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8 16:34 (화)
하동 섬진강 재첩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동 섬진강 재첩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 김세완 편집부국장 교육ㆍ문화부장
  • 승인 2018.09.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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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완 편집부국장 교육ㆍ문화부장

 섬진강 하류의 바다화 원인으로 하동의 상징 재첩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강 상류의 댐 건설과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이용이 증가하면서 강의 수위가 낮아져 해수가 역류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재첩 생산 감소로 주민들의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의 데미샘에서 발원해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 사이의 광양만으로 빠져나간다. 대한민국 산하를 장장 212㎞나 휘감으며 흐른다. 강줄기가 바다로 빠져나가며 작별을 고하는 섬진강 하구는 하동의 진객, 재첩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재첩을 채취하는 풍경뿐 아니라 신선한 재첩으로 만든 다양한 재첩요리를 맛볼 수 있다. 재첩이 가장 맛이 좋은 시즌은 가을이다. 재첩은 강조개에서 유래해 하동 사투리로 갱조개, 가막조개라 부른다. 가막조개는 ‘까만 아기조개’란 뜻으로 재첩의 생김새를 보고 지은 이름이다. 재첩은 모래가 많은 진흙 바닥에서 서식하는 민물조개로 물 맑은 1급수에서 산다. 또 번식력이 왕성해 하룻밤 사이에 3대손을 볼 정도로 첩을 많이 거느린다 해 재첩이라 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서식 환경에 따라 색깔이 다른데, 진흙 펄에서 사는 재첩은 검은색을 띠고, 모래에 사는 재첩은 황갈색을 띤다.

 요즘 섬진강에서는 진기한 풍경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바로 재첩을 채취하는 모습이다. 재첩은 7~8월을 제외한 4월부터 10월까지 채취가 이뤄진다. 재첩을 채취하는 광경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재첩의 채취 시기, 그리고 물때가 맞아야만 볼 수 있다. 재첩을 채취하는 지역은 하동 읍내 북쪽인 두곡리에서 신월리에 이른다. 섬진강에 인접한 마을에서는 대부분 재첩을 채취하는데, 각 마을마다 채취하는 구역이 각각 나뉘어 있다. 하동과 광양으로도 구역이 나뉘고, 하동에서도 각 마을별로 채취 구역이 다르다. 재첩을 채취하는 방법도 다르다. 어선을 이용해 강바닥의 재첩을 긁어 올리는 형망과 사람이 직접 거랭이라 불리는 도구를 이용해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잡는 도수망으로 나뉜다. 형망은 어선을 이용해 강을 맴돌면서 거랭이로 강바닥의 재첩을 긁어 올리는 방법이다. 어선의 동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대량 채취가 가능하지만, 강바닥의 돌이나 작은 재첩까지 딸려오기 때문에 두 차례에 걸쳐 돌멩이나 어린 재첩을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도수망은 사람이 직접 강으로 들어가 재첩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재첩을 채취하려면 물때가 맞아야 하는데, 썰물 때는 강물의 깊이가 사람 허리춤이나 어깨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작업을 할 수 있다. 도수망으로 작업하기 위해서는 거랭이와 큰 통이 필요하다. 거랭이는 바닥을 직접 긁는 도구이고, 큰 통은 채취한 재첩을 담는 데 쓰인다. 줄을 이용해 허리에 묶고 다닌다. 섬진강 물 위에 사람과 빨간 통들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도수망은 많을 때 2천명도 넘게 작업을 한다고 한다. 강물 위에 사람과 빨간 통이 한데 어울리는 풍경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다.

 그런데 이러한 재첩이 사라지고 있다. 섬진강 하류의 염도 상승 등 하천환경 변화로 생산량이 급속하게 줄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지난 13일 하동군청 대회의실에서 현장 조정회의를 열어 다압취수장 증설에 따른 취수량 증가 등으로 강 하류의 유량이 줄고 염분농도가 높아져 재첩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어민들의 고충 민원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했다. 다압취수장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에 위치한 취수장으로, 인근 지역의 용수공급을 위해 섬진강의 물을 끌어들이는 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05년 다압취수장을 기존 위치보다 상류로 4.2㎞ 이전해 당초 하루 최대 취수량 25만㎥에서 54만㎥로 취수시설을 증설해 현재 최대 40만㎥ 미만으로 취수ㆍ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재첩 채취 어민들은 다압취수장을 증설한 이후 하천에 유입되는 유량이 줄어들어 염분 농도가 짙어지는 등 생태계가 변했고 이로 인해 재첩 생산량이 70%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하동수협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33t에 이르던 재첩 생산량이 2016년 202t으로 급감했다. 어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에 염분 농도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환경 영향조사를 요구했으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이날 현장조정회의에서 관계기관 공동으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환경 영향조사를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하천에 유입되는 물의 양을 늘리기 위해 용역 결과를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하는 조정안을 확정했다. 또한 섬진강댐 재개발사업으로 확보된 용수 17만 8천㎥를 매일 방류하고 섬진강 하류에 염분 측정기 2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앞서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지난 5월부터 섬진강댐 재개발사업으로 확보된 물 17만 8천㎥를 매일 섬진강으로 방류하고 있다. 섬진강 하류의 재첩 서식환경과 생태계를 회복해 어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되돌려 줘야 한다. 또 국가적으로 섬진강 물관리 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해 지속 가능하게 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섬진강의 재첩 생산량이 줄어 생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이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도록 어민들과 함께 깊이 고민하고 노력해 섬진강 재첩을 옛 상태로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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