, 콜롬비아 원주민에게 샤먼은 악령을 물리치고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신적 존재인 동시에 병을 치료하고 날씨를 관장하는 존재였다. 따라서 샤먼은 무당이자 의사였다. 원주민들은 자신이 여러 개의 영혼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샤먼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그래서 성년식과 같은 의식을 주관하고 사람들의 육체ㆍ정신적 치료를 대행할 수 있었다. 또한 원주민들은 재규어나 박쥐 등 자신이 원하는 동물의 가면을 쓰고 장신구를 착용하면 그 동물의 영혼으로 바뀌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동물의 힘을 빌린 샤먼으로의 변신, 그 속에는 콜롬비아 원주민들의 꿈과 이상이 담겨 있다.

 △제3부 ‘신과의 만남’

▲ 코카 잎을 씹는 남성상.

 샤먼이 신과 만나기 위해 사용했던 다양한 도구와 신에게 바쳤던 봉헌용 황금인형, 장례용품 등을 전시한다. 샤먼은 신을 만날 수 있는 존재이면서 족장이나 원주민을 신에게 인도하는 중개자였다. 샤먼은 영혼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동물 가면을 쓰고 몸에 문신을 새기고 코카 잎과 석회 가루를 이용해 환각 상태에 빠졌다. 코카는 우리에게도 익숙한데, 코카 잎 추출 성분과 콜라나무 껍질 원액 그리고 탄산수를 섞어 만든 것이 바로 코카콜라의 시초다. 환각의 상태에 빠진 샤먼은 악기를 흔들고 춤을 추며 접신의 절정에 다다랐다. 이와 더불어 원주민들은 다양한 문신을 통해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용맹스럽게 강력한 힘과 영적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문신을 새겼다.

▲ 과일모양 포포로.

 대표 작품으로 과일 모양 포포로(Poporo, Lime container in fruit shape)가 있는데 과일처럼 생기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 용기다. 형태만큼 이름도 예쁜 포포로는 석회가루를 담았던 통이다.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왜 석회가루를 이 통에 담았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하지만 콜롬비아 원시부족들은 의식을 치루기 위해서는 환각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환각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코카잎을 씹어야 했다. 코카잎 자체만으로는 환각 상태가 약해서 조개가루 등을 갈아 만든 석회와 함께 먹어 강도를 높였다. 먼저 원주민들은 입에 코카잎을 넣고 석회 막대기에 침을 묻혀 포포로에 보관 중인 석회가루를 찍어 입으로 핥아 함께 씹었다. 석회가루를 담았던 포포로는 동물ㆍ사람얼굴 모양 등 다양하게 만들었고, 전시되는 이 포포로 병은 가장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샤먼은 의식이 끝나면 신에게 황금으로 된 봉헌물을 바쳤는데, 퉁호가 대표적이다. 콜롬비아 원주민들에게 황금은 탐욕의 산물이 아니라 신에게 바칠 영혼의 도구였다.

 △‘콜롬비아의 오늘’

 이번 특별전의 전시품을 대여해 준 콜롬비아 황금박물관과 소속 박물관, 그리고 남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에 참전한 콜롬비아의 현재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한편,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이현태 학예연구사는 “세계 각 박물관에서 세계 각 지역의 문명을 조명하는 전시가 있는데 그 중 중남미의 문명을 전시하는 기회를 이번에 얻게 됐다”고 밝히면서 “황금만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황금의 의미와 엘도라도의 본질이 우리에게 던지는 여러가지 질문에 대해 이번 전시가 그 해답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내년 초에 주한 콜롬비아 대사를 초청해 ‘문답으로 풀어보는 콜롬비아의 역사’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이 특별전은 지난 몇 년간 영국 브리티시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9개국에서 200회 이상 순회 전시해 세계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에는 콜롬비아 황금박물관 소장품을 기초로 그동안의 전시가 보여주지 못한 황금문명 엘도라도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번 특별전시는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입장료는 성인 4천원, 어린이 및 청소년 2천원, 66세 이상 노약자와 7세 이하 유아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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