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에 침묵하는 환경단체
재생에너지에 침묵하는 환경단체
  • 오태영 사회부장
  • 승인 2018.11.0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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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장

 자연환경을 보호하자는 이야기는 비단 환경 보호론자만의 단골 구호가 아니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중요한 가치가 됐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20조 원이 넘게 든 4대강 사업의 보 수문을 연 것이나 이미 수천억 원의 손실이 난 원자력발전 중단, 지리산댐 백지화는 환경보호라는 가치 때문이다. 진보나 보수를 불문하고 환경보호는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마구잡이 개발로 세계의 굴뚝이 된 중국도 뒤늦게 환경보호에 나선 것을 보면 환경은 미래가치가 아니라 현실적 가치라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우리는 천성산터널을 비롯해 많은 개발사업에서 환경 훼손을 이유로 하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일부 사실판단에 오류가 있었던 경우는 있었으나 환경단체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환경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환경보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도전을 받고 있다. 원자력발전 폐기와 재생에너지 정책이 가져오는 환경문제다. 경남의 경우 수백 곳에서 풍력, 태양광발전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에 힘입어 건물 옥상, 저수지, 댐, 산정상 등 가리지 않고 태양광 패널을 깔 넓은 장소와 바람이 상시적으로 부는 곳이면 어김없이 추진되는 양상이다. 올해 9월까지 허가된 전국기준 산림 태양광 면적은 1천947㏊에 달한다. 산림 태양광을 처음 설치한 지난 2006년 이후 총면적(4천907㏊)의 40%에 해당할 정도다. 경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의 허가 건수는 900건에 달한다. 정부가 규제를 하기 전에 한몫 챙기려는 투기까지 겹쳐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와 경남도는 태양광의 급격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무분별한 태양광 확대와 산림 훼손을 막는 대책을 내놓기는 했으나 이미 터진 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 투쟁의 몫이 돼 버렸다. 고성 대가저수지 수상 태양광발전사업이 군민들의 반대로 백지화되기는 했으나 많은 곳에서 우려와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남해군 창선면 수산리 동대만 개펄(갈대밭) 태양광발전, 거창군 위천면 상천저수지 수상태양광발전, 밀양 안태호 태양광발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한 점은 그토록 환경보호를 외치던 환경단체들이 이번에는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해 창선면 갯벌의 경우 환경단체가 반대를 표명하기는 했으나 도내 수백 곳의 현장이 이들의 주목에서 벗어나 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환경단체 내부에서 이런 문제를 두고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표면적으로는 환경에 손을 놓은 것처럼 까지 비친다. 하기야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기 어려운 사정은 이해한다. 원자력발전 폐기를 그토록 줄기차게 요구해온 그들이 재생에너지 정책을 비판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모순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원자력발전 폐기와 재생에너지 정책 비판은 별개의 문제다. 천혜의 자연경관에 태양광 패널을 깔고 풍력발전을 한답시고 나무를 베고 산림을 훼손하는 것은 밀양송전탑을 세운다고 산림을 마구 훼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평생을 지켜온 지역민의 삶의 터전을 바꾸고 망치는 것은 자연훼손 이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걸 비판한다고 그들이 주장해온 원자력발전 폐기가 자기모순에 빠질 여지는 없다.

 환경단체의 침묵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히 이들이 가진 영향력과 힘 때문이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산하는 태양광 패널로 뒤덮일 수도 있다. 자연경관과 삶의 환경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입을 닫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허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균형감각에도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대다수 환경단체가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춰왔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만일 같은 편이라고 입을 닫는 것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그들이 환경운동을 할 때 많은 국민들이 곱게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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