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2:36 (수)
아침을 여는 천사
아침을 여는 천사
  • 김숙현
  • 승인 2018.11.13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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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아침 운동은 일석오조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길게 쓸 수 있어 좋고 잘 정돈된 하천을 따라 걷는 동안 하천가의 자연들이 계절을 알려줘 세월을 누릴 수 있어 좋고 건강을 얻을 수 있어 좋다. 어김없이 같은 시간 같은 곳엘 가야 하는 헬스장은 돈도 내야 하지만 갈 수 없는 날 수가 늘어나면 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기 일쑤다. 아침 운동으로 대청천을 걷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덤으로 군데군데 설치된 운동기구로 운동을 즐기곤 한다. 한마디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이다.

 아침 운동을 나가면 사람도 만난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청 공무원들과 아침잠이 없는 어르신들이 주를 이룬다. 대청천에 이르려면 중심상업지역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연두색 조끼를 덧입고 언제나 큰 빗자루로 비질을 하는 분도 만난다. 지난밤을 보낸 취객들의 흔적을 없애는 손길이 늘상 바쁘다. 운동을 나갈 때는 지저분한 길을 걷지만 돌아올 땐 당연히 깨끗한 길을 걷게 돼 기분이 상쾌해진다. 미화원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달도 아닌 계절이 바뀌어도 하루 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주 가까이서 비질을 하는 남자분을 마주하게 됐다. 50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젊은 분인데 선한 인상에 흰머리 희끗한 분이었다. 어떤 날은 남자분이 어떤 날은 여자분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고 계셨다. 덧입은 조끼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머슴교회’라고 인쇄 돼 있었다. 깜짝 놀라 상가 관리 요원에게 물어보았다. 교회에서 나오신 목사님 이라고 했다. 목사님 부부가 번갈아 하고 계신다고 한결같다고 했다.

 최근 방송에서 소개된 이상하고 황당한 목사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세를 모으고 그래서 힘을 길러 교인들을 이용하는 목사나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아 온 목사, 하나님 말씀을 교묘하게 해석해 이용하는 사이비 목사와는 그 품격이 달라 보였다.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목사님 내외분의 모습을 아침마다 뵈면 마음이 훈훈해졌다. 용기 내어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종교가 다른 불교인이라 목사님께 어떻게 예를 표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잘 되지 않았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여름날 아침,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음료수와 캔 커피를 사서 목사님을 찾았다. 저 멀리 청소하는 분의 실루엣이 보였지만 그날은 여자분이었다. 목사님 사모님이란 소리를 일찍이 들었던 터라 달려가 전하고 돌아왔다. 청소를 도와야 하는 건 아닌지 뵐 때마다 미안했는데 음료수만이라도 전하니 빚진 마음이 조금은 덜했다.

 종교 단체나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아직 결론 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목사님 같은 종교인만 있다면 왜 그런 말이 나왔겠는가? 정치인과 밀착해 각종 로비의 창구가 되고 있는 어떤 스님의 이야기가 화제다. 오염된 세상에 정화역할을 해야 할 종교인들이 더 많은 구린내를 풍기는 세상이 너무도 안타깝다.

 요즘은 개인적인 일로 운동을 나가지 못하지만 전날 저녁에 비해 깨끗해진 상가 주변의 길을 걷게 되면 목사님 부부의 손길이 지나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따뜻한 커피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름다운 세상 한 페이지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 그리고 다시 희망을 가진다. 세상이 맑고 깨끗해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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