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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영웅이 되는 이상한 나라
죽으면 영웅이 되는 이상한 나라
  • 경남매일
  • 승인 2018.08.27 21: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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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유난히 맹위를 떨치는 폭염의 기세가 이 산하를 휘몰고 있는 작금 대한민국호의 항해를 지켜보는 눈들은 심상치 않다.

11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더위는 논바닥 밭떼기를 갈라놓았고 농부들의 가슴에 멍 자국을 깊이 각인시키고 힘없고 서러운 노약자들의 일상은 날이 갈수록 수심의 도는 깊어가, 젊은 일꾼들마저 일자리를 잃고 저 뙤약볕 아래나 불타는 아스팔트 위를 방황하는 처지로 전락, 헤매고 있는 오늘이다.

지난달 23일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이 투신자살했다. 갑자기 일어난 그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여파는 현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고 국민들에게 미친 영향 또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비교적 우수한 의정활동과 진보를 대변하는 입으로써의 역할을 무난히 수행해왔던 그였기에 더욱 그렇다.

드루킹 사건 파문으로 검찰의 수사가 좁혀오자 그는 최악의 자충수인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유서에서 밝혀진 내용은 4천만 원을 받았으며 그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때문에 모든 것을 마감한 상황에서 그의 죽음을 미화시키는 일들이 일파만파 일어나 4천만 원이란 큰돈을 받은 죄(罪)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노회찬 개인이 걸어온 ‘길’만을 클로즈업시키고 미화해 영웅화 작업을 하는 데 있다.

더구나 국회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정ㆍ관계는 물론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조문하도록 유도했다. 그를 흠모하고 좋아하는 국민들이야 당연히 애도하며 슬퍼할 일이지만 그가 죽음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4천만 원 검은돈의 실체와 죄까지 애시당초 없는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참 이상한 나라이다.

4ㆍ19 때 죽은 김주열. 당시 나이는 17세 고 1이다. 최루탄 파편에 맞아 죽은 지 한 달 보름 뒤 건져낸 시신이 온전히 보전된 채로 눈에 박힌 파편은 그대로였다. 그는 죽어서 혁명 열사로 추앙돼 오늘날까지 김주열 열사로 호칭되고 있다.

1970년 전태일. 22세의 젊은 나이로 평화시장 노동자 대회를 추진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그. 결국 죽음으로 종결되고 노동운동의 촉진제 역할을 부여, 노동자를 비롯한 근로자 사회운동단체 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사상적 이념을 기르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 그 후 그는 열사로 추앙받으며 기념관까지 설치해 전 국민의 혈세로 추모하는 영웅으로 변모했다.

또한, 1987년 연대 학생이었던 이한열은 6월 9일 연세대 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결국 7월 5일 합병증으로 당시 21세의 나이로 사망.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고, 노태우 정권의 6ㆍ29선언에 이어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는 계기가 됐다.

국민장으로 치러진 이한열의 죽음은 당시 시대상으로 볼 때 큰 의의가 있으며,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북한 노동자 대표들이 방한해 이한열 기념관과 그의 어머니 묘소, 문익환 묘소를 참배한 것 역시 이념적 의미로써 왜 그들에게만 참배하고 이 나라 역대 대통령의 묘는 참배하지 않았을까? 그 역시 현재 이한열 기념관이 설립돼 추모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어떠한가? 지난 2009년 5월 23일 자신의 봉하마을 뒷산에서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을 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죄상은 당시 태광실업 회장 뇌물 비리 사건과 관련, 부인 권양숙과 아들 노건호가 수사를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 역시 검찰에 출두, 수사를 받던 중 유서를 남기고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생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 후 그로 인한 수사나 검찰 조사 역시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의 고향마을은 성지(聖地)로 변모됐고 인간 노무현은 국민적 영웅(英雄)으로 추앙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주열, 전태일, 이한열 등의 죽음은 당시 극렬한 이념대립의 희생물이었다고 하더라도 최근 노회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自殺)로 인한 죽음 후에 그들이 행한 잘못된 범죄행위(犯罪行爲)는 씻은 듯 사라지고 오히려 미화돼 영웅시되고 있음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선진국의 경우 죄(罪)와 벌(罰)은 엄연히 구분되며 공인으로써의 범죄자(犯罪者)는 죽은 후에라도 그 공(功), 과(過)는 물론 죄상(罪像)까지 낱낱이 밝혀 국민 앞에 공개해 그 사람의 실체를 분명히 알게 하고 있다. 물론 공소권 자체가 없으므로 처벌은 할 수 없지만 죄상은 철저히 조사해 진실(眞實)은 밝혀져야 하는 것이다.

죽었다고 모든 것을 덮고 무효화해 오히려 미화돼 영웅이 되는 이상한 나라가 돼서는 아니 된다. 진실(眞實)과 정의(正義)는 밝혀져야 하며, 5천만 민족의 눈과 귀를 덮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111년 만에 찾아온 염장군의 심술이 연이어 동호제(東湖齊)를 달구고 있어 예사롭지 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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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현 2018-08-28 12:24:48
앞서 사설을 보니 그 시절에 친일 아니였던 사람 없었다고 하셨지요?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 딱 그 수준인 이런 글이나 쓰시는 겁니다.
죽어서 영웅이 된 쓰레기는 박정히가 딱이지요
국민들 눈가리고 조센징 만드는 글만 쓰시지 마십시요

일본군에 들어가기위해 박정희 쌍놈의 새끼가 '죽음으로써 충성한다'고 혈서에 썼다던데...혹여 시인님도 저런 한줄 있으시면 일장기 앞에서 혼자 혈서 한번 날려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