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2:56 (목)
추락ㆍ도약 기로 선 한국호
추락ㆍ도약 기로 선 한국호
  • 이광수
  • 승인 2018.10.23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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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한국의 보이그룹 BTS(방탄소년단)가 미주ㆍ유럽 투어를 성공리에 끝내고 다음 달 일본 원정을 앞두고 있다. 공연이 끝난 미주ㆍ유럽 투어와 다음 달 예정인 일본의 공연 티켓 등 총 79만 장은 예매 시작 9분 만에 조기매진 됐다.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스탠딩 관객을 위한 선착순 라벨을 받기 위해 공연 3일 전부터 공연장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광경을 유튜브로 지켜보면서 그들의 글로벌한 인기를 실감했다. 주로 10대 소녀 팬을 중심으로 결성된 아미(ARMY)라는 팬덤의 BTS에 대한 애정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외신의 보도대로라면 방탄소년단은 아미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영국의 BBC와 프랑스의 르피가로지가 비틀즈에 비견할 만한 보이그룹으로 치켜세울 정도로 북미는 물론 유럽 심장부까지 강타했다. 이미 SNS 유튜브 열람 뷰가 20억 회를 넘어섰으며 그 열기가 전 세계적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그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기업홍보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세계 유명 언론매체의 인터뷰 공세는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있다. `러브 유어 셀프 (Love yourself) 당신 자신을 사랑하셔요`라는 투어 슬로건에서 보듯 단순히 춤과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절망과 좌절감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일어서라고 호소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 모습을 시청하면서 우리 청년들의 미래가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잠시 흥분된 열기를 식히고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BTS 신드롬과는 정반대의 딴 세상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뭔가 급속히 진전될듯하던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무드정착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의 손익계산에 의해 예측 불가능의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있다. 우리 스스로 자주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지난 역사의 전철은 오늘날까지 계속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권력다툼을 해온 이 땅의 정치세력들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미래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정권획득을 위해 눈먼 장님 노릇을 계속해 왔다. 보수와 진보라는 타협 불가능의 마지노선을 그어 놓고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돌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권력의 새 주체가 된 진보세력들은 급진 노동세력의 힘을 앞세워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철옹성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한편, 안주의 타성에 빠져 민심으로부터 팽 당한 보수 세력은 사분오열의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오로지 진보타도를 위한 판 깨기 도그마에 빠져있는 느낌이 든다. 성경에는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회개하지 않으면 천당에 갈 수 없다고 했다. 보수의 문제는 왜 그들이 민심의 외면을 받아 정권 유지에 실패했는지 깨닫지 못한 채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믿음이라는 신뢰에 배신당한 민심의 반란으로 집권한 진보진영은 아마추어 수준의 정치력으로 국민으로부터 얻은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횃불혁명이 기대했던 정부 혁신과 협치는 사라지고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져 정치다운 정치가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복지사회를 구현한다며 시행하는 각종 정책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론으로 현장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1조 3천억을 투입한 청년실업 대책은 오히려 실업률 상승이라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자발적 청년실업자 100만 명에 비자발적 실업자 230만 명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내걸고 대폭 증가해 투입한 복지 재원은 시루에 물붓기식으로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곧 좋아질 거라고 장담하던 국내 경기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애초 3.0%에서 2.8%로 낮췄다가 다시 2.7%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수장들의 말대로 거시경제지표가 양호하다면 뭔가 나아지는 기미라도 보여야 하는데 정부 스스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보면 기대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30대 대기업들은 물경 883조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다. 투자 활성화를 외치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대기업 옥죄기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들은 겹겹이 쳐지는 규제강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우리나라 한 해 예산(430조)의 2배나 되는 돈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업투자-일터 만들기-고용 창출이라는 선순환구조는커녕, 돈맥경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오늘, 내일 하며 문 닫을 날만 헤아리고 있다. 4천600억 불에 이르는 외환보유고와 비교적 낮은 외채비율(48%)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관세 폭탄위협과 안방 문을 굳게 걸어 잠그려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아직 수출의 힘은 건재하다고 하는데 왜 국내 경기는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수장들은 거시경제지표가 양호하니 좀 더 기다려 보자고 설득하지만,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시쳇말로 요즘 되는 게 없다는 기업가나 장사하는 지인들의 푸념을 들을 때마다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소득 3만 불의 고지에서 남미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BTS의 신력(?)을 빌어서라도 난국 해소의 길을 모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답답해서 해 본 소리다. 외치에 국력을 쏟으며 허장성세할 때가 아니라 나라 안의 시급한 현안인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할 때이다. 내실 없는 포플리즘에 편승한 정책 남발이 초래한 정부 실패는 국민의 고통만 가중시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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