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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韓比)의 말을 기억하라
한비(韓比)의 말을 기억하라
  • 경남매일
  • 승인 2018.08.2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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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 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한비(韓比)는 한나라의 후궁에서 태어난 공자였다. 한비는 젊었을 때 순자에게 배웠는데 같이 공부한 사람중에 이사(진시황 때의 재상)가 있었는데, 그는 한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 무렵 한나라는 이웃 나라들의 침입을 받아 영토는 점점 줄어들었고, 왕의 옆에는 간신들만 득실거렸다. 이런 조국의 슬픈 현상을 직시한 한비는 글로 왕에게 부국강병책을 건의 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한비의 생각으로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법의 제도를 개혁하고, 권력으로 신하를 거느리고, 부국강병을 꾀하기 위해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파했다.

그런데 실제는 벌레같은 자들만이 등용되고 공로와 실력있는 사람이 배척되면서 그야말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한비는 깨끗하고 정직한 인물이 간사하고 나쁜 신하들 때문에 등용되지 못함에 화가 나자 업적을 조사해서 ‘고분’, ‘오두’, ‘내외지’, ‘설림’, ‘설란’ 등의 작품을 썼다.

특히 왕에게 건의하는 어려움을 알고 있던 한비는 완벽하게 ‘설란’을 썼는데, 결국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나라에서 죽었다. 그는 왕에게 건의하는 어려움을 이렇게 기록했다.

왕에게 건의하는 것은 어렵다. 어떤 점이 어려운가. 그것은 건의하는 자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아니고, 또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어려움도 아니며, 말하고 싶은 것을 거리낌 없이 서슴지 않고 말하는 용기를 갖는 어려움도 아니다.

건의의 어려움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은 뒤에 자신의 의견을 거기에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다.

가령 상대방이 명성을 얻는 군주라면 어떻게 하면 큰 이익이 있다고 설득할까. 비천한 자에게 멸시를 당했다고 상대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익만을 추구하는 군주를 상대로 명성을 얻는 마음가짐을 설득하면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라고 경멸당할 것이 뻔하다.

실제로는 이익을 구하면서 겉으로는 명군인 척 한다. 이런 군주를 상대한다면 어떤가. 이러한 상대에게 명군의 마음가짐을 설득할 경우, 형식적으로는 등용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따돌림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익을 얻는 법을 설득한 경우에는 의견만 도둑 맞고 그 뒤는 모른 척 할 것이다. 왕에게 건의하려면 이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계획은 비밀리에 진행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며, 도중에 밖으로 새어 나가면 실패한다.
가령 그것을 누설할 생각이 없더라도 우연히 군주가 남몰래 계획하고 있는 일에 거슬리면 거의 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군주에게 잘못이 있었을 때 옛일을 들어 왕의 잘못을 드러내면 건의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벼슬한 지 얼마 안 되고 또 자기가 신임을 받고 있지 못하면서 자기의 지식을 모두 드러내면, 가령 자기가 말한 계획이 성공해 공을 세워도 포상은 받지 못한다.

만일 계획이 실패하면 의심을 받아 건의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군주가 누군가의 의견을 좇아 계획을 세우고 그 공을 독점하고 싶어 한다고 하자. 그 과정을 알고 있다면 건의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상대방이 겉으로는 무엇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실은 뒤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 그뒤까지 꿰뚫지 않으면 건의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아무래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하거나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일을 중지시키려고 하면 건의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군주는 인격자를 화제에 올리면 자기를 비꼰다고 생각하며 쓸모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 무엇인가 선동하는 줄 알고 경계한다. 총애하는 자를 칭찬하면 자신에게 아부하려는 수단이 아닌가 의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자를 나쁘게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신경을 쓴다.

그러면 왕에게 건의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상대방이 중요시 하고 있는 것은 얼마든지 말하고, 싫어 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만일 실패해 풀이 죽어 있는 군주에게는 다른 예를 들어 실패가 아님을 증명해 그가 용기를 내도록 해야 한다.

이와같이 상대방에게 간언할 때는 거스르지 않도록 하고, 충고할 때도 자극을 주지 않도록 지혜를 짜서 말해야 한다. 요즘 청와대 임종석실장이 대통령이란 말이 항간에 파다하다. 군주 옆에서 군주를 깨우쳐 주는 자가 없으면 권력은 부패하고 국민의 삶은 궁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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