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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한꺼번에 많이 하지 말라
개혁, 한꺼번에 많이 하지 말라
  • 경남매일
  • 승인 2018.08.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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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부국장ㆍ창원취재 본부장
▲ 김중걸 편집부국장ㆍ창원취재 본부장

6ㆍ13 지방선거 후 각 자치단체의 새 집행부가 출범한지도 두 달이 다 돼 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의 정치적 요인으로 구 여권이 참패를 당하는 등 공수변화의 폭이 컸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라는 구호와 선거 바람에 편승해 자질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인사들의 정치권 입성도 줄을 이었다.

한 부산시 구의원은 교통사고로 아들이자 동료를 잃은 아버지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다 끝내 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주시의 한 시의원은 자신의 의원명함 뒷면에 남편 사업체를 홍보하는 문구를 넣어 시민사회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거제시장 운전비서는 공영주차장에서 시민 2명을 무차별 폭행했다가 검찰에 기소되는 등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자질논란에 빠졌다. 우리 정치권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정치와 돈의 역학관계는 끊어 낼래야 끊을 수 없는 먹이사슬이다.
‘청년정치인 배출’이라는 구호도 알고 보면 가족이거나 제정에 도움이 되는 인사들로 채워진다. 이미 정치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정치학자 막스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는 ‘열정’, ‘책임감’, ‘균형감’을 자질로 꼽았다.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편협된 자기 이기주의 사고로 현실정치에 매스를 내밀고 있어 그 과정과 결과가 우려스럽다. 여기에다 권력이 교체된 일부 지역에서는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몰두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중앙정부 차원에서 화두가 된 ‘적폐청산’이라는 낱말이 지역에서도 난발 되고 있다. ‘적폐’는 사전적 의미로 ‘오래 쌓인 폐단’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세월이 흐르면서 켜켜이 쌓여 있는 폐단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에서 사업 추진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사업들을 재조명하고 감사하며 전임자의 사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나가야 한다. ‘적폐’라는 낱말까지 붙이는 것은 난센스이자 행정을 모르는 얘기이다. 행정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애초 잘못된 기획은 없는 것이다. 그것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존재의 이유가 다 있게 된다. 과도한 적폐청산의 논리대로라면 4년 후 정권이 바뀌면 사업도 또 바뀌게 되는 결과의 악순환이 된다. 이는 고스란히 주민의 피해이자 국가의 손실이다.

차제 각급 지자체는 항구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백년대계를 계획해야 한다. 그래야만 떠난 자의 향기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쿠데타로 불리는 급진적 개혁 등이 몇 차례 있었지만 지나고 나면 늘 원점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법의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조령모개’ 식의 개혁으로 자고 나면 또 개혁으로 혼란만 주고 있다.

‘권력을 경영하는 48 법칙’에는 ‘한꺼번에 많이 바꾸려고 하지 말라’는 법칙이 있다.
지난 1520년대 초 영국의 헨리 8세는 아들을 못 낳는 부인 캐서린과 이혼을 하기로 했다. 교황의 반대에도 이혼을 지지한 대장장이 아들인 크롬웰을 왕의 고문관으로 임명했다. 왕은 단지 이혼만을 원했으나 크롬웰은 종교의식을 개혁하려고 일을 크게 벌이다 왕의 눈 밖에 나 처형당했다고 한다.

고양이는 습관의 동물로 일상적 습관을 뒤집고 거주 공간을 헤집으면 미쳐버린다고 한다. 일상을 존중해 고양이를 달래고 필요하면 과거의 냄새를 유지해주면서 고양이를 속여야 한다.
결국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과거를 이용하는 것이 더 큰 권력을 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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