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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레스(less) 시대의 생존법
3레스(less) 시대의 생존법
  • 경남매일
  • 승인 2018.08.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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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3레스(less)는 ‘양이나 수가 더 작은’(a smaller amount or number)이라는 뜻으로 리틀(little: 작은)의 비교급이다. 3레스라고 하면 보더레스(borderless: 국경, 경계가 없는), 에이지레스(ageless: 나이 차가 없는), 젠더레스(genderless: 남녀의 구분이 없는)를 지칭한다.

그 외 -less라는 접미사를 명사에 붙이면 ‘~이 없는’(without) 뜻의 형용사가 된다. 3레스는 패션이나 시대적 트랜드를 상징하는 의미가 매우 강하다. 보드레스는 경계가 없어지거나 무너져 영역의 범주가 모호해지거나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물적,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여행 자유화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외화 획득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굴뚝 없는 4차 산업으로 각광받는 관광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이다. 서비스 업종은 종사자가 많아 고용 창출효과도 크다.

패션 분야의 경우 파리지앵이나 뉴요커들의 최신 유행이 금방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와 재현된다. 세계 유명브랜드의 의류와 귀금속, 액세서리가 본고장과 다름없이 동일 브랜드로 론칭돼 면세점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K-POP 열풍에 힘입어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식 화장법과 한식 다이어트까지 이어지는 슬림 미인 되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봐도 짐작이 간다. 보더리스는 이런 관광과 패션 분야 뿐만 아니라 학문영역에도 불고 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복합 학문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연구풍토는 전 산업계의 생태에도 변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건설의 경우 종래는 토목과 건축 위주였지만 현대도시는 문화, 예술, 보건, 복지 ,환경, 인간 심리까지 만족시키는 복합적인 요소가 잘 조화된 마스트 플랜이 도시설계에 반영돼야 쾌적한 도시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에이지레스는 남성과 여성의 패션에서 그대로 잘 나타나고 있다. 청바지는 이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겨 입는 대중적인 패션이 됐다. 미 서부개척시대 일복으로 즐겨 입었던 청바지는 세미 정장으로도 격의 없이 착용하는 시대가 됐다. 실용성ㆍ편의성이 우선시 되는 시대상의 반영이다. 삶의 방식, 식습관, 여행 트랜드도 연령 차이가 없다.

옛날 같으면 50살만 넘어도 뒷방 영감과 안방마님 신세였지만 이제는 나이를 잊은 실버 청춘들이 화려한 색깔의 복장에 염색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실버세대들은 연애도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한다.

젊은 남녀 모델이 점령했던 패션쇼에도 중ㆍ노년층 남녀 모델이 등장해 당당하게 워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평생 2번 결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에이지레스의 한 단면이다.

신체적 나이가 세월의 나이를 초월하는 시대라 나이 먹었다고 꿈을 포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사고이다. 얼마 전 신문에 51세의 나이에 25년간 재직한 PD 생활을 접고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기사를 봤다.

실습 중인 모 유명로펌에서 연예인 예술계 사건 전담 변호사로 새 출발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에이지레스를 절감했다.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좇아 사는 것이 장수사회의 뉴 에이지적인 삶임을 알 수 있다.

젠더레스는 성 정체성과 윤리성(동성애) 문제로 대단히 민감한 이슈가 돼 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유교 전통이 남아있는 한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서구의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존중(동성애 허용)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패션에서는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화장하는 남자의 증가로 남성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캐주얼한 의상은 남녀복장의 구별이 없다. 티셔츠에 청바지는 남녀 공통패션으로 유니섹스의 전형이다. 60~70대 남성들이 빨간 티셔츠나 자켓에 청ㆍ백바지로 코딩한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멋쟁이 노신사의 테마 룩이다.

복식계의 유니섹스 붐은 남녀 커플룩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여성금기 영역으로 여겨졌던 용접, 기계, 토목, 건축, 소방, 군인 등 격무분야나 격투기, 킥 복싱 등 과격한 스포츠분야에서도 여성파워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반면 전형적인 여성 직종인 간호사, 가사 도우미, 베이비시터도 남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물론 각종 공직에서 여성 응시자 수가 늘어나 교직은 이미 여초현상을 보인지 오래 됐으며, 다른 직종도 여성 진출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3레스(less) 시대를 맞아 더 많은 분야에서 경계와 연령과 남녀구분이 없어지는 3레스 트랜드가 급속히 확산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잘 적응하는 방법을 선점 하지 않으면 낙오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21세기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길은 3레스의 도도한 물결에 어떻게 잘 적응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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