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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에스빠스 리좀 ‘늘임표’ 오픈스튜디오
창동 에스빠스 리좀 ‘늘임표’ 오픈스튜디오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09.09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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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 창작 공간 생생히 접하는 이색 경험
6명 작가, 자신만의 고유 언어 보여주는 공간

 

▲ 에스빠스 리좀 3층에서 지난 8일 ‘2018 리좀 레지던스 오픈스튜디오’ 중간 발표전과 공개인터뷰인 ‘늘임표(Fermata)’가 진행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 14길 24번지 에스빠스 리좀 3층에서 지난 8일 ‘2018 리좀 레지던스 오픈스튜디오’ 중간 발표전과 공개인터뷰인 ‘늘임표(Fermata)’가 진행됐다.

에스빠스 리좀에 따르면 음악에서 한 음표나 쉼표의 길이를 그 상황에 맞게끔 늘이는 것을 뜻하는 ‘페르마타(Fermata’는 ‘충분히 쉬어가는’, 그러니까 호흡을 고르는 레지던스 중간 점검의 시간을 의미한다.

▲ 손상민(작가, 비평가) 씨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공개인터뷰에서 작가들의 작업세계가 소개됐다.

‘레지던스’는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거주 · 창작 · 전시 공간 등을 제공하면서 작품 활동을 돕는 사업을 말한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리좀 레지던스에는 김소해(회화, 만화), 조성훈(회화), 오승언(회화, 설치, 사진), 김서래(회화, 드로잉), 이수정(설치, 미디어, 드로잉), 양서준(회화, 설치) 등 20·30대 젊은 작가 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에스빠스 리좀 3층에 있는 창작 공간을 지원받고 4층에 마련된 특정 공간에 '거주'하면서 일정액의 창작비와 생활비 등 재정적인 협조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동료 작가나 미술계 인사와의 교류를 통해 창작 활동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 마주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개념으로 작업하는 양서준 작가는 목탄을 통해 타자를 통한 '거울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리좀 레지던스’는 이번 중간발표 이후 오는 11월말까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해 최종 작업 결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작가들의 아틀리에(화실)가 공개됐다. 그동안의 작업·생각·생활들을 보여주면서 작가와의 대화·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이어 3시부터는 작가들의 공개인터뷰가 네이버TV의 생방송 중계를 통해 보도됐다.

손상민(작가, 비평가) 씨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공개인터뷰는 장장 3시간에 이를 정도로 섬세하고 심도 깊은 작가자신의 작업세계가 소개됐다.

▲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감성을 연구하고 작품에 실험한다는 김서래 작가.

먼저 김서래 작가는 ‘따뜻한 물’의 움직임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고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대학진학 과정 중 ‘물’이라는 형태에 의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김 작가는 “물이 사람들의 언어처럼 ‘힘내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물결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작품제작 동기를 밝혔다. 그래서 “물결시리즈는 ‘위로’가 테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표류’라는 주제를 통해 불안감 또는 쓸쓸함·외로움 등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고 다른 시선의 작업방향도 설명했다. 이에 “빛도 어둠이 있어야 진정한 빛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두운 작품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자신의 희망찬 내면을 드러냈다.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감성을 연구하고 작품에 실험한다는 김서래 작가. 내년쯤 개인전을 계획하며 대학원 진학도 꿈꾸고 있다고 입꼬리를 올린다.
 

▲ 소해 작가는 특히 원색적인 컬러를 통해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결정체를 만들어 내고 있다.

(김)소해 작가는 혼합재료에 관심이 많다. 그녀의 일과 일맥 닿아 있기도 하다. 그녀는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생계수단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사용하는 재료인 블랙 글라스데코에 눈길이 갔고 그녀의 감각 한 자락에서 작품이 됐다.

그녀는 자연이미지에 관해 작업한다고 밝혔다. 소해 작가에 따르면 자연이미지는 예술가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변해오면서 그들의 예술적 영감이 돼 왔다. 그래서 자연의 이미지는 작가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매개체가 될 수 있다.

소해 작가는 ‘색채를 통한 소통’에 방점을 둔다고 한다. 그녀는 특히 컬러를 통해 소통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는 자기만족에 이르는 결정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그녀는 미술인으로서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그것의 일환으로 자연이미지 위에 사람형상을 포개 올리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창출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에 관한 만화를 재밌게 그려낸다. 그러니까 예술을 통한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지향한다는 거다.

▲ 조성훈 작가는 가볍게 소비하는 현대인들의 소비태도에 대해 게임처럼 작업하는 작가다.

조성훈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사건들을 이미지로서 가볍게 소비하는 태도에 대해 게임처럼 작업하고 있다”고 자신의 작업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이미지와 이미지 또는 사건과 사건을 조합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자신의 작업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 의미를 무시하는 행위를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조합을 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고 기존의 의미들을 제거한다. 또한 사람들이 가볍게 소비하는 태도를 그대로 가져와 게임형태의 작업으로 풀어낸다.

성남에서 왔다는 조 작가는 “레지던스에 와서 이런 이미지를 통해 연극연출가가 된 기분으로 작업한다”고 자신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때로는 감독이 된 느낌으로 배경을 배치하고 인물을 캐스팅해 조합한다.

▲ 어느 순간 눈에 들어 온 것을 미디어를 통해 작업하는 이수정 작가의 작업 주제는 자유롭다.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그는 “레지던스에서 해외작가와 교류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역량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향후 그룹을 형성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에 내려와 외로울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주변인들이 많이 챙겨줘 행복감마저 느꼈다고 현재 생활을 풀어 놨다.

양서준 작가는 ‘마주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자신의 이미지에 나오는 물고기 눈이 거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작업 이유를 두고 "우연히 마주하게 된 수족관 속 물고기 눈이 자신에게 던지는 말을 들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를 때가 많다"면서 "세상의 어떤 단면을 통해 혹은 내가 아닌 타자에 의해 자신을 보게 된다"고 철학적 사유에 다가간다.

그는 목탄이라는 재료를 사용한다. 그에 따르면 목탄은 빛을 반사하지 않으면서도 칠하면 칠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빛 구멍을 만들어낸다. 그는 이러한 빛 구멍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양서준 작가는 11월 레지던스 피날레에서 설치작품을 망라한 영역도 구사할 예정이다.

▲ 기독교 미술을 전공한 오승언 작가는 창원에 머무르면서 특히 3.15 의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기독교미술을 전공한 오승언 작가는 의류 재봉선을 이용해 현대인의 외적 이미지 추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형상화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알맹이가 빠진 틀만 남아 있는 세상의 모습을 의류의 재봉선을 통해 실험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그는 의류에서 온전한 형태를 빼고 재봉선 만을 따 만든 뼈대에 FRP(섬유강화플라스틱)를 입혔다. 이러함을 통해 껍데기만 나뒹구는 세상을 표현하려 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목사라고 소개한 그는 잘못된 종교적 관습에 기인한 폐단을 풀어 가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지던스…향후 한국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력
성과와 더불어 아이디어 승화·발전되는 계기

또한 그는 자신이 전공한 기독교 미술은 중세를 답습하는 게 아닌 현대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미술이라면서 자신의 작업 ‘피에타’를 소개했다. 그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까지 섭렵하면서 기독교를 통해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모순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승언 작가는 창원에 머무르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 3.15의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이 사건을 통해 창원의 정체성 밝히기에도 주력하겠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미디어작업을 하고 있는 이수정 작가는 자신의 작업 주제에 대해 “어느 순간 눈에 들어 온 것을 통해 작업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 주제는 고정적이지 않다. 순간순간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작업의 이미지가 된다. 때문에 매순간 작업 주제가 바뀐다. 근래에는 ‘아파트’에 대해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이 작가는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어느 순간 창문 가득 들어온 높은 아파트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미디어를 통해 녹여내고 있다.

이날 공개인터뷰 진행을 맡은 손상민 씨는 행사 종료 후 “입주 작가의 여러 인터뷰를 글로 남겨 작가를 향후 소개하려 하고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녀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작가들을 더 깊이 알게 됐다. 그녀는 “작가들이 인터뷰 한다고 많이 긴장하기도 했지만 은근히 즐기는 모습이어서 오늘 시간이 의미 있었다”고 뿌듯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인터뷰에서 일반인도 궁금해 할 질문들을 통해 작가들의 면면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작가노트에 쓰여 진 얘기들을 인터뷰를 통해 또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특히 “오승언 작가 인터뷰의 경우 한국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폐단까지 짚어줘 내심 예술가로서의 어려운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작가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한편 이런 이야기를 통해 “작가들의 예술가로서의 순수한 열정 또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목소리의 톤을 올렸다.

리좀의 하효선 대표는 불어로 “지금 딱 ‘뽀엥 도르그' 중간인거죠”라면서 “오늘 행사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물리적으로 준비된 작가들을 보면서 피날레(마지막)에서의 결실이 기대된다”고 뭉클한 감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시간은 작가들이 잠시 쉬어가는 틈이 필요하겠다 싶어 마련됐고, 생각보다 훨씬 준비가 잘 돼 있어 흐뭇했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덧붙여 “앞으로 차분히 작업을 더 내실 있게 다져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레지던스라는 임시적이고 한시적 공간에서 6명의 작가들은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적인 모습을 행사를 통해 보여줬다. 또한 내외적으로 한 계단 올라 서 있는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또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새롭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불어 작가들은 감상자의 시선도 조우할 수 있는 여지를 구축했다

이러한 상황 추이는 향후 이들 작품이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대해 주목하게 한다. 아울러 이들의 진지한 목소리는 향후 한국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행사는 그들에 의한 ‘다음 단계로의 진정한 이전을 위해 멈추는 뽀엥도르그, 그간의 열매와 배움을 펼쳐내는 시간의 뽀엥도르그’다. 그리고 ‘성과’와 더불어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승화·발전되는 계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은 한걸음 진보된 예술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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