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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와 국내정책
국제정세와 국내정책
  • 최재원
  • 승인 2018.08.16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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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원 부산대학교 경제통상대학원 석사과정

 ‘Hard nut to crank’ 복잡한 국제정세 속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문구라 생각한다. 직역하자면 깨뜨리기에 너무 단단한 호두, 의역은 풀기 어려운 문제쯤 되겠다. 동북아시아를 기준으로 현재 국제 세력은 크게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으로 나눌 수 있고, 두 세력은 안보와 경제 패권을 이유로 대립하고 있다. 그 속에 한반도가 격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2018년 대한민국의 국방력 순위는 GFP통계 기준 세계 7위다. 주요 나라의 국방력 순위는 아래와 같다. 미국 1위, 러시아 2위, 중국 3위, 일본 8위, 북한 18위.(물론 GFP통계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GDP를 경제력 순위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GDP나 GFP를 명백히 대체할 수 있는 측정치가 없는 경우에는 대중적으로 인정되고 가장 많이 쓰는 측정치를 쓰는 게 통상의 관례다.)

 매년 경제력과 국방력 측정 순위가 바뀌지만 명백한 사실은 대한민국이 강국이라는 것과 주위 세력은 더 강국이란 것이다. 위에서 거론한 나라 중 GDP 기준 대한민국보다 경제력이 뒤처지는 국가는 없으며, 군사력 7위나 18위나 전쟁이 나면 둘 다 지구상에서 없어진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가 거뜬히 이길 수 있는 국가는 주변에 단 한 곳도 없다. 우리나라는 호두와 같이 단단한 강국임에도 주변의 나라가 호두 까는 기계처럼 더 단단해 우리나라는 주변 상황에 맞춰 외교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두 세력 사이 어느 한 곳에 속할 수도 없다. 미국과 중국만 예를 들어보면 미국은 1950년대에 최전성기를 누린 위대한 나라이며, 현재도 전 세계를 통틀어 모든 방면에서 최고의 나라다. 국방력은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국방예산이 천조가 넘는 ‘천조국’이라 하겠는가. 허나 최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행보는 올바른 것 같지 않다.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부정적으로 이용,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을 야기해 전 세계 국가들에 피해를 입혔음에도 오히려 국제사회에 자국 우선 이익 원칙에 따라 통상압력만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일어난 터키 관련 무역전쟁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2050년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중국몽(팍스차리카) 실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순탄하다. 경제지표도 좋고 무엇보다 중국 스스로 성장률을 10% 수준에서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허나 정경체제의 내재적 불안정성을 안고 있으며, 증대되는 생산력을 수요 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생산력이 특정 수준 넘어가면 내수 한계가 드러날 것이고, 결국 국제시장에서 수요를 찾아야 하는 데 그들이 기대하는 제 3세계인 아프리카 대륙이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을 대표로 하는 해양세력과 중국을 대표로 하는 대륙세력 둘 다 명암이 있다. 복잡한 세계 질서 속에서 어느 한 쪽 편에 설 수도 없다. 이럴 때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수출 정책은 특정국가 리스크에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다변화하고, 국제시장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내수시장은 키워야 한다. 내수시장은 최소 인구 1억 명이 넘어야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인구의 소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5천만이지만 타국대비 소득이 높다면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가질 수 있다. 소득은 생산성을 기준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을 높이면 임금도 상승한다. 현재 문재인정부는 임금을 올리는 노력은 하고 있으나 그 전제인 생산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 없는 임금 상승은 자국 생산 상품의 대외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누가 품질은 나쁜데 비싼 상품을 사려 하겠는가.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정부는 혁신성장이라는 또 다른 정책을 제시했지만 애초부터 슘페터 이론을 기반으로 한 혁신성장 정책과 케인즈와 마르크스 이론의 혼합으로 탄생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양립할 수 없는 노선이다. 혁신성장 정책은 기업가 정신을 통한 혁신산업 발굴에 있다. 민간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이며, 정부는 보조적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소득이 오르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수요의 증가로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혁신성장과는 반대로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민간 시장이 보조적 역할을 한다. 두 정책은 노선이 반대다. 양립할 수 없는 노선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하지만 성공의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존재하기는 한다. 현재 중국은 정치체제를 사회주의 노선으로 경제체제를 자본주의 노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내재적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완벽한 통제와 부분적 방임으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체제 불안의 모순이 혼란을 야기하지 않고 조화롭다. 우리는 이보다는 더 쉬운 정책의 문제일 뿐이다. 비록 반대 성향의 정책이긴 하나 경제지표를 기술적으로 이용하고 한국인 특유의 민첩성을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해서 정부가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 통계조작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하며, 실패하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의미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경제성장을 위한 길이며, 소득주도 성장은 분배를 위한 길이다. 소득재분배라는 단어의 불편함 때문에 성장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는 좋지 않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네이밍을 임금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고쳐야 하며, 정책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덧붙여 현재의 성과도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 정부의 노고에 감사한다. 허나 시민의 소중한 삶이 달려 있는 정책을 실행하는데 있어 더 정직한 태도를 가질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람이 모자의 챙을 눌러도 손가락 하나면 앞을 볼 수 있다. 더는 속이거나 감추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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