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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간 '눈'이 행복해진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41일간 '눈'이 행복해진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08.30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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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개막…13개국 70여 명 작가 참여
시민풍물 ·비나리 ·모둠타악 ·천연염색 등

▲ 황재형, '새벽에홀로깨어2'

창원시 주최, 창원문화재단 주관으로 다음달 4일부터 41일 간 개최되는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벨기에를 비롯한 13개국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조형예술인 조각을 특화한 국내 유일의 비엔날레다.

  창원은 김종영(1915~82 창원), 문신(1923~95 마산), 박종배(1935~ 마산), 박석원(1942~ 진

해) 등 세계적 조각가를 배출한 도시다. 이런 이유는 ‘창원 조각’ 특화를 강조할 당위성을 가지면서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 개최 도시로서 그 자부심과 위상에 다가선다 할 수 있다.

창원 대표 조각가로 특히 김종영과 문신을 들 수 있다. 김종영(1915~1982)은 문인정신을 바탕으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남긴 우리나라 추상조각의 선구자다. 그의 작품은 ‘비균제’ 형태로 자연스런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김종영의 작품은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키워드인 ‘불각(不刻)의 미학’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문신은 균제, 대칭, 조화, 균형으로 번역할 수 있는 작업을 남겼다.

이들의 대칭·비대칭, 균형·불균형 등의 조형적 특성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집약시키면서 조각의 의의를 반추하게 한다. 이에 창원 조각의 정체성, 특히 김종영과 문신의 예술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두 작가의 예술적 키워드가 이번 비엔날레의 기치로 새겨진다. 바로 ‘불각’과 ‘균형’이다.

  ‘불각의 균형(The Balance of Non-Sculpting)’은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표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불각’은 자연스런 상태, 조화를 이루는 상태에의 추구다. 여기서 대동되는 ‘무위(無爲)’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깎기는 깎지만 깎지 않은 것 같은 상태, 바로 자연의 상태이며 불각을 의미한다. 불각은 원초성 혹은 자연스러움을 지향하고, 균형은 모순과 질곡에서 상호 균제를 지향한다. 달리 표현하면 자연성과 인공성 혹은 정신성과 형식성 등의 개념을 상호보완적 입장에서 고려하게 한다.

 따라서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자연스러운 조형성과 복잡한 시대성을 다양한 입체예술의 측면에서 담론 중심으로 엮어 내고자 기획됐다. 다른 무엇보다 형식과 내용에서 참신성과 중량감을 중시했다. 형식적 측면에서는 표현 매체와 방법의 확장을 지향했고, 내용적 측면에서는 문제제기 등의 담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런 두 가지 특성은 ‘파격(破格)’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되리라 주목되고 있다. 그러니까 여타 기획전시와의 차별성에 주안점을 둔 발언과 형식이 시도된다고 볼 수 있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개막식 행사와 아트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 개막식

다음달 4일 16시에 열리는 개막식은 용지공원(포정사)에서 진행된다. 이날 공연은 지역문화예술단체인 ‘문화두레 어처구니’가 ‘터울림’ 타악공연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에 시민풍물패 50명과 브라질 전통북인 바투카다의 합동공연이 진행된다. 이어 창원조각비엔날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비나리'와 액운을 소멸하는 ‘춤사위’가 펼쳐진 후 ‘모둠타악’공연으로 마무리한다. 개막 행사 이후 17시부터는 통도사 성파 스님의 천연 염색천을 이용한 이반 퍼포먼스팀 춤패 ‘랑’ 의 개막축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일찍이 전통 천연염색으로 작품활동을 이어 온 통도사 성파 방장스님은, 이날 포정사 무대에서 천연염색 천들로 지붕을 만들어 출렁거리는 원색의 특별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여기에 특별 퍼포먼스로  ‘염색과 춤’이 더해진다. 춤꾼은 천연염색 웅덩이를 들락날락하면서 춤을 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하얀 옷은 원색으로 물들게 된다. 즉흥 염색인 이 천연염색 퍼포먼스는 시각적 장관을 연출하면서 ‘전통문화 다시 보기’ 차원에서도 흥미를 끌 전망이다.

□ 아트체험 등 부대행사
다음달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용지공원(포정사)에서는 정진경, 이유라, 박도현 등 지역 예술작가가 직접 아트체험 부스를 운영해 비엔날레를 찾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먼저 이유라 작가가 진행하는 슈링클스 아트상품 만들기 체험은 기간 중 평일과 주말 10시부터 18시까지 진행된다. 정진경 작가는 다음달 15, 16일 양일간 19시부터 책이 상징하는 문화의 가치를 빛이라는 소재로 표현하는 라이팅 북 만들기를 운영한다. 박도현 작가는 행사 기간 중 매주 토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성산아트홀 2층 휴게실에서 지역 대표작가인 김종영, 문신 선생의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의 기법을 활용해 제작 체험하는 시간을 만든다. 내용으로 생활 비닐을 활용해 나의 꿈을 담은 애드벌룬 만들기, 나무·돌·고무 등에 글자를 새기고 찍어내는 전각체험, 색지나 시트지를 이용한 비쥬얼다이아그램 만들기 체험이다. 단체가 체험부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는 창원조각비엔날레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전시는 조각공원과 미술관으로 양분돼 설치된다. 조각공원인 실외에서는 용지공원 포정사 앞에 ‘유어예(遊於藝) 마당’을 조성했다. 공자의 말에서 유어예는 ‘육예를 배움’으로 얘기된다. 이를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예술작품과 함께 놀기’로 재해석해 의미를 가져갔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은 숭배의 대상으로 인식돼 ‘접근금지’ 또는 ‘만지지 마시오’라는 주의사항과 함께 전시되지만 이번 유어예 마당은 이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휴식과 놀이의 공간으로 조성된다. 그래서 조각품 위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 미끄럼을 탈 수도 있고, 앉아서 쉴 수도 있는, 또 누워서 잘 수도 있는 한마디로 조각품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실내 전시는 성산아트홀,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창원의 집 내 역사민속관 등에서 펼쳐진다. 성산아트홀에서는 ‘파격(破格)’ 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재료와 형식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여기서 김종영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창원의 집 한옥에서는 국내외에서 주목 받고 있는 백남준 이후 대표적 비디오 작가의 작품이 선보인다. 문신미술관에서는 문신 특별전을 비롯, 뉴욕에서 활동한 김포(김보현)·실비아 왈드 부부작가 특별전, 그리고 안종연 팀의 미디어 아트 전시가 소개된다.

결론적으로 미국, 독일, 벨기에, 루마니아, 중국 등 12개국 60여 작가의 2백여 점이 선보여지는 이번 비엔날레는 모순적 개념 같으면서도 현대사회의 단면을 집약한 ‘불각의 균형’ 내지는 ‘파격’을 보여줄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주류 미술계에서 익숙하지 않은 재료와 표현형식 등을 통한다. 특히 평면작품의 경우 머리카락, 소금, 프레스코, 한지 인화지 등과 같은 재료를 활용한 작업이 주목 한다. 한마디로 ‘파격’은 고정관념을 깨는 행위이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예술적 행동이다.

□ 유어예(遊於藝) 마당 - 예술작품과 함께 놀기
  창원 용지공원 포정사 앞 영구설치물 조각공원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중심축을 이룬다. 이를 위해 단순 조형물로서의 감상 차원에서 벗어나려 했다. 다시 말해 공공미술의 사회적 기능 가운데 관객의 감상 효용성을 강조했다. 앞서 밝힌 바대로 작품 위에서 쉬거나 놀기다. 한마디로 유어예 마당은 놀이터 개념을 활용한 조각공원이다. 그래서 순수 조형물과 함께 기능성을 강조한 ‘유어예 마당’은 불각균형의 실체적 구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주류 미술계서 익숙치 않은 재료·형식 가져 와
머리카락·소금·프레스코 등 고정관념 깬 재료

 유어예 마당에서 안종연의 대작 ‘아마란스(Amaranth)’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관객 참여의 기능성을 부여한 작품이다. 꽃잎에 해당하는 원형 굴레 안에 역시 원형 평판을 두어 관객으로 하여금 쉬거나 놀 수 있는 벤치 역할의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아마란스’는 이런 기능적 측면 이외에도 조명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꽃술 부분에 다채로운 빛을 낼 수 있게 장착된 LED 장치는 스스로 빛깔을 바꾸면서 꽃의 화려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수시로 바뀌는 색채의 향연, 그것도 곡면의 색채 변화, 이는 근래 독일에서 개발한 신기술의 활용이다. 곡면 LED 장치에 의한 화려한 색채 변화, 이는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조형물이다. 특히 야간에 더욱 빛을 발하는 화려한 조명 기능은 가로등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며 용지공원은 물론 창원시의 상징적 조형물로 주목 받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유어예 마당의 개념을 제대로 살린 기능성과 조형성 그리고 상징성까지 겸비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유어예마당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 성형의 심장 모양 조형물인 윤영석의 ‘심장유희’ 등 국내외 유명 작가 14인과 창원 지역작가 6인의 영구설치작 16점·임시설치작 6점이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 고정관념에 주석 달기- 특별전 '파격'
  창작은 고정관념에의 도전이라는 숙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파격’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고정관념에의 행동적 결과인 파격은 주어진 궤도로부터의 이탈이며 또다른 새로움에의 추구다.

 

▲ 오순경, '일월오봉도'

  예를 들어 ‘일월오봉도’는 조선왕조의 왕권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가 권좌 뒤에 일월오봉병풍을 둘렀기 때문이다. 한자어 그대로 달과 해 앞에 다섯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이다. 1만 원짜리 지폐 앞면에 세종대왕의 초상화와 함께 그려져 있는 이 이미지는 왼쪽엔 달, 오른쪽엔 해가 떠 있는 특이한 배경에다 두 줄기 폭포가 흘러내리는 다섯 봉우리 산과 맨 앞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로 이뤄져 있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왕좌 뒤에 놓여 왕이 죽을 때도 같이 묻혔다. 이는 조선왕조가 어떻게 이미지를 권력의 상징으로 활용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일월오봉도는 18세기 정조에 의해 파격으로 무너진다. 정조는 책가도를 용상 뒤에 설치했다. 학문정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들 궁정회화는 형식적으로 채색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 원색 숭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원색의 궁정회화는 점차 민간으로 퍼져 이른바 민화라는 형식으로 조선 말기의 대표적 장르로 발전되었다. 이들 작품의 특징은 형식적으로 채색화이면서 내용적으로는 행복추구의 길상화(吉祥畵)로 여겨졌다.

▲ 정고암, '삼족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의 ‘파격'은 전통이라는 고정관념에 새로운 형식을 덧댔다. 바로 일월오봉병풍의 ‘거꾸로 세우기’다. 발상법의 대전환이다. 그래서 성산아트홀 첫 머리에 거꾸로 선 오순경 작가의 일월오봉병풍은 전시공학의 이의제기와도 같으며 ‘파격’ 전시의 상징적 도상이기도 하다.

파격‘ 이라는 이번 전시 개념에서 표현재료와 기법의 확장은 작품 내용에서 담론을 제시하며 세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또한 불각과 균형이라는 상호 모순적 개념을 바탕에 둔 새로운 시도에 방점을 찍고자 한 결과이다. 이는 이색적 재료 활용을 통한 표현형식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광부화가로 알려진 황재형은 머리카락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그는 태백의 미장원 등에서 수집한 머리카락으로 캔버스에 하나씩 부착시켜 다양한 형상을 표현했다. 하얀 바탕에 검은 머리카락은 일견 수묵화다. 정교하게 머리카락을 어떻게 부착시켰는지 그 기법과 공력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는 머리카락으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출품작 ‘새벽에 홀로 깨어-세월호 어머니’는 신라 최치원의 시에서 따온 제목 아래, 세월호 희생자의 어머니 모습을 담은 것이다. 여기에‘원이 엄마 편지’는 요절한 남편의 무덤에 넣은 조선시대 여성(원이 엄마)의 심금을 울리는 편지와 더불어 ‘부장품’으로 넣은 머리카락 신발을 표현한 작품이다. 머리카락이라는 재료로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파격을 보여주는 안종대의 ‘실상’은 고구마에다 사람 얼굴을 조각해 말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안종대는 설치작업으로 말린 식물을 비롯해 실, 솜, 쇠, 종이 등 흔하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그는 변화과정을 주목하면서 존재의 본질이라는 화두를 염두에 두게 한다.

▲ 임옥상, '민들레 꽃씨, 당신'

임옥상의 ‘민들레 꽃씨, 당신’은 캔버스 위에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작품을 구성했다. 그는 이미 땅과 흙이라는 재료를 주목하면서 특히 논바닥 위에서 작업하기도 하고 종이부조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출품작은 흙을 통해 배경을 생략하고 서 있는 인물을 담았다.

김민정 작가는 한지를 작은 원형으로 오려 그 가장자리를 태운 흔적, 그러니까 검은 선을 살린 것을 화면 가득 부착해 출품했다. 오원배의 ‘무제’는 판넬 위에 회반죽 형태로 그린 프레스코 기법으로 작가 특유의 건축적 구조와 부유하는 인체가 담겨 있다. 임채욱의 사진작업 ‘인수봉’은 사진용 인화지 대신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석재를 활용한 전각작가 정고암은 벽면용 입체 설치작품인‘삼족오’를 부조와 영상작품으로 출품했다. 송창의‘정원’은 아이론 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오브제를 부착했다. 분단의 상처를 즐겨 표현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면서 화해의 굿마당을 담아 냈다. 이주원의 ‘길에서 조우하다-나의 집’은 한지에 아크릴로 도상을 만들고 그 후면에 LED를 장착해 화면 색상의 변화를 도모했다. 한지와 조명의 조화다.

  김태은 작가는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은 ‘소금에 절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보존의 의미, 또 청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태은은 소금만을 가지고 안중근의 ‘소금 초상화’를 그려냈다.

▲ 김태은, '안중근'

하태범은 사회성 짙은 주제로 알루미늄 부조 작업을 만들어냈다. 백승수 작가는 스티로폼을 활용했다. 정광화 작가는 석고가루 분진 위에 석고 미니카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설치작을 출품했다. 이들 석고가루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굳어가고, 미니카는 부서진다. 이런 설치 위에 안개는 계속 생기면서 시간성을 환기시킨다. 이 작품은 관객참여 작품으로, 관객은 안개 속을 거닐며 안개의 형태를 임의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서용선의 ‘관계’는 목조 조각 위에 색채를 올렸다. 거칠게 표현한 인물은 현대 사회에서의 권력 지향과 소비 욕망을 버리지 목하는 군상이다. 진기종의 ‘자유의 전사’는 군인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사실적 형상으로 표현됐다. 평소 그래피티 아트를 즐겨하는 최울가는 개를 소재로 작업했다. 손정희의 ‘플레이보이 맨션’은 도조 작품으로 여성성을 강조했다. 김창환 작가는 철근과 스테인리스 스틸의 상어 형상을 설치 예정이다. 배종헌의 설치작업은 시멘트 자국 등 건축적 흔적을 주목한 ‘낡은 건물 속의 산수’를 보여준다.  풍자와 해학, 그러면서도 비판의식이 살아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강애란의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은 고종을 비롯한 조선왕조의 자료들을 디지털 북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는 책이라는 소재를 탈 물질화해 의미 변환을 시도했다. 한승구의 ‘피부의 피부’는 동식물의 자기보호기능 ‘미미크리’로, 위장과 변장의 뜻을 담았다. 그리고 이것을 넘어 위협이라는 이면의 의미까지 수용하고 있다.

임흥순의 ‘북한산’은 탈북여성의 북한산 산행을 담은 비디오 작품이다. 남한에서 가수생활을 하는 젊은 여성을 통해 남북문제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손봉채는 ‘금강산도’에서 열가소성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 바탕에 유화로 금강산을 그린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금강산도’는 12폭 대작으로 LED 장치를 두어 매체의 활용을 시도했다.

쿠이 시우웬(Cui Xiewen)의 비디오 작품 ‘스크린’은 무채색 기조로 분절된 영역을 보이며 이미지의 최소화를 지향했다. 패턴의 반복작용을 통해 소멸과 재생의 의의를 제고시키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 개막 직전 작고해 이번 출품작이 공식 유작이 된다. 미야오 샤오천(Miao Xiaochun)은 자리로 댄스(Gyro Dance)의 무용수를 3D 스캔으로 제작하고 디지털 형태로 변화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 쿠이 시우웬, '스크린'

이이남의 특별코너인 ‘명청회화 크로스오버’는 모니터 5대를 사용해 중국 고전회화를 다른 화면으로 구성했다. 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높이 5m가 넘는 기다란 설치작업으로 밤하늘의 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리고 ‘고전회화-해피니스’는 전통병풍 형식의 움직이는 도상 작품이다. 이이남의 동영상 작품은 현대기법을 활용한 전통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판화가 홍선웅은 80년대 이후 목판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백령도-종이학’은 2010년 백령도 인근의 천안함 침몰사건을 다룬 것이다. 제주 4.3사건을 진혼(鎭魂)하는 ‘제주 4.3 진혼가’는 목판화다. 또한  ‘산다화(山茶花)’는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목판화다. 김준권의 ‘풍경’은 유성다색 목판화다. 붉은 보리밭을 소재로 한 정교한 칼질이 독특하다. 여기다 ‘산운(山韻)’은 우리 국토의 모태를 표현하면서 48개의 판목을 이어 제작한 대작이다. 이 작품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포토 존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폴란드 판화작가 크리스토프 슈마노비츠(Krzysztof Szymanovicz)의 경우도 눈길을 끈다. 윤영희의 ‘비상’과 ‘광화문’은 봉황 같은 서조(瑞鳥)를 중심으로 해 생명성을 표현했다. 윤영희 작가의 작품은 전통 채색화를 바탕으로 한 민화의 현대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성산아트홀의 로비를 장식할 이정교의 공간조각은 장소·비장소, 의식·무의식, 존재·비존재 등 개념으로 새롭게 공간을 해석한다.

결론적으로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불각의 균형’과 ‘파격’으로 새로운 미술문화를 선도하려 한다. 조각공원에 ‘놀이’ 개념을 넣어 ‘즐길 수 있는 조각’을 강조했고,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해 ‘파격’을 제시한 이번 비엔날레는 여러 문제를 고민한 소박한 보고라 할 수 있다. (자료 제공 :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추진위 - 윤범모 감독 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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