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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분청도자기축제 D-4
김해분청도자기축제 D-4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10.21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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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백파선 김해분청으로 부활’

‘아리타도기’ 신화 백파선 여류 도공 조명

분청사기 200년 역사ㆍ본토 김해서 재해석

투박한 질감에 소박한 정서로 ‘서민적 미학’

▲ 2018 분청도자대전, 이환현, ‘달’대상

 청자와 백자 사이로 투박한 질감과 소박한 정서를 내뿜으면서도 창의적 제작기법을 통해 최대의 미적 승화를 보여주는 ‘분청사기’가 김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로 올해 23회째를 맞는 ‘김해분청도자기축제’다. 김해시 주최, (사)김해도예협회 주관으로 오는 26일부터 열흘간 김해분청도자박물관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일원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 1996년 ‘김해도자기축제’로 시작해 2003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꿔 해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그 맥을 잇고 있다.

▲ 박연태, ‘덤벙분청각병’금상

 분청사기는 도자기를 만드는 흙 입자인 거친 태토 위에 분(粉, 백토)을 바른 다음 유약을 입히거나, 청자에 백토를 발라 구워내기 때문에 회황ㆍ회청색을 띈다. 실용적 형태와 다채로운 분장기법(粉粧技法)으로 많은 이에게 새롭고 편안하게 다가섰던 분청사기는 대담한 생략과 변형으로 힘 있고 자유분방한 무늬가 특징이다. 여기서의 유약은 장석과 소나무를 태우고 난 뒤 얻은 석회석과 점토 등에서 나온 천연 생유다. 따라서 태토와 유약 색이 지방마다 달라진다. 이에 따른 분청사기의 자유분방한 이미지는 당연한 결과다.

 고려 말 청자로부터 변모ㆍ발전하고 조선 초 200여 년간 번성했던 분청사기는 인화문ㆍ감화문 분청(상감)의 상감분청계와 박지문(양각)ㆍ조화문(음각)ㆍ철화문ㆍ백토문(귀얄문, 덤벙문) 등의 백토분청계로 구분하는데, 시대와 지역에 따라 대략 7가지 기법으로 나뉘어 보여 진다. 대표적으로 △무늬를 도장으로 찍고 백토분장 후 닦아내 무늬를 만드는 인화기법 △파낸 표면 위에 백토 등을 넣어 무늬를 만드는 상감기법 △분장 후 무늬 이외 백토를 긁어내 흑백의 무늬를 산출하는 박지기법 △분장 후 선으로 무늬를 새기는 조화기법 △두터운 분(粉) 위에 철분이 많은 안료로 무늬를 새기는 철화기법 △귀얄로 분장만하는 귀얄기법 △백토 물에 담궈 분장하는 덤벙기법 등이 있다. 규칙적이고 전형적 무늬를 볼 수 있는 인화기법은 분청사기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김해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경상도 대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외 철화기법은 충청도에서, 자유분방한 박지기법은 전라지역에서 많이 보여진다.

 고려청자에 비해 정교하고 우아한 기풍은 사라졌지만 분청사기에는 여러 각도에서 실험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분청사기는 조선 중기에 들어서며 서서히 순백색 백토에 의해 만들어진 백자에게 자리를 내놓고 임진왜란 후 그 자취를 감추게 된다.

▲ 최진훈, ‘분청다기세트’은상

 약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분청사기의 발전과정은 전ㆍ중ㆍ후ㆍ말기의 4시기로 구분된다. 고려청자의 여운을 이어받은 발생기(1360~1420)에 이어 상감ㆍ인화ㆍ조화ㆍ박지기법이 유행했던 발전기(중기, 1420~80), 이후 철화ㆍ덤벙ㆍ철화기법이 성행한 대략 1540년까지의 쇠퇴기를 거쳐 1600년경에는 거의 모든 분청기법이 소멸했다. 분청사기 발생기인 조선 초기에 경상ㆍ전라ㆍ충청도 일대에서 청자가마터가 많이 확산되면서 상감ㆍ인화기법의 풍만한 기형을 가진 사발이나 대접 등이 많이 생산됐다.

▲ 김종삼, ‘2018-순정’은상

 분청사기는 우리나라 최초 미학자이면서 미술사학자인 고유섭(1904~44)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분청사기를 두고 ‘미시미(삼도(三島))’라 부르는 데 반(反)해 ‘분장회청사기’라 했던 것을 줄여 부른 말이다. 말 그대로 분장한 회청색 사기다. 품질이 낮은 흙을 분장을 해 그 품질을 높이려 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6년 6월 김해시 상동에서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굴됐다. 당시 출토된 파편을 통해 고려 말의 흔적임을 밝혀내면서 김해는 독보적으로 분청사기 본고장이라는 긍지를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김해 상동에서 도예작업을 하던 최초의 여류 도공 백파선(1560~1656)과 관련해 3년 전부터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서 ‘백파선스토리’를 전개하면서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더 의미 있는 행사로 각인되고 있다. 백파선은 도공 김태도의 아내로 임진왜란 때 당시 도공이던 남편 김태도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 이삼평(?~1655)과 더불어 ‘아리타도기’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 송인길, ‘분청항아리’동상

 2015~16년 경남도 우수문화관광축제로 뽑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올해 지역 90여 개 도예업체 장인들이 참여해 다채롭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다가설 전망이다. 먼저 △스토리 체험인 ‘참여축제’를 기반으로 △김해 문화와 콘텐츠가 함께하는 ‘문화축제’ △시민들이 재미있고 편히 참여할 수 있게 구성된 ‘힐링축제’ △김해 분청사기와 도자기 제작과정ㆍ역사ㆍ문화를 한눈에 알아보게 구성한 ‘이야기축제’ △조선 여류도공 백파선의 삶과 숨결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된 도자체험 ‘백파선 story’ 등이 마련된다.

 개최 목적은 △김해분청도자기축제의 다양한 테마 콘텐츠 구성으로 관광객과 어울릴 수 있는 관광 상품 개발 △김해분청도자기축제 콘텐츠 개발과 규모 확대 △분청사기의 우수성과 생활자기의 서민적 친근함을 알려 김해지역 이미지 상승 △관광산업축제로의 방향 설정 △김해분청도자기축제의 홍보 확대 및 글로벌화 △동ㆍ읍ㆍ면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민이 만들어가는 축제 △2019년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로의 진입이다.

▲ 김민지, ‘면치기 긴 합’동상

 또한 축제에 앞서 지난 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김해도자테이블웨어전 △도자기 비교관(청자ㆍ분청사기ㆍ백자 비교전) △백파선 일대기 상영관 및 자료전 △빛+도자 인테리어전 △대한민국 분청도자대전 수상작 전 등의 기념특별전이 클레이아크 내 돔하우스에서 열린다. 9회째를 맞이한 분청도자대전은 국내 도예작가와 일반인, 그리고 학생을 대상으로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작품을 매년 공모해 시상하고 있다. 이학천 씨(대한미국 도예명장)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4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 올해는 대상에 이환현의 ‘달’, 금상에 박연태의 ‘덤병분청각병’ 등이 수상했다. 이외 은상과 장려, 특선과 입선에서 70여 명이 수상했다.

 특별기획행사로는 △요리와 만난 분청도자기 △차와 만난 분청도자기 △커피와 만난 분청도자기 △꽃과 만난 분청도자기가 있다.

▲ 김정태, ‘내마음의 보석상자’동상

 체험행사로 △도자기 발굴체험 △백파선 도자인형꾸미기 △흙높이 쌓기 대회 △도자기 액자 만들기 △도자기 악세서리 만들기 △코일링 체험 △공예체험 △흙 밟기 체험 △분청도자기 스쿨 △전통가마 탐험 △분청도자기 8관문 △나만의 컵 꾸미기가 진행된다.

 이외 초대가수, 스포츠댄스, 밸리댄스, 전통무용 등의 공연도 펼쳐진다. 특별공연으로는 △일본아리타 지역주민들이 직접 시연하는 도자기를 이용한 전통 춤 △김해시립합창단과 김해시립가야금단의 뮤지컬 ‘미라클 러브’ △버스킹 ‘수와진의 사랑 더하기’가 있을 예정이다. 이외 △전국어린이분청도판사생&조형실기대회 △전국 차 예절경연대회 △전국사진촬영대회 △김해시 읍ㆍ면ㆍ동 주민자치센터와 함께하는 분청 스타킹 등의 대회 행사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축제에는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 국제학술 심포지엄 △김해분청도자기축제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 △도자 워크샵(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 대상ㆍ금상 수상 작가) 등의 학술대회도 열린다.

 부대행사로는 △김해 장군차 시음 △도자기 공개경매 등이 있고 △도자기 포토존 등의 시설이 마련된다. 더불어 ‘킬러콘텐츠’ 행사로 △백파선의 후예 우리가족 도자기 만들기대회가 다음 달 3일에 △오는 26일에 분청비빔밥 프로그램이 준비 돼 있다.

 이와 함께 업체별로 부스가 연출돼 행사장 내 메인 돔 텐트에서 김해도자기 전시ㆍ판매관이 마련된다. 그리고 이번 행사제목의 주인공인 ‘백파선’과 관련해 △백파선과 함께하는 도자기 체험마당, 부대적으로 △대형도자기 만들기 시연 △분청도자기 스쿨 △백파선 도자인형꾸미기가 진행된다.

 또한 지역 내 향토식당, 푸드트럭, 진례면 부녀회 등이 참가해 김해향토음식과 다양한 먹거리들을 축제장 안에서 맛볼 수 있게 기획됐다.

 한편으론 공예업체들이 참여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김해분청도자기 예술마당이 준비된다. 세계풍물관도 열려 세계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음식 체험을 할 수 있는 인디안밴드 상시공연, 각국 의상착용과 음식 체험 등이 이어진다.

 더불어 관광객들이 축제장임을 인식하고 야간에도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먼저 축제구역 중 일부 LED장미정원, 바람개비 정원 등으로 행사장은 밝은 분위기로 조성한다. 그리고 축제장 곳곳에 그늘막, 원두막, 흔들의자, 해먹 등을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아울러 도자조형 포토존도 조성돼 가족ㆍ연인들에게 호응을 얻을 전망이다.

 축제 전 행사로 백파선 갤러리가 지난 5일부터 시작해 행사 마지막 날까지 운영된다. 갤러리 코너에는 한국 여류도공으로서 최고의 도조(陶祖)로 추앙 받기까지 백파선의 힘겨웠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다큐멘터리 영상물이 상영된다. 김태도와 백파선 부부가 나베시마의 가신 고토이에노부에 의해 일본으로 끌려가 도자기를 시작하고 아리타에 정착하는 여정을 함께 살펴본다면 의미 있는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일본 아리타에 소재한 백파선갤러리 관장을 초대해 백파선 관련 연구 발표와 토론의 장이 마련돼 학문적 기틀도 탄탄히 마련할 수 있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가야문화 중심지로 융성했던 토기ㆍ철기문화를 이어온 김해에서의 분청사기축제는 김해인 뿐만 아니라 타 지역인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서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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