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경남교육정책 달라져야
용두사미 경남교육정책 달라져야
  • 경남매일
  • 승인 2018.08.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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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 편집국 부국장ㆍ정경부장
▲ 한용 편집국 부국장ㆍ정경부장

송(宋)나라 때 진존자(陳尊者)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용흥사란 절에다 자신을 의탁하고 삼매에 들기를 결심하고 수행에 돌입했다. 수행결과 진존자가 어느 만큼의 경지에 이르렀는지는 모른다.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어느 날부터 탁발을 하며 각지를 떠돌기 시작했다. 탁발 수행 중 진존자는 틈틈이 삼은 짚신을 길가에다 그냥 뒀다. 나그네들을 위해서 그리했단다. 탁발승이 된 진존자는 짚신 보시를 하면서 십수 년간 세월을 그렇게 보냈던 것이다.


그런 진존자는 가끔 다른 스님을 만나면 선문답(禪問答)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스님을 상대로 깨달음의 경지를 알아볼 심산이었던 모양이다. 비교적 맑은 날이다. 진존자는 언제나처럼 앞에 앉은 스님에게 선문답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방 스님은 산천초목을 흔들 것 같은 괴성을 질렀다. “거참 일갈(一喝) 당했는걸” 진존자가 투덜댔다.

그 스님은 또 괴성을 질러댔다. 호흡이 꽤 근사한 걸 보니 상당한 수행을 쌓은 스님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니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거 참, 이 중은 자신을 용과 같은 기품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진짜는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용두사미(龍頭蛇尾)에 불과할 것이다” 이렇게 간파한 진존자가 상대에게 말했다. “스님, 화답을 하시지요.” 상대 스님은 입을 다물었다.


용두사미는 문자 그대로 “용의 머리와 꼬리는 뱀”이란 뜻이다. 시작은 굉장히 거창하거나 좋지만 경과가 지나면서 결과가 좋지 않음을 비유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경남도 교육현장에 이 같은 용두사미 같은 현상이 들쭉날쭉 드러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2012년 학생 수가 감소하는 농어촌지역의 소규모 중학교를 통합해 현대화된 시설과 기숙사를 갖춘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경남 거점 기숙형 중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당시 도 교육청은 경남의 특정 농어촌 지역에다 이런 중학교를 설립하면 해당 지역 학생의 도시이탈 방지와 도농 간 교육격차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숙사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지원 등으로 이들 지역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은 물론, 교육재정 효율화를 통한 미래지향적 공립중학교를 설립한다는 부푼 계획을 경남도 교육청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경남 거점중학교의 하나인 하동 한다사중학교의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면 경남도교육청의 계획은 문자 그대로 ‘용두사미’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씁쓸한 일이다. 최근 본지는 117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건립한 한다사중학교는 오는 2021년이 되면 전교생이 60여 명대 수준으로 급속히 떨어질 것이란 지적을 했다.

또 이런 현상을 알고 있는 경남도교육청이 중학구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지역민들의 원성을 보도했다. 특히 하동교육지원청은 한다사중학구 개정을 위해 협의회를 열면서 반발을 피하기 위해 교육공동체와 지역민을 배제시켰다. 관련 학교장만 협의회에 참석시켜 형식적인 협의회를 개최한 것이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지원청의 이런 행태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은 암울하다.


이 같은 한다사중학교의 쇠락과 비교육적 관행은 비단 지역 내 초등학생 졸업생 수치나 비 민주적 방식의 협의회 개최, 또 밀어붙이기식 중학구 개정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b해당 학교는 지역민과 학부모, 학생 간 소통에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교운영 전반에 관한 정보공개 창이 있다.

하지만 정보공개 기준이 관련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나머지 ‘비공개’ 항목이 8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아예 알려 줄 게 없다는 식이다. 이런 폐쇄적 학교운영이 오늘날 쇠락의 길을 자초한 것이다. 꽉 막힌 교육행정, 단절한 학교운영 실태, 숨기려는 학교의 예결산 상황, 정상화가 요원하다.


경남도교육청의 용두사미 격 교육행정은 이뿐 만이 아니다. 교육청은 고교 1학년 학생들에게 입시경쟁과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1년 동안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성찰하며, 배움과 삶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이른바 ‘자유학교’다.


교육청은 이처럼 원대한 포부를 안고 창원자유학교를 설립했다. 정원은 30명이다. 그러나 올해 3월 개교한 이 학교는 추가모집 끝에 모인 학생은 고작 16명이다. 애초 교육청이 계획했던 정원에서 근근이 53% 수준에 머물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당국이 추진해온 거점 중학교나 자유 학교는 앞서 기술한 것처럼 학생수가 태반 부족하다. 그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과는 너무나 미약한 것이다. 이는 교육 당국이 정책을 입안할 때 교육현장을 철저히 무시한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달리 변명의 여지도 없다. 오늘날 경남 교육의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이른다. 용두사미 격 교육행정. 바꿀 때가 됐다. 도민의 혈세. 아마추어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연습용으로 쓰는 돈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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