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지 못하는 사회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
  • 오태영 사회부장
  • 승인 2018.11.15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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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장

 우리 사회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에 긴장감을 가져야 할 정도로 예민해지고 때로는 살벌해졌다는 말이다. 말에 품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색적인 말,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이 예사로 행해진다. 상대방을 폄하하는 언행, 심지어 인격까지 건드리는 언행들이 조심성 없이 횡행한다. 이미 인격살인 수렵장이 된 SNS는 물론이고 대인관계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날 선 말들이 예사롭지 않게 행해진다. 최근 의령 사우나 감전 사망사고 유족들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자리에서 "이게 선량한 시민들입니까, 우리가 죽였습니까"라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4시간이나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불만을 터뜨리자 지친 나머지 나온 발언이었다고는 하나 고위공직자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 김해 간호조무사의 자살에도 해당 경찰의 부적절한 언행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수사 경험상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경찰은 간호조무사의 항변을 무시했다. `결백을 말해도 경찰은 판사나 경찰에 이야기하라 한다. 억울하다`는 보내지도 못한 메시지만 남기고 간호조무사는 세상과 등졌다. 죽음으로 결백을 항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남에서 벌어진 경찰 관련 부적절 사례이긴 하나 이런 경우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다. 장유소각장 갈등에서도 이런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전적 의미의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거나 그렇게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공감이란 전적인 일치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분적인 일치, 일치하지 않더라도 일리가 있다고 느끼는 것도 하나의 공감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공감 능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리 막무가내로 거칠게 항의한다 하더라도 유족의 심정을 이해했다면, 내가 유족이라도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면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장유소각장 갈등도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 부재가 낳았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영향권 주민이라면, 내가 시장이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면 적어도 고소고발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서 공감 능력의 부재는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진영은 서로에 대해서 공감하기를 이미 포기했다. 사사건건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딪힌다. 같은 통계를 두고도 서로 해석이 다르다. 나와 다른 말은 듣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폭언과 막말이 오간다. 과거 정권도 다를 바 없다.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을 국민이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봤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비운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보수정당의 몰락은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총체적 위기는 이런 공감 능력의 부재가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실업자,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치는 자영업자, 총체적으로 목을 죄어 온다는 기업가들의 비명에 공감한다면, 소비와 투자 위축 등 우리 경제에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를 위기의 경고음이라고 정치색을 떠나 서로 공감한다면 우리가 이토록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에 대한 적지 않은 우려와 진로수정 요구에도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공감의 부재가 떠오른다.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은 재벌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기성질서는 척결해야 할 적폐로 만들었다. 분배와 상생도 중요하지만 성장도 중요하다는 주장은 자기들의 이익을 사수하려는 기득권세력의 궤변으로만 치부된다. 위기의 자동차산업을 구하고 거리의 넘쳐나는 실업자와 구직자를 돌아본다면 민주노총과 현대차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며 총파업을 선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모두가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돼 남의 사정은 생각지도 않는다. 구성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가 발전할 리는 없다. 성장할 리도 없다. 행복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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