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좀… ‘3ㆍ15’ 새롭게 그리다
리좀… ‘3ㆍ15’ 새롭게 그리다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11.22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항정신 등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 예술로 승화

도시유휴공간 재활용…정주민과 접속ㆍ소통해


‘8969’ 마산ㆍ파리 친화적 의미 숫자로 돈독히

▲ 하효선 리좀 대표가 옛 마산항 관제탑에 설치된 세골렌 페로 교수의 염색천 작업 앞에서 다각도로 진행된 그동안의 작업을 되돌아보고 있다.


 에스빠스 리좀(Espace Rhizome 이하 리좀)은 프랑스어로 ‘일정한 공간이 아닌 확장되고 자유로운 공간으로 뻗는 뿌리줄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념으로 리좀은 ‘소소사의 3ㆍ15’라는 주제로 지난 7월 21일 사업설명회ㆍ레지던스 참여작가소개전ㆍ관제탑 오픈스튜디오를 열었다. 이후 ‘경계를 넘어서’를 외치며 중간점검단계인 ‘뽀엥도르그’를 지나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글로벌한 문화예술지평을 여는 ‘최종 발표전’을 가졌다.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피날레 행사는 끝났지만 오는 30일까지 사전 연락 후 기획자의 입회 아래 감상할 수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 14길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리좀은 산하에 (예비)사회적기업 ‘ACC(Art & Cinema Communication)프로젝트협동조합’이 있고 경남 유일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아트 리좀’을 운영하는 등 명실상부 융복합문화예술을 지향한다. 또한 민주화 성지인 옛 마산의 과거 융성했던 문화예술기반을 되살려 세계(global)와의 수평적 연결을 시도하는 등 고립되고 낙후된 지역을 적극적으로 새롭게 숨 쉬게 하고 있다. 여기서 ‘리좀’은 특정한 어떤 외부와도 접속ㆍ소통ㆍ관계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맥을 의미한다. 때문에 리좀적 접속은 어떠한 동질성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떠한 결정적 상황이 존재함도 거부한다. 이러한 이질성은 격정적 실험을 통한 자기해부를 감행하며 용감하게 현실을 전복한다. 이는 현대예술의 과제이면서도 난해한 현대예술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다지는 힘이기도 하다. 그러한 까닭으로 ‘리좀’은 에스빠스 리좀이 지닌 역할과 속성을 단호히 나타내는 말로 통용될 수 있다.

▲ 비르지니 루케치 신문 위에 잉크 2018.

 특히 리좀은 도시의 빈 공간을 재활용해 정주민들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지역을 예술적으로 재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래서 에스빠스 리좀을 비롯한 옛 마산항 관제탑ㆍ친수공간 공원조성지 가벽 등지에서 열린 이번 최종발표전은 융복합의 다원적 의미로 새겨지면서 향후 예술의 전개방식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여러 층의 평가를 받는다.

 더군다나 ‘아타미라 댄스 컴퍼니’와 ‘창무회 전통춤’이 현대무용으로 재해석돼 열리면서 지역 공연계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내년 부마항쟁 40주년을 기념하는 ‘부마민주영화제’에 다섯 편의 예술영화가 엄선 상영되면서 옛 마산의 저항정신을 되새겼다. 여기다 임태홍 마술사의 마술 퍼포먼스도 펼쳐지면서 행사에 재미도 더했다.

 리좀에서 다루고 있는 3ㆍ15의거는 민주성지 창원(마산)을 있게 한 시원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저항정신은 부마민주항쟁ㆍ6월항쟁ㆍ노동대투쟁을 거쳐 촛불시위로 이어지는 기반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이 프로젝트는 민주화의 역사와 저항의 정신이 창원(마산)의 역사적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당위성을 가진다. 또한 리좀이 방법론적으로 사용한 미시사(微示史)의 개념이기도 한 소소사(小小史)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거대한 사회적 사건을 소소하게 들여다봤다는 데 그 힘을 가진다.

 프랑스ㆍ남아공화국ㆍ태국 등을 비롯한 국외 예술가들까지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서 그들은 자신의 작품에서 자국의 민주화 관련 사건과 3ㆍ15를 접목해 민주주의의 세계사적 가치를 확인했다. 더불어 이성과 감성의 융합을 통해 역사의 예술적 승화를 시도했다는 행위는 두고두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되는 면면(面面)으로서 시민들에게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 마산 친수공간 문화공원 조성지에 그려진 흰 가벽 대형 벽화2.

 또 하나 특이한 사항으로, 마산 친수공간 문화공원 조성지 흰 가벽 대형 벽화에는 ‘8969’라는 암호 아닌 암호가 쓰여 있다. ‘8969’는 파리에서 인천까지의 비행거리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피날레 오프닝 퍼포먼스에 베르사유미술학교 세골렌 페로ㆍ김명남 교수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리좀 관계자와 지역 조각가 심이성 씨 등 17명은 양국 간의 친화적 의미를 이러한 숫자를 통해 돈독히 가져가려 했다. 그들이 그려낸 아크릴 안료의 추상이미지는 거대한 수묵화를, 시트지로 알록달록 구성한 도형조각 이미지에서는 프로젝트의 다채로운 형식과 의미가 연상되기도 하면서 감상자들의 눈과 발목을 사로잡고 있다.

 리좀의 하효선 큐레이터는 “이 벽화들은 프랑스는 한국에, 한국은 프랑스에 대한 오마주(존경)처럼 또는 각기 다르지만 서로의 역사 앞에 살아있는 자로서 다하는 예의적 씻김굿처럼 관객과 만나고 있다”면서 “향후 남겨진 벽에도 여건을 만들어 주민ㆍ아동참여의 친근감 있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향후 소신을 밝혔다.

▲ 서익진 ACC프로젝트 대표와 방태진 해양수산부 마산항만지청장은 ‘해양문화저변확대사업’을 위한 협약에 서명했다.

 한편, 마산합포구 월포동 1-80번지에 위치한 옛 마산항 관제실(관제탑)은 방태진 해양수산부 마산항만지청장과 서익진 ACC프로젝트 대표(경남대 교수)가 맺은 ‘해양문화저변확대사업’ 협약에 의해 지난 6월 25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리좀이 사용하게 됐다. 이 협약은 “지역주민과 청소년들을 위해 해양문화관련 미술교육을 실시하고 미술작품을 전시해 해양문화에 대한 시민 역량 강화와 저변확대를 시도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2018년 리좀 레지던스 참여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과 더불어 동료작가와 협업하고 장르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든 결과물을 만들어 여기에 설치했다. 이들은 특히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창의적 작업을 시도하면서 마산의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병행했다. 그리고 소개전ㆍ중간발표전ㆍ최종발표전 등 세 차례 전시를 통해 자신들의 창의적 작업들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들은 리좀 국제 레지던스 작가들과의 면밀한 교류를 통해 전시ㆍPAF in Paris 전시 참여ㆍ가벽 작업 등의 작업도 이뤄냈다. 더불어 타 지역 레지던스 탐방ㆍ비엔날레 견학ㆍ월례간담회로 작가 간 유대를 강화는 물론 전문가 비평 워크숍ㆍ특강 등 다각도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역량강화와 국내외 문화예술적 기반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내용들이 집약된 ACC프로젝트의 자료집 발간을 앞두고 하효선 대표는 “이 내용은 그간 사업진행과정과 성과들을 정리한 것이다”면서 “이를 통해 레지던스 작가로서 스스로 도약하는 기회가 되면서도 하나의 좋은 추억거리로 남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리좀’사업들에 관한 일반인의 이해도 도울 수 있었으면”하는 바람을 덧붙이며 “그동안 도움 준 많은 이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함께 전했다.

▲ 관제탑에 설치된 조성훈 작가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58개 액자 디지털 프린트.

 하 대표는 특히나 관제탑 사용에 관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해 인프라를 구축해놓은 이 공간을 내년에도 사용가능하다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관제탑 사용을 허용해 준 창원시 해양수산부에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정에 담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작업은 민관협력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도시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도시 빈 공간을 예술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도시재생을 이끌었다는 의의도 가진다. 더불어 지역에서 선구적 작업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대중의 시선도 확보했다. 특히 전문 예술가들의 특정한 테마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소소사의 3ㆍ15’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간직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해안도로 가벽에 써 놓은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다’라는 구호를 획득한 진리는 리좀의 현재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향후 창원문화에 초석을 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