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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농업은 살아 있는가!
학교에서 농업은 살아 있는가!
  • 옥은숙
  • 승인 2018.09.17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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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은숙 거제 도의원

  1969년 7월 16일, 미국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달 탐험 유인우주선인 ‘아폴로 11호’가 무사히 달의 뒤편에 착륙했다고 NASA가 발표했다.

 그날은 박정희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하는 등 국민의 관심이 달의 탐험에 집중됐다. 그때 필자의 나이는 겨우 서너 살이었으니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지만 아마도 들뜬 어른들 틈에서 이유도 모른 채 같이 즐거워했을 것으로 상상한다.

 그즈음에는 ‘아폴로’가 최고의 유행어 반열에 올라 그해 여름에 창궐했던 유행성결막염이 ‘아폴로 눈병’이라고 칭해졌고 우리 집의 강아지 이름 또한 ‘폴로’였을 정도였다.

 훗날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때 어른들은 이제 머지않아 밥도 우주인처럼 캡슐로 된 것을 먹을 것이니 매일같이 밥하고 설거지할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아마도 보릿고개를 겨우 넘긴 7월의 배고픈 민생들의 소원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경외감이 아우러져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그 배곯았던 어른들의 허기는 채워졌지만 과학기술로 만든 캡슐 양식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좀 더 신선하고 좀 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는 오히려 강해졌다. 결국 식욕이란 사람이 어쩌지 못하는 본능인지라 음식물을 저작하고 안으로 넘기는 행위는 인류가 생존하는 한 존재할 것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최근에는 그 식량에 대한 시각과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곡물이 무기화가 된다면 식량자급률이 결국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고 있을 정도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0~20%만 사람이 소비하고 나머지는 가축의 식량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일부 국가에서 식량부족으로 사망하는 불행이 속출하고 있지만 식량 생산량을 감안한다면 국가 간의 인도적 협력체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곡물 생산이 감소하거나 의도적으로 유통을 막는 결과로 가축의 식량이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육류뿐만 아니라 버터나 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식량 무기화가 시작될 징후에 해당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걱정이 크다.

 UN식량농업기구(FAO)는 미국의 바이오 연료정책에 따라 휘발유에 에탄올을 첨가하고 있는 정책에 정색하며 경고했다. 사탕수수나 옥수수로부터 추출하는 에탄올 생산을 즉각 중단하고 바이오 연료용 40%에 해당하는 옥수수를 식량에 사용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농업의 저소득 경제성과 판로의 불확실성, 농산품 가격의 불안 등으로 인한 농업인구의 감소를 보전하는 국가의 정책 부재의 거시적인 문제는 다른 지면에서 논하기로 하고 일단 학교 교육에서 농업교육이 받고 있는 차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농업은 생명 산업이다. 요즘에는 너도나도 스마트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아무리 산업구조가 바뀌더라도 사람이 중심이 될 것이고 결국 그 사람들은 먹어야 사는 것이다. 한두 끼 먹어서 될 일도 아니고 평생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천대하고 무시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심지어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공교육 체계에서 정식 과목으로 존재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 분야의 가치와 중요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용은 도제식이나 학원에서 교육받던 분야였지만 공교육 체계로 편입된 이후 미용은 커다란 학문으로 자리매김해 대학과 대학원에서 연구의 정식 분야로 발전했다. 그러나 경남교육 내의 농업은 지난 시절에는 지역마다 거의 설치돼 있던 농업계고교가 현재는 신입생이 5개교 17학급으로 줄어들었고 심지어 농업 관련 학과의 미발령 교사가 2018년 현재 무려 전체 교사인 64명 중 28%인 18명에 이른다. 교사 수가 모자라서 발령을 내주지 못하는 자리에는 기간제 교사로 충원됐다.

 앞으로 농업을 버리자는 속셈인지 아니면 그래도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공교육에서 내팽개친다면 농업은 결국 어깨너머로 답습해도 되는, 할 일 없는 사람이나 하는 노동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인구의 감소와 농업에 대한 선호도가 하락하는 사회적인 원인도 무시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공교육에서 촛불을 고이 간직하고 지켜나가야 할 것은 생명산업인 농업인 것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1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있었던 2018 한-아시아 지방정부 경제 협력컨퍼런스 개회식에서 경남을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농업을 융합해 스마트농업을 육성해 미래농업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모든 인재의 토양이 되는 경남교육계는 발걸음이 느려 보이고 때로는 뒷걸음을 치고 있다.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 먹을 식량은 물려줘야 되지 않겠는가.

 교육감을 비롯한 경남교육을 이끌어 가는 교육관계자들이여, 부디 미래지향적인 교육관으로 지금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가지기 바란다.

 나아가, 사람은 안 먹고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오늘 저녁 식탁에서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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