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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 2위 `간암` 부르는 `C형간염`
암 사망 2위 `간암` 부르는 `C형간염`
  • 김경진
  • 승인 2018.11.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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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진 과장 경희중앙병원 소화기내과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 체액 등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되는 혈액 매개 감염병이다. C형간염은 과거 주사기 재사용 등 몇 차례의 집단 감염 사태 발발 후, 지난해 6월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 3군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올 한해 11월 현재까지(2018년 1~46주 차) 9천614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과거 표본감시 체계 당시 연평균 발생자 수(약 4천명) 대비 이미 약 2.4배를 상회한 수치다. 김해시 경우, 올해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C형간염 발생률은 21.67명으로, 전국 평균(18.58명)을 웃돈다.

 국내에는 약 30만 명의 C형간염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이중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환자 10명 중 2명(15~23%)인 4만 5천~7만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인 나머지 약 80%(약 23만~25만 5천명)는 감염 여부도 알지 못한 채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겨진 `잠재적 환자`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검사 및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함께 고려한다면, 잠재적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증상 없이 일상 속에 전파되는 위험이 있는데, 환자 10명 중 약 8명이 만성으로 병을 키운다. C형간염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인 간암, 간경변증의 주원인이다. 국내 간경변증 및 간암 환자의 약 10~15%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이 원인이며, 전 세계 인구의 약 3%인 1억 7천만 명 이상이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감염률은 지속 증가추세를 보이며 매년 35만~50만 명이 C형간염 바이러스와 관련된 간 질환으로 사망, 심각한 보건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만성 C형간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는 지난 2013년 총 4만 3천500명에서 지난해 총 4만 7천976명으로, 최근 5년 새 약 10% 증가 추세를 보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특히 40대 이상에 접어들면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해 전체 환자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C형간염의 `무증상` 특성으로, 환자 본인이 감염 여부도 모른 채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식사, 대화 등 가벼운 접촉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은 아니나 손톱깎이, 면도기 등 혈액이 닿을 수 있는 도구들을 가족 간에 공동 사용하는 경우 감염 위험성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질환의 만성화 위험이 높아 간경변증, 간암으로의 질환 위중성을 키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될 경우 10명 중 약 8명(70~80%)에서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약 30~40%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발전한다. C형간염 단계에서는 병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20~30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한 후에야 발견하는 경향이 크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함께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간염이다. 다만, C형간염은 백신이 있는 B형간염보다 만성화 비율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적 변이가 심해 예방 백신은 개발돼 있지 않다. 또 C형간염은 B형과 달리 아직 국가건강검진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C형간염이 간경변증, 간암으로 발전할 경우 치료에 따르는 의료비 부담, 개인 및 가족의 고통 등이 더 커지는 만큼 미리 간단한 C형간염 항체검사를 받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및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C형간염은 지난 20년간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6개월에서 1년의 긴 시간에 걸쳐 치료를 받더라도 치료 성공률이 약 50%에 불과했다. 고통스러운 주사제와 먹는 약인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뿐이었는데도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았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 환자의 80~90%는 발열, 오한, 우울증 등의 부작용을 경험하며, 10~14%의 환자는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다는 보고도 있다.

 치료 성공률을 비롯해 긴 치료 기간에 따르는 치료비도 부담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2014년부터 먹는 약인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 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개발되면서 치료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높아졌고, 통상 치료 기간도 12주로 크게 단축됐다.

 C형간염은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에 속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8주 치료로 1형부터 6형까지 모든 유전자형의 환자가 약물 내성에 관한 문제 없이, 항바이러스제 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등장했다. 임상연구 통합분석 결과, C형간염 완치를 뜻하는 `치료 성공률`을 99%까지 높이는 등 우수한 치료제가 개발돼 그간 항바이러스제 병용이 필요했던 국내 C형간염 환자 절반을 차지하는 2형 환자, 만성 신장 질환을 가진 환자 등 기존에 치료법이 없거나 제한적이었던 환자에서도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에는 C형간염 검진대상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감염위험이 높은 40대 이상 연령대에서 국가검진 체계와 연계해 검진한다면 효과적으로 C형간염을 발견 및 치료할 수 있으며, 완치는 물론 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통한 선제적 차원의 예방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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