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인사청문회 무용론
반복되는 인사청문회 무용론
  • 이대형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 승인 2018.09.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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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형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지난 2000년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대한민국의 첫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전횡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인사청문 대상도 꾸준히 확대돼 국무위원과 대통령 및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관위원까지 확대됐다. 이후 지금까지 270여 차례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그 취지와는 다르게 공직후보자들은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이용해 정부와 여당에 도덕적 상처를 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여당은 부당한 공격으로 치부해 버리고, 언론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이 관례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ㆍ주식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직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후보자들이 단골소재인 위장 전입, 다운계약서 등으로 곤욕을 치르자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성범죄까지 ‘7대 기준’으로 늘리면서 세부 기준은 낮춰 잡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보면 거의 모든 논란은 도덕성 검증에서 터져나왔다. 이낙연, 김상조, 강경화 등 5명의 후보가 위장 전입에 연루됐고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의혹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여기에 조대엽, 송영무 후보자 등 3명은 음주운전 논란까지 불거졌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 허위 혼인신고 등으로 낙마했다.

 잇단 자질 논란 속에 김상조, 강경화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이 와중에 의원 출신 후보자들은 무난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전관예우 아니냐는 시선 속에 전ㆍ현직 의원의 ‘청문회 불패 신화’는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자질논란이 일고 있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인 유은혜 의원을 반드시 낙마시킨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유 의원의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미국의 인사 검증은 우리와 판이하다.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후보자의 경우 99%가 인준에 성공하고 있다. 공직후보자에 대해서는 객관적 매뉴얼화된 시스템을 통해 1년 가까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철저한 검증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도덕성 검증은 행정부가 사실상 끝낸다.

 백악관 법률고문실 감독 아래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윤리청(OGE) 등이 후보자 개인과 가족, 직업과 교육적 배경, 세금 납부, 경범죄 위반 등 233개의 항목을 사전 검증한다.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도덕성에 대한 고강도 검증 결과는 의회에 모두 제공된다. 검증을 통과한 인사만 후보자로 지명되기 때문에 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철저히 정책 검증 위주다. 도덕성과 정책 검증을 분리해 공개 청문회에서는 정책 역량을 따지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제도 개선이 공전하는 사이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총리와 대법원장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자리를 빼면 나머지 후보자는 여야 모두의 공감을 얻지 못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공직후보자의 경우 사전검증 절차를 제도화하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때 그 검증의 기준과 내역ㆍ결과를 첨부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공직후보자의 인격과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그들의 정책 비전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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