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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 고명
냉면과 고명
  • 경남매일
  • 승인 2018.09.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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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영 사회부장
▲ 오태영 사회부장

냉면은 육수와 면이 좋아야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명이 아무리 화려해 봐야 육수와 면이 그저 그러면 명품 냉면이라고 할 수 없다. 수십 년 노력과 노하우 없으면 냉면 명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 어쩌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냉면 육수와 면을 만드는데 그들은 평생의 심혈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한다. 대를 이어도 전통제조기법은 그대로 지켜진다.

경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탄탄한 경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의 근간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려면 경영진의 경영능력과 비전, 직원의 애사심과 근면성, 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건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누구나 아는 원리다.

이런 기업들이 나와야 나라 전체의 경제가 살아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배 정의, 재벌의 독점적 지배구조 및 의결권 문제 등은 탄탄한 경제를 만드는 것과는 직접적으로는 무관하다. 그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긴다. 시장원리를 흔드는 경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한 이 원칙은 우리의 생명줄과 같다.

바로 이 시장원리를 흔드는 정책들이 현 정부에서 무시로 나온다. 최저임금 정책,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부동산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최저임금,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대다수 근로자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나친 시장개입이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출규제나 조세 개편으로 할 것은 아니다. 공급을 시장 수요에 맞게 하면 되는 일이다.

경제민주화도 이런 시장원리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것이 맞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재벌개혁, 갑질 개혁, 국민연금 슈튜어드십 코드 도입, 불공정 하도급 거래 금지, 가맹 분야 보복 조치 금지 등은 물론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적 구조는 혁파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분배 정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약탈적 기업 관행의 척결, 갑질 개혁이 필요하다 해도 시장원리를 훼손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경제영역과 정치영역이 혼동되면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 입김이 센 나라에서는 기업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삼성의 180조 투자가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경제와 정치영역을 명쾌하게 선을 긋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 외풍에서 자유로웠던 지점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화를 비롯한 한류가 그렇고 정치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의 많은 기업들이 세계적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정치가 경제를 죽이고 있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작금의 우리나라에서는 복지정책과 경제정책 고용정책이 뒤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정책의 목적이 하나에만 있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목표는 필연적으로 어느 한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생존전략의 첫 번째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어떤 정책도 이 핵심 생존전략을 훼손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가 이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

분배 정의, 고용 확대, 경제민주화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그것은 작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냉면의 고명에 불과하다. 육수와 면에 승부를 내야지 고명에 신경 써서는 팔리지 않는다. 고명은 국내용이지 해외용은 아니다. 국내용 냉면 만드느라 외국에서 외면하는 냉면을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시중에는 우리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정부를 걱정한다. 적폐청산도 좋고 개혁도 좋지만 제발 우리 경제를 흔드는 일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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