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20 (토)
수면 마취
수면 마취
  • 정승환
  • 승인 2018.10.04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승환 갑을장유병원 부원장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현대는 과거보다 의료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그냥 참고 지내던 병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의사와 환자가 많아졌다. 즉 참으면 병이 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아직 수술받고 싶어도 수술 후 부작용과 통증, 수술 시 긴장감 등이 걱정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그중 전신마취하기에는 조금 간단한 수술이고 마취를 안 하기에는 수술 중 통증과 긴장감, 불안 등으로 수술이 꺼려질 때 수면 마취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있는 병원에서도 수면 마취가 많이 행해진다. 하지만 정말 수면 마취가 안전하고 간편하며 전신마취에서 오는 부작용을 없애줄까?

 수면 마취를 하면 환자는 무의식 상태이거나 수술 중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므로 수술 후 편안한 느낌을 받아 매우 유용하고 좋은 마취 방법이다.

 하지만 수면 마취는 간단하지도 않고 전신마취보다 안전한 마취도 아니다. 수면이란 단어처럼 편안하고, 자고 일어나면 상쾌한 것은 맞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일이 행해진다. 그러면 수면 마취란 무엇이며 왜 생각보다는 안전하지 않은 것일까?

 마취의 정도, 즉 간단히 진정의 정도를 보면 주입하는 환자의 나이와 몸무게 등 전반적인 상태에 따라 약의 용량을 결정하며, 정해진 약물을 투여하면 ‘가벼운 진정, 중증도의 진정, 깊은 진정, 전신마취’의 단계로 진정의 깊이가 연속적으로 이뤄진다.

 가벼운 진정은 물음에 일반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정도이며, 기도 유지와 자발 호흡이 잘 유지되고 심혈관 기능이 약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가장 얕은 진정단계이다.

 중증도의 진정은 말에 어느 정도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기도와 심혈관 기능은 잘 유지되는 정도이고, 깊은 진정은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보이며 인공적인 기도유지와 호흡 보조가 필요하다.

 전신마취는 강한 자극에도 반응이 없으며 기도삽관의 기도유지가 필요하고 심혈관 기능은 부적절한 상태인 정도이다. 이중 수면 마취란 중등도나 깊은 진정 상태까지의 진정을 유지하면서 전신마취 시와 똑같은 수준의 환자 모니터링을 하면서 혹시 있을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환자의 바로 옆에서 환자를 감시하는 마취를 말한다.

 실제로 이런 점은 전신마취보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전신마취는 기도삽관 상태이므로 기도유지가 안전하게 잘되고 있고, 고농도의 산소도 잘 투여되고 있지만, 수면 마취는 인공적인 기도유지가 안 돼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진정의 정도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와 몸무게, 목표로 한 진정의 깊이를 고려해 약의 용량을 투여하지만 진정의 깊이를 정확히 맞추기란 매우 어려우며, 환자는 의도한 깊이보다 더 깊은 정도의 진정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마취의의 의도와 다르게 한 단계 또는 두 단계 더 깊은 진정이 돼 의도하지 않은 기도유지나 기도삽관이 필요하고, 심혈관계 기능 유지를 위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 기도유지와 심혈관 기능 저하에 빨리 대처하지 못하면 환자는 매우 위중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마취의는 항상 수면 마취와 전신마취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즉 수면이란 말처럼 수면 마취가 간단하지 않은 이유인 것이다.

 실제로 마취 시술자는 항상 이런 상황을 준비하고 있으며, 병원에도 항상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들은 시술이나 수술의 권유목적으로 환자에게 수면 마취를 너무 쉽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실제 마취사고의 유형을 보면 수면 마취 사고 비중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고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의료는 점점 환자의 편에서 발전하고 있다. 수면 마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너무 남용돼서는 안 된다. 환자들도 시술받으려는 병원에 마취 의사가 있는지와 기도유지 및 응급상황 대처를 위한 시스템과 장비가 갖춰져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