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7:14 (수)
경남 경찰 수사행태 왜 이러나
경남 경찰 수사행태 왜 이러나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8.11.18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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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대응ㆍ부실수사 의혹

“경찰 태도ㆍ체계 문제” 지적

 비리ㆍ갑질 의혹을 받는 산청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경남 경찰이 관련 의혹을 인지하고도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빈축을 사는 가운데 경찰의 수사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김해의 한 병원에서 40대 간호조무사가 경찰의 강압 수사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거제 묻지마 살인 사건에서는 부실 수사 논란마저 일었기 때문이다.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5일 인권침해와 갑질의혹, 보조금 문제 등 의혹이 제기된 산청지역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그러나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폭로한 퇴직 사회복지사들과 장애인 자녀를 시설에 맡긴 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들이 이날 경찰의 안이한 수사 태도를 지적했고 그에 따른 뒤늦은 조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직원 연락처를 수사관에게 건넸지만, 해당 직원은 어떤 연락도 못 받았다고 한다”며 “그런데 그 수사관은 해당 직원이 제보하지 않아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이 지난해 말께 이 시설의 보조금 문제와 관련해 ‘내사 중’이라는 표현이 담긴 공문을 경남도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복지사들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내사 중’이라는 말은 공문에 형식적으로 쓰는 말이었을 뿐 공식적인 내사에 착수한 단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의혹을 인지하고도 1년 가까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일 김해 한 병원에서 금팔찌를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40대 여성 간호조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압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간호조무사의 휴대전화에는 ‘억울하다. 수만 번 결백을 외쳐도 경찰은 판사나 검사 앞에서 이야기하라 한다’고 적힌 임시 문자 메시지가 발견됐다. 전송 대상자는 담당 경찰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 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동료 직원들은 “‘팔찌가 왜 나오냐, 본인이 들고 갔으니까 나오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경찰이 해당 간호조무사를 추궁했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주장해 강압 수사 논란이 쉬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거제에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서는 부실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살인에 대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해당 사건을 검찰에 ‘상해치사’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이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A씨가 범행 전에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었을 때’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사실이 확인되자 일각에서는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민 김모 씨(33ㆍ창원시 마산회원구)는 “최근 경찰 수사에 대한 각종 논란이 잇따르면서 도민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찰의 수사 태도나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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