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4:21 (수)
코리아 로스트 제너레이션
코리아 로스트 제너레이션
  • 이광수 소설가
  • 승인 2018.07.25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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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 잃어버린 세대)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허무적, 쾌락적 경향에 빠진 미국과 서구의 지식인과 계급 청년들을 일컫던 말이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서문에서 G.스타인이 말한 “당신들은 모두 잃어버린 세대의 사람들입니다”를 인용하면서 생겨났다. 그리고 윌리엄.포크너, 피츠.제럴드, 루이스 등이 쓴 작품에서 고향을 잃은 비원을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시각으로 다뤘다. 이들이 1920년대를 풍미한 후, 1930년대 대공황을 맞아 존.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에서 당시 비참했던 미국 노동자와 서민의 실상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제2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2차 세계대전 후 전쟁에 참가한 전후 세대들이 기존체제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림으로써 재점화 됐다. 이때 나타난 앵그리 영맨(angly young man: 성난 젊은이)은 1950년대 영국의 전후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존.오스본, 존.웨인, K에이 스미스 등이 이 세대의 대표주자들이다.

동시대에 나타난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샐린저를 비롯한 앨런.긴스버그 등이 자신들은 기존체제의 허위와 기만 속에 살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앵그리 영맨과 비트 세대가 보는 현대의 역사는 폭력과 파괴, 배반과 음모로 가득한 세계였다. 이는 파시즘, 나치즘, 공산주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군국주의, 전체주의, 세계대전, 동서냉전, 쿠데타 등의 참상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광기와 가공할 만한 핵무기의 섬광 앞에서 이성과 논리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와 미래는 찰나 속으로 사라진다. 앵그리 영맨과 비트 세대는 이와 같은 상황인식과 현실문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처절한 분노와 저항이었다.

이처럼 1, 2차 세계대전 후 나타난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1960~1980년대로 이어지면서 동서 간 이념분쟁의 극을 치닫는다. 그 후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공산주의가 괴멸되고 민주주의가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민족주의 망령이 되살아나면서 독재 권력의 탄생으로 민주화의 광풍이 몰아쳤다. 이런 틈새에서 독재 권력에 대한 치열한 투쟁과 경제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후 후진국에서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함께 이룩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1970~80년대 세계 2위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일본은 버블 경기의 붕괴로 잃어버린 20년 속에 재팬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된서리를 맞았다. 1990년대 극심한 경기침체는 청년실업 대란으로 이어졌으며, 이때 일본 역시 지금 우리처럼 공무원 취업지망생이 급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그 후 이 세대 상당수가 프리터나 파견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은둔형 외톨이(히키 코모리), 니트족, 프리터족, 캥거루족으로 남게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아베의 재정투입에 의한 양적 완화 정책이 성과를 거둬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일본은 구인난으로 청년 실업난은 해소됐지만 일본판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 양극화의 희생양이 된 위킹푸어(work poor) 세대가 대표적이다. 이는 일본의 급격한 고령화(25.7%)와 히토리세대(1인 세대)의 증가로 인한 인구 격감으로 노인국으로 전락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미국 및 서구사회와 일본이 겪었던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겪는 심각한 취업난과 현실 비관적 상실감은 그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세계 유일 분단국으로서 한 시대의 유물로 사라진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돼 끝없는 내부갈등과 반목을 계속하고 있다. 횃불 혁명의 성과 다투기와 태극기 부대의 저항이 극한 대립하는 우리 현실은 당면한 청년실업난과 민생경제회복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더욱이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사회로의 진전은 합계 출산율 1.0이라는 초저출산 문제와 겹쳐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관세정책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는 바야흐로 자유무역주의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로 역행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터야 하는 우리로서는 주변 강대국의 경제 군사패권경쟁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야 하는 난제까지 안고 있다.

청년들의 꿈이 사라진 사회는 잃어버린 세대로의 회귀이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청년실업 대책은 한계가 있다. 공직은 비생산적인 직종에 속하고 수용 능력이 비탄력적이다. 산업 현장에 유능한 인재들이 포진해야 성장 동력이 되살아난다. 청년실업 문제는 결국 기업투자의 활성화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밖에 없다. 1, 2차 세계대전 후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풍미했던 미국 및 서구와, 버블 붕괴가 낳은 재팬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스스로 올바른 선택지를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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