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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35% 시대… 파트너십 제도 도입을
이혼율 35% 시대… 파트너십 제도 도입을
  • 정영애
  • 승인 2018.10.1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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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얼마 전 KB금융에서 1인 가구 2천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여성 1인 가구 10명 중 7명이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51.4%가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 됐다. 물론 조사대상이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에 사는 연 소득 1천200만 원 이상의 25~59세 홀로 사는 남녀들이지만, 1인 가구 562만 명 중 동일 연령대 전체평균치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28.6%에 해당하는 1인 가구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결혼적령기가 30세를 넘기면서 합계출산율이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다. OECD 평균 출산율 1.67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홍콩 1위ㆍ한국 2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시골 마을이 늘어가는 한국은 인구의 14%가 65세 이상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오는 2026년이면 인구의 20%가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10년 동안 물경 13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정투입을 통해 출산장려정책을 펴왔지만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3년 전 1.67에 달하던 합계출산율은 급기야 1.05대로 떨어졌으며 올해 말에는 1.0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구감소의 원인은 가임여성의 감소이며, 이는 결혼기피 현상에서 비롯됐다.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실업난은 결혼에 수반되는 제 요인들(결혼비용, 살 집 마련, 육아비용)의 충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도시의 아파트 구입가와 임대료의 급상승, 자녀 양육비(사교육비 증가)의 부담은 미약한 정부보조금 지원책으로는 역부족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보편적 복지를 누리던 유럽 몇몇 선진 복지 국가들도 갈수록 악화되는 재정 상황으로 점차 복지예산의 축소 방향으로 사회보장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복지재정의 악화는 출산율 저하로 직결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직면한 인구절벽의 위기감도 인구정책의 혁기적인 변화 없이 시루에 물붓기식 재정투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교 이념이 국민의식의 저변에 잔재한 우리나라는 정식결혼이 아닌 동거나 비혼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결혼적령기를 넘긴 젊은이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취급하고, 그런 자녀를 둔 부모 역시 마치 자기들이 무슨 죄나 지은 것처럼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다.

 이혼율이 35%를 넘어서고 재혼이 다반사가 된 시대적 변화를 유교적 이념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 장가 못 간 농촌 총각 짝지어 주기 운동으로 시작된 국제결혼이 이젠 도시 청년들에게도 보편화 되고 있다. 여기에 한류열풍이 거세지면서 한국 남자와 결혼하려는 외국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어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부차적인 요인들이 증가한다고 해도 출산율 저하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서구 유럽에서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결혼제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지난 1999년 프랑스에서 제정한 동거법이라 불리는 ‘시민연대 협약(PACs)’ 제도와 비슷한 ‘파트너십 계약(PSC)’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지난 2013년 동성결혼을 허용하면서 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법적 결합의 방법으로 결혼과 시빌 파트너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성 커플의 파트너십은 법적 보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이성 커플의 법원제소에 대법원이 이성결합의 파트너십 법적 불인정은 차별대우라는 판정에 따라 그들의 파트너십도 법적 보장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남녀 간의 결합은 이성 커플이든 동성 커플이든 결혼이라는 전통적 제도와 파트너십 제도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결혼하지 않고 동거 형태로 사는 커플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동거에 대한 법적 보장 미비로 출산을 기피한다. 이는 동거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태어날 아이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신생아 77만 명 중 59.9%가 동거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한다. 이는 전통적 방식의 결혼에 의해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도 정부가 법적 보호책임을 짐으로써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절벽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출산장려금 지급 등 소극적 출산장려정책에서 벗어나 서구 유럽처럼 파트너십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인구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혼율 35% 시대를 맞아 만혼, 비혼, 졸혼, 재혼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하루빨리 인구절벽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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