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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도정운영 이래서야… 박성호 행정부지사 맞나
경남 도정운영 이래서야… 박성호 행정부지사 맞나
  • 박재근
  • 승인 2018.11.2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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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경남도민들은 ‘부산항 신항’에 대해 슬픈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80%가 경남(이하 창원)해역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 명칭이 부산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불거진 명칭문제는 경남도가 공식문서에 자청(自請)해 분노케 하고 있다.

 경남도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제출한 예비타당성 면제대상에 서부경남KTX(남부내륙철도)와 ‘부산 제2신항 건설(100% 창원해역)’을 지난 12일 건의, 도민 자존심을 짓밟고도 입을 닫고 있다. 행정부지사 주관 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도민 정서를 헤아리기보다는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를 위한 명칭 결정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도의 건의는 100% 창원인데도 공식문서에 ‘부산 제2신항’ 건설로 신청한 것은 항복문서 또는 기증서약서나 다를 바 없다. 그 명칭이 도민에게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면 혁신은커녕, 조롱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신항의 명칭문제는 신공항ㆍ남강댐 물 등 정치적 논리에 휩싸여 부산시와의 갈등으로 비화된 것에 그치지 않고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골은 더 깊다.

 명칭문제는 1997년 8월 사업고시 후 8년간 계속됐다. 80%가 경남해역인데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인 오거돈 부산시장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명분과 실리론을 내세우며 ‘부산 신항’으로 이름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도의 행정소송은 물론, 2006년 개장 이후 ‘도민 소송’ 등 법정공방도 이어졌다. 경남도가 이런 전후사정을 감안한다면 ‘부산 제2신항’이란 명칭으로 새 항만 건설을 건의한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새 항만은 물동량 증가로 현재 21개 선석 규모인 컨테이너 부두를 단계적으로 확충, 2030년 이후 3천만 TEU, 40개 선석 규모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해수부는 경남권역에 9조 6천억 원을 들여 컨테이너 부두 등 21개 선석과 접안시설 8.3㎞ 건설(안)과 부산 가덕도 동측에 13조 3천억 원을 들여 컨테이너 부두 24개 선석과 접안시설 10㎞를 조성하는(안) 등 2개 안을 놓고 검토 중에 있다. 선석 개발은 기존 항과 연계성이 높고 경제적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창원해역에 새로운 항만 조성이 유력하다. 따라서 항만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발전협의회’가 추진되는 가운데 이를 주도해야 할 경남도가 새 항만의 명칭을 ‘부산 제2신항 건설’로 건의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산시는 1963년 경남에서 분리한 이후 3차례에 걸쳐 김해 가락과 녹산, 양산 기장 등 여의도 면적의 130배에 달하는 경남 땅을 가져갔다. 그리고 김해공항의 모든 이익은 부산이 챙기고 허울뿐인 이름과 피해만 도민 몫이어서 지금도 논란이다. 최근 LNG(액화천연가스)벙커링 시설을 은근슬쩍 창원으로 넘기려 하다 도민반발을 가져왔다. 또 경남도는 로스쿨 없는 지자체 등 정책에서 배제되는 등 경남 흑역사는 도민을 뿔나게 만들었다.

 이제 양 시도의 지자체장이 교체되면서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경남도가 부산시의 통 큰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다. 새로운 항만은 100%가 경남구역이다. 행정구역상 경남도 관할인 만큼 명칭부터 새로워야 한다. 연장선이라 해도 남해대교가 남해 제2대교가 아닌 노량대교로 명명되는 등 합리적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하다. 특히, 부산항은 북항ㆍ남외항ㆍ감천항ㆍ다대포항ㆍ신항으로 구분되는 것과 관련, 새로 건설될 항(港)은 100% 경남해역임을 감안, 진해 또는 창원항으로 결정돼야 한다. 이에 앞서 회의를 주재한 박성호 행정부지사는 어떤 이유로 ‘부산 제2신항’ 건설로 명명해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사업으로 결정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또 항만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경남경제계 등 도민 정서를 간과한 독단적 행정행위로는 새로운 경남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이 같은 일처리가 혁신의 대상이 아닌지를 되묻고 싶다. 오만과 어리석음의 결과는 도정운영의 파행이고, 피해는 결국 도민이 보게 돼 있다. 기승 전, 전략이라 해도 참으로 안타깝고 분통 터지는 현실이다. 듣기 불편해도 진실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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