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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예총 통합 못하나 안하나
창원시예총 통합 못하나 안하나
  • 경남매일
  • 승인 2018.08.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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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 이광수 소설가

창원 마산 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 된 지 8년이 지났다. 지난 2010년 7월 1일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 로드맵의 시범 케이스로 통합돼 인구 110만 명의 준 광역시급 창원시가 출범했다. 당시 통합과정에서 3개 시민의 대립과 갈등은 극심했다.

1970년대 전국 8대 도시에 랭크될 만큼 번창했던 마산시는 경남의 교육 경제 문화의 중심 도시였다. 그러나 창원기계공단 건설에 따른 배후 신도시 조성과 마산 굴지의 한일합섬과 한국철강의 철수, 마산수출자유지역 내 동경전자 등 일본투자기업의 본국 이전으로 위기를 맞았다. 한때 45만 명에 달했던 인구는 주요 산업시설철수와 함께 인접 창원신도시 탄생으로 급격한 인구감소를 가져와 시세는 급전직 하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진해시와 함께 마산시라는 지명은 지도상에서 영영 사라졌다. 당시 통합시의 명칭과 청사 소재지 문제로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 마산시민들은 시 명칭 양보 대신 시 청사의 마산 이전을 강력히 요구했으며, 진해시는 통합에 따른 지역개발 인센티브를 요구했다.

한때 난장판이 된 의회에서의 기 싸움은 시세가 강했던 창원시의 승리로 끝났다. 시 명칭도 청사 이전도 무산된 마산 시민들은 허탈감에 빠져 통합시 분리를 주장하며 대립과 갈등을 지속했다. 겨우 구 명칭을 마산 합포구와 마산회원구로 하는데 만족해야만 했으니 마산시민의 심정은 오죽 참담했을까.

이처럼 3개 시의 통합과정에서 갈등이 촉발된 것은 3개 지역민들의 주민투표절차이행이라는 민주적 방식을 생략한 채 여론조사만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게 문제였다. 주민투표를 거쳐 찬성표가 많아 통합됐다면 통합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정당성을 갖지 못했을 것이고 통합 후유증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3개 시의 물리적 통합은 이뤄졌다. 그러나 3개 지역민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화학적 결합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기존 창원시는 창원시대로 80%대를 유지하던 재정자립도가 40%대로 떨어지는 바람에 죽 쑤어 뭐 준다는 식으로 불만이었고, 마산시민들은 개항 100년을 이어온 시 명칭도 잃고, 청사유치마저 무산되는 가운데 활력을 상실한 2류 도시로 전략했다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진해시의 경우 그런대로 부동산 가격의 대폭 상승과 창원지역 인구의 진해지역 유입으로 진해시 시절보다 수혜적인 입장이 됐지만 지역개발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3개 시가 통합 창원시로 출범하면서 각종 사회, 경제, 공공단체들도 창원으로 그 명칭과 기능이 통합됐다. 그러나 유독 문화예술단체만은 아직도 옛 마산 창원 진해로 분리돼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예총의 경우 3개 지역 예총 산하에 각각 8개 문화예술단체(문학, 미술, 음악 등)가 시의 재정지원을 받으며 딴 살림을 차리고 있다. 통합 당시 일부 지부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3개 예총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바람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원래 3개 시는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어서 옛날부터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해 한 생활권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지역 여건 때문에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정부가 시범 케이스로 밀어붙인 것이다.

창원시보다 먼저 통합한 여수시, 여천군, 여천시도 10여 년간 통합청사를 두지 못한 채 각자 살림을 하며 갈등이 계속됐다. 가장 최근에 통합한 청주시와 청원군도 문화원이 통합을 거부하자 시에서 예산지원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시도 3개 문화원이 독립된 법인체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문화원 역시 언젠가 통합돼야 할 대상이다. 통합 창원시민의 정서를 한데 묶어 화학적 결합을 앞당기는 효과적인 수단은 동질성이 강한 문화예술계의 통합에 의한 시민 정체성 확립이다.

마산의 가고파, 창원의 고향의 봄, 진해의 벚꽃 군항제 등 지역 축제가 한데 잘 어우러져 융합되면 3개 지역민의 공감대는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지역 주민들의 주거지 이동이 빈번해져 3개 지역민이 가졌던 이질감과 소외감은 다소 순화된 느낌이 든다.

예총의 통합은 이런 분위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에 적극 추진돼야 한다. 예총의 공식적인 통합 움직임은 2011년 7월 시의 개입으로 예총통합을 위한 관계자 연석회의가 한 차례 개최됐다. 그러나 이질적인 의견만 개진됐을 뿐 통합 당시 3개 시민들의 대립과 갈등에 파묻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후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으며 예총 또한 27개의 회장 자리가 9개로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무보수 명예직이 무슨 감투라도 되는 양 자리싸움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면 문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시장이 바뀌자 전임시장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 뜬구름 잡는 식의 광역시 추진을 폐기했다. 대신 수원, 고양, 용인시와 더불어 특례시 관철을 위한 공동협의체가 발족된 시점에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이 예총의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시와 3개 예총회장단이 만나 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협의 입안 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예총산하 24개 지부 전 회원을 대상으로 통합찬반 의사를 묻고, 시민공청회도 개최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예총 통합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나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시민이나 문화예술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예총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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